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감염병 대응에 의료자원 집중하면서 의료이용 접근성 악화
작년 대구 유행기간 중 초과사망 증가 확인
폭염 길어지면서 온열질환 외에도 질병 악화·사망률 크게 높여

[라포르시안] 작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시작된 코로나19 유행이 1년 6개월을 넘었다. 지난해 1~3차 유행을 지난 현재 4차 유행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0만명을 넘어섰고, 누적 사망자도 2,100명대로 늘었다. 최근 4차 유행이 확산하면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위중증 환자는 300명대로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관련해 이렇게 통계로 수치화하지 못하는 죽음이나 건강피해도 많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응급실 등 적절한 의료서비스 이용이 제한된 비감염 중증환자의 초과사망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통계청이 작성한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2020년 2월 말부터 3월까지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지역의 1분기 누적 사망자가 3,978명으로 전년 동분기(3,597명) 대비 10.6% 더 많았다.

대구지역 1분기 사망자수는 2018년(4,000명)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3,400~3,500명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4,000명에 육박해 전년 동분기 대비 사망자수가 급증했다. <관련 기사: 1분기 대구·경북서 900여명 '초과사망'...코로나보다 필수의료 공백 피해 더 커>

의료전문가들은 대구지역에서 전년 동기간 대비 초과사망자수가 높은 이유로 전체 의료자원을 방역 대응에 집중하다보니 감염성 질환 이외 중환자들이 적절한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이 확산되는 기간에 응급실 등 의료이용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4월 공개한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사망과 의료이용 변화에 대한 탐색적 연구(연구책임자 신민선 부연구위원)’ 보고서에서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코로나19 유행기간에 사망 및 의료이용 변화 여부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별 자료를 분석했더니 2차 유행 시기인 2020년 8월에 초과사망이 발생했으며, 1차 유행 시기인 2020년 3월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눈에 띄는 초과사망이 확인됐다.

의료이용은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로 인한 외부 활동 감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 등이 영향이 미쳐 전반적으로 예측 대비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3월과 9월에 실제 이용 건수와 예측 이용 건수 격차가 가장 컸다.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예측 대비 실제 의료이용 건수는 입원(17.6%), 외래(15.4%), 응급실 방문(28.0%), 중환자실 입원(9.8%)에서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에 따른 의료이용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19세 이하 연령에서 입원(43.2%), 외래(40.2%), 응급실(48.9%), 중환자실(18.7%) 이용이 타 연령에 비해 예측 대비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입원(22.1%), 외래(11.2%), 응급실 방문(33.8%), 중환자실 방문(11.5%)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돼 코로나19 1차 유행 지역에서 주민등록인구 수 대비 의료이용 건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된 의료시스템이 비-코로나19 환자의 의료 서비스 질 결과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급성 중증질환 중 급성심근경색증이나 급성기 뇌졸중과 같은 긴급한 처치가 필요한 환자가 코로나19로 인해 응급실이 포화 상태가 돼 사망에 이르거나 환자의 의료이용 기피로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해도 비-코로나19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이용 서비스 질이 이전과 같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시기 의료 서비스 질과 건강 결과 등을 조사해 의료시스템이 적절하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서 1월까지 3차 유행이 지속됐고, 6월 중순부터 시작된 4차 유행이 8월까지 지속하는 것은 물론 갈수록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미 한달 가까운 기간 동안 일일 신규확진자가 네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격리치료 환자와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확진자 치료에 많은 의료자원을 집중하고 있어 적절한 의료이용 제한으로 인한 비감염 중증환자의 초과사망 발생이 우려된다.

시민건강연구소는 "필수의료를 받지 못하거나 받지 않아 결과적으로 건강이 더 나빠진 것을 코로나19 유행과 무관하다 할 수 있을까"라며 "상관성을 넘어 코로나 대책과 방역은 처음부터 이런 건강 피해를 포함해야 한다.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 코로나19의 직접 결과니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또한 방역이라 불러야 한다"고 지적하며 감염병 유행 기간 동안 필수의료 서비스 유지도 중요한 방역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부터 폭염이 지속되면서 일사병과 열사병 등 직접적인 건강피해는 물론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의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초과사망 증가도 우려된다.

올해는 장마가 6월 말에 일찍 끝나고 7월 중순부터 연일 전국에 걸쳐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온열 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통해 접수된 온열질환자 신고는 이달 2일까지 1,031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사망자는 16명이 발생했다.

이상기후로 발생한 2018년 기후재난 사례를 보면 건강피해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관련 기사: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2018년 여름에는 31.4일이라는 장기간 지속된 폭염과 일최고기온 최고치를 경신(41℃, 홍천) 하면서 막대한 건강피해를 초래했다. 통계청의 '인구동향'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월 한 달간 사망자수는 2만3,886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사망자수가 1,641명(7.4%) 증가했다. 8월에는 2만3937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091명(4.8%)이 더 많았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7월과 8월 사망자수가 2만1,000~2만2,000명 사이에서 유지된 것을 감안하면 2018년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폭염에 따른 건강피해를 분석한 연구에서 그 심각성이 확인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환경의학연구소와 예방의학교실 연구진이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의뢰를 받아 수행한 '2006〜2018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 추정' 연구에 따르면 2006〜2016년 동안 폭염 당일 초과사망자수가 2016년 349명으로 가장 많았고, 2009년 15명으로 가장 적었다. 30일 넘게 폭염이 지속된 2018년에는 폭염 당일 초과사망자수가 무려 790명(추정)에 달했다.

최근 들어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고혈압이나 당뇨, 심뇌혈관질환 등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라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앞으로 폭염이 더 오래 지속되거나 이상고온 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더 증가할 수 있어 다각도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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