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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량 백신은 보건소로 방문수령" 위탁의료기관 한숨 푹푹방역당국 "모더나 공급 차질로 백신 변경되면서 한시적으로 적용"
위탁의료기관, 하루전 갑작스런 통보에 콜드체인 유지 난감

[라포르시안] #. 서울 서초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다음날 지역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수령하라는 연락을 받고 한숨부터 나왔다. 일할 직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갑자기 백신을 수령하러 보건소를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분실이나 파손이 걱정돼 직원을 보낼 수도 없고 의사 자신이 진료실을 비우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는 최근 TV에서 코로나 백신 수송을 위해 군인과 경찰특공대까지 투입돼 백신을 수송하던 장면이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3월 정부의 코로나10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이 발표한 위탁의료기관용 ‘코로나바이러스-19 예방접종사업 지침’을 살펴보면, 백신 공급은 위탁의료기관의 접종 물량에 대해 유통업체를 통해 직접 공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위탁의료기관의 백신관리 담당자가 반드시 백신이 배송되는 날짜에 맞춰 수령하게끔 하고 있다. 

출처: 코로나바이러스-19 예방접종사업 지침.

그러나 최근 방역당국이 10바이알 미만 소량 백신에 대해서 위탁의료기관이 보건소를 찾아 직접 수령하도록 하면서 백신 콜드체인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의 경우 10바이알 이상은 질병관리청에서 지정한 유통업체를 통해 위탁의료기관까지 공급한다. 하지만 10바이알 미만은 위탁의료기관이 직접 보건소로 찾아가 수령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보다 적은 5바이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보건소는 위탁의료기관에 이메일을 통해 ▲냉매가 들어있는 아이스박스 ▲디지털온도계 ▲뽁뽁이 등을 준비하고, 이동시 백신을 최대한 고정하기 위한 ‘바이알 렉’의 지참도 권장하고 있다.

백신 이동시 아이스박스 내 냉매와 백신의 직접 접촉을 피해야 하고, 백신이 박스 내부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고정하고 이동 중에는 2~8℃의 온도유지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이와 관련 윤정환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유통재고관리팀장은 "모더나 백신 도입일정이 조정됨에 따라 화이자 백신으로 변경되면서 지난 28일 도입된 물량을 접종 예정일인 8월 2일자에 맞추다 보니 신속한 배송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때문에 부득이하게 보건소를 통해서 일부 위탁의료기관이 배송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윤 팀장은 "위탁의료기관에서 보건소로 방문수령 하는 경우에는 콜드체인을 유지하도록 하고, 그에 따라서 수송용기, 냉매, 에어팩, 온도계를 사전 준비하도록 지침이나 지자체 보건소장 회의를 통해 안내한 바 있다"며 "위탁의료기관으로 직접배송이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소에서 위탁의료기관에 발송한 이메일 내용.

이에 대해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들의 불만이 높다.   

서울 서초구에서 위탁의료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A원장은 “지난주까지는 괜히 군인까지 동원해서 백신수송작전을 하더니 이젠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며 “나눠주면 끝이니까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라고 토로했다.

강남구 위탁의료기관 B원장은 “당장 내일 가져가라는 메일을 받았는데 하루 전에 통보하면 디지털온도계는 어디서 구하라는 것인가”라며 “가뜩이나 백신 접종 때문에 직원도 그만 둬서 일손이 부족한데 진료 중에 직원을 보낼 수도 없고 미치겠다”고 하소연했다.

직접 운송에 대한 고민도 크다.

또 다른 위탁의료기관 원장은 “이동 중 아이스박스 내부 온도를 2~8℃를 맞추기 위해 아이스팩 몇 개를 얼마나 오래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미리 시뮬레이션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보건소 관계자는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중앙정부가 얼마되지도 않는 양을 (위탁의료기관까지)일일이 배송하기는 어렵고 택배도 안 되기 때문에 보건소가 받아서 배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화이자 백신은 10바이알이 기준이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5바이알 미만부터 직접 수령하는 등 그때 그때 상황이 달라서 병원으로서는 갑작스레 연락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송 중 변질과 파손을 막기 위한 준비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아이스박스에 얼음만 가져오면 온도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불안하다”며 “다이소에서 3,000원 짜리 온도계라도 가져와야 수령이 가능하다. 그래야 우리도 마음이 편하고 가져가는 분도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백신 전문가들은 소량이라도 위탁의료기관까지 배송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은 “공급 지침을 만든 곳은 질병관리청이고 배송은 행정안전부가 하다보니까 혼란이 발생한다”며 “원칙은 1바이알이라도 전문 운송업체가 위탁의료기관까지 배송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백신 보관 중 냉동과 해동이 반복되지 않으면 짧은 이동 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부가 위탁의료기관을 조금 더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부회장은 “갑자기 내일 가져가라는 식으로 급하게 통보하는 방식은 잘못된 것 같다”며 “공무원들이 국민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본인들 입장에 맞춰 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안전하고 효과적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해 공무원들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의식 기자  pressmd@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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