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로 인한 환경 변화’ 실태조사
10명 중 7명 "심리상태 더 나빠졌다"

[라포르시안] 간호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감염병 재난상황 이전에도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그에 따른 직무소진(번아웃)을 심하게 겪어왔다. 작년 1월부터 시작해 1년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유행은 보건의료 노동자을 더 열악한 상태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지난 2월 코로나19의 최전선을 도맡아온 보건의료 노동자의 각종 노동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올해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는 지난 3월 12일부터 약 한달에 걸쳐 4만3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에 의뢰해 이뤄졌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감염병 재난에 따른 사회적·정신적 불안은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78.7%가 자신의 일상생활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뒤이어 심리상태 역시 70.6%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0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조사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에서는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올해 3월 경기연구원의 조사에서는 55.5%가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우울하다’고 답한 것에 비해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더 심각한 코로나 블루를 견뎌내야 했다.

코로나19가 개인으로서의 본인(의 업무)에 미치는 유해영향에 대한 인식도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감염성 질환에 대한 우려’는 90%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타났고, 코로나19 이후 ‘사고성 질환’과 ‘정신 질환’에 대한 우려도 60%가 넘는 수준을 보였다.

보건의료 노동자의 코로나 대응 평가는 “인력은 언제나 부족했고, 노동조건은 더 나빠졌다”로 요약됐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5.7%가 코로나로 인한 노동 여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일부 병동이나 일반 병원에서 확진자 진료에 참여한 응답자군은 더 높은 각 57.7%, 57.8%로 노동여건이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정부·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 평가와 소속 기관의 코로나19 대응평가에서도 방역에 해당하는 항목에 비해 지속적인 코로나19 진료역량을 유지하는 인력 등 노동조건 항목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정부·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 평가에서 방역·백신·진료체계 항목은 평균 60~65%의 긍정비율(매우 잘했음+조금잘했음)을 보였다. 그러나 인력지원은 전담병원과 비전담병원 구분 없이 긍정비율이 크게 떨어져 평균 44.5%의 긍정비율에 그쳤다.

소속 기관에 대한 평가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에 상황에서의 적정인력 운영’ 항목에서 평균 39.2%의 매우 낮은 긍정비율을 보였다.  ‘노동자 건강권 보호’ 항목에서는 평균 47.3%, ‘고용·휴가·휴직 사용 등 노동권 보호’ 항목에서는 평균 50.5%의 긍정비율을 보이는 데 그쳤다.

전담병원에 비해 비전담병원의 인력 등 노동조건 평가가 모두 떨어졌다. ‘코로나19에 상황에서의 적정인력 운영’ 항목에서 전담병원의 긍정비율은 44.8%였으나 비전담병원은 약 38%의 긍정비율에 그쳤다. ‘노동자 건강권 보호’ 측면에서는 전담병원의 55.3%에 비해 비전담병원은 약 45%로 10%의 차이로 더욱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지자체 코로나19 대응 평가에서 전담병원과 비전담병원(일반병원의 전담병동운영 또는 확진자 진료참여) 소속 노동자들의 평가는 갈렸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역과 백신, 진료체계 평가에서 60% 이상이 긍정 비율을 보였으나, 방역의 경우 전담병원은 70.9%가 긍적적 평가를 한 반면 비전담병원 소속 노동자들은 63%에 그쳤다. 백신에 대한 평가에서도 긍정비율이 전담병원 소속 노동자들은 69.6%였으나 비전담병원 소속 노동자들은 60%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코로나 대응에 모든 체계를 개편해 투입한 전담병원에 비해 그렇지 않은 비전담병원 현장이 더 혼란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담병원의 경우 일반 환자소개와 전담병상 확보, 인력이 긴급히 재배치 되는 과정에서 비교적 초기의 혼란이 있었던 것에 비해, 비전담병원은 원내 확진자 발생과 코호트 격리, 추후 민간병원의 전단병동 참여 등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지속된 체계의 변화와 지침의 변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속기관에 대한 평가에서 ▲보호구 지급 ▲매뉴얼 구비 등 사전 준비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 ▲확진자 관리·조치의 역량에서 전담병원과 비전담병원의 평가에 차이가 드러났다.

예방대응 항목인 ‘보호구 지급’에서는 전담병원이 75%의 긍정비율을 보인 반면 비전담병원은 약 66%의 긍정비율을 보인데 그쳤다. ‘매뉴얼 구비 등 사전 준비’에서도 전담병원이 70.2%의 긍정평가였던데 반해 비전담병원은 긍정비율이 약 60% 정도였다. ‘확진자 발생시 관리·조치 역량’에서도 전담병원은 70.7%, 비전담병원은 약 62%의 긍정비율을 보였다.

이처럼 정부·지자체 평가와 소속기관 평가 결과는 반복적인 감염병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고도로 훈련되고 준비된 감염병전문병원의 설립 필요성을 보여준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조사를 통해 꼭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아니더라도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보통의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훨씬 더 높은 개인 생활의 제한과 감염에 대한 높은 압박과 부담을 짊어지고 왔음을 알 수 있었다"며 "다음에도 똑같은 감염병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이들 보건의료 노동자의 육체와 정신을 재물로 삼아 우리 사회공동체를 유지할 수는 없으며, 가장 최선의 방역과 진료체계 구축은 충분한 인력의 확보에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