김석영(가천대 길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

[라포르시안]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합계 출산율은 0.84명, 출생자 수는 27만5,81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2000년 4만3,000여 명이었던 고령산모(35세 이상 산모)는 2018년 10만4,000여 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 고령산모의 임신·출산에 임신 중 고혈압질환, 당뇨, 사산, 태반조기박리, 전치태반 등 임신 합병증 및 제왕절개의 빈도, 전치태반, 자궁근종, 수술부의 감염 빈도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부정적인 출산 결과에는 신생아의 질병, 사망 및 뇌신경학적 장애, 미숙아, 저체중출생아, 다태아, 다운증후군을 포함한 선천성 기형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모와 신생아 모두의 안전한 분만 역시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가천대 길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김석영 센터장(진료부원장)은 평생을 조기분만, 다태임신, 임신성고혈압, 태아기형 등 고위험 임신으로부터 산모와 아이를 지키는데 힘써왔다. 지난 7월에는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제10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여성 모자 보건의 질적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훈했다.

하지만 김석영 센터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인천 지역의 합계출산율은 0.83명에 불과하고, 산후우울증을 겪는 산모 비율은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그가 온 힘을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에 쏟고 있는 이유다. 최근 김 센터장을 만나 센터 운영의 성과와 국내 산부인과가 처한 현실과 개선 방향에 대해서 들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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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는 의료진 숙련도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 가천대 길병원은 이길녀산무인과에서 태동했다. 특히 임신·출산과 관련한 산과 부분이 길병원의 정신(spirit)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길병원은 고위험센터 생기기 전 2010년도에 고위험산모 신생아 치료시설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정도로 고위험산모·신생아 치료에 관심을 갖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개소를 앞두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고 2017년 전임의들을 일본 동경여자의과대학 주산기센터로 연수를 보냈다. 어떤 시스템과 동선으로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를 운영해야 하는지 많은 도움이 됐다.
센터는 의사와 간호사의 숙련도 및 호흡이 중요하다. 그래서 2018년에는 간호사까지 일본 연수를 보내서 경험을 쌓도록 했다. 병원에서 간호사까지 해외 연수를 보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센터를 오픈했고 인천시와 서해 5도, 충남 서해안까지 커버하고 있다. 센터 개소 3년째인데 다행이 큰 어려움 없이 잘 운영하고 있다.

- 고위험산모와 신생아를 함께 진료하려면 다학제 진료가 필수적일 것 같다. 센터의 협진 시스템은.

= 센터를 설립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 완벽한 의료전달체계 시스템이다. 특히, 고위험 산모가 왔을 때 미숙아 및 기형아에 대한 처치, 산모 혈압 높거나 동반 질환이 있을 때 2차적 처치, 무엇보다 다 진료과와의 협진 시스템을 많이 강조해서 만들었다. 소아청소년과와는 센터 설립 전부터 매주 모여서 해당 주의 모든 분만에 대해 케이스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산모와 아이의 상태와 정보를 공유하고 논의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협진을 통해 아이젠멩거 증후군 산모의 제왕절개 출산을 성공했다. 당시 주치의는 폐고혈압센터 정욱진 센터장(심장내과)이었고, 내가 직접 집도했다. 이 밖에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을 위해 산부인과, 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과와의 실시간 협진이 이뤄졌다.

- 센터 운영에 있어서 지역 산부인과와의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 지역사회 산부인과 개원가와 민감한 네트워크 및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산모들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오지 않더라도 지역 내에서 잘 분만할 수 있게끔 소통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못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일년에 4번씩 인천 산부인과 개원가와 미팅하고 의뢰 환자에 대한 오픈 디스커션도 진행했다. 개원가에서 우리 센터로 전원이 필요한 경우 한눈에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센터 홈페이지에 고위험산모집중치료실 병상과 신생아집중치료실 인큐베이터 현황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다.

무엇보다 센터의 역할 중 하나는 지역사회의 산모에 대한 교육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 복지부로부터 길병원 예방의학교실과 함께 전주기 임산부 대상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연구과제를 받았다. 당뇨, 고혈압, 산후우울증을 모니터링하고 지역병원에서 상급병원으로 전원할 때도 자연스럽게 해당 정보까지 공유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고 있다. 인천은 서울 강남과 같은 지역도 있고, 공단도 있고, 농촌 및 어촌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도시이다. 이에 맞는 앱 활용 및 센터의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 최근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은 갈수록 줄고 있다.

= 산부인과는 죽음과 질병보다는 주로 생명의 탄생을 다룬다. 산모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를 낳았을 때의 성취감과 보람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분만이란 반드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의료행위이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를 죄인으로 만들고 의료분쟁으로 끌고 간다. 대한민국 어떤 전공의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자신이 있겠는가. 산부인과 전공의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의사 무과실에 대한 인정과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분쟁 해결이 1순위라고 생각한다.

- 분만은 이미 국가적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은 늘 아쉽다는 하소연이 그치질 않는다.

= 길병원은 사립병원이지만 공공의료나 취약의료에 대해 많은 역할을 해왔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할 때 산부인과와 소아과는 공공의료의 영역에 넣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산과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분만은 돈이 되는 과가 아니다. 필수의료이고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산부인과 의사들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전국 고위험산모·신생아통압치료센터 운영협의회에서도 산부인과 의사 구하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지방의대 산부인과를 나오면 대부분 서울로 가거나 월급이 많은 로컬로 취직한다고 한다. 인구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분만 전문의도 절벽이 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산과와 소아과를 필수의료라고 생각한다면 공공의료 차원에서 지금보다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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