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수(前 제주 탑동365의원 원장)

최근 제주도의 한 현직 의사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귀포의료원장 공모를 준비 중이던 고병수 전 탑동365의원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고 전 원장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제주도가 임기가 만료된 서귀포의료원장을 공모 등의 절차없이 연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가 이렇게 소송에까지 나선 이유는 또 있다. 사실 고 전 원장은 오래 전부터 서귀포의료원장 공모 준비해왔다. 다니던 병원까지 그만두고 의료원장 공모에 대비해 자료도 수집하고 의료원 발전방향 등을 꼼꼼하게 준비해 왔다. 평소 지역 거점 공공병원의 올바른 역할과 운영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덜컥 제주도가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현 의료원장의 연임을 결정한 것이다. 이런 결정에 반발해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최근 서귀포의료원장 연임이 불법이라며 법원에 임명효력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고 전 원장으로부터 이번 소송을 제기한 배경과 의료원장 공모에 참여하려는 이유, 공공병원의 역할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서귀포의료원장 임명처분 무효확인소송과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이유가 뭔가.
“현 서귀포의료원장의 임기 종료에 따라 지난 8월 의료원장 공모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해 왔다. 그러나 도는 공모를 진행하지 않은 채 지난달 22일 현 의료원장의 1년 연임을 결정했다. 전국의 모든 의료원은 원장 연임에 있어서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공모 절차를 밟도록 규정돼 있다. 공모없이 연임하는 경우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해봤더니 명백히 임명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서 의료원장 임명처분 무효확인소송과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을 내게 된 것이다. 오는 26일 가처분신청에 대한 제주지방법원의 심의가 있을 예정이다.”

- 소송을 제기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패소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은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한다. 현재 제주도 내에 850여명의 의사가 있다. 이들을 찾아다니면서 서명도 받을 계획이다. 소송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동료 의사들도 생겼다. 어려운 과정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궁금해서 묻는다. 다니던 병원까지 그만두고 의료원장 공모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본인이 의료원장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나. 

“3년 전 서귀포의료원장 공모를 했을 때도 관심이 있었지만 공무원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 때문에 공모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지난 1월 제주재활병원 개원 문제가 불거졌다. 제주도가 도내 민간 종합병원에 재활병원을 위탁하려고 했으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서귀포의료원에 위탁키로 했다. 그런데 서귀포의료원은 1년에 2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데다 재활의학과도 없어 위탁을 한다해도 답이 없는 상태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서귀포의료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특히 이번에는 의료원장 공모에 대비해 서울과 경기도내 의료원을 다니면서 의료원 활성화 방안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경영 활성화를 비롯해 진료시스템, 인력구조 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과 공부를 하다보니 지방의료원이 가진 고질적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방법적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후 수 개월에 걸쳐 서귀포의료원 발전방안을 직접 구상하게 됐다. 서귀포의료원을 정말 좋은 병원으로 발전시켜 다른 의료원에서 벤치마킹 모델로 삼을만큼 발전시킬 자신이 있다.”

- 오랜 기간 고민을 통해 마련한 서귀포의료원 발전 방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서귀포의료원의 재정상태, 인력구조 등 현재 상황을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수급 문제다. 지방의료원마다 의사를 구하기 힘들다보니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되고 이는 곧 임금인상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레지던트 파견 등을 약조받기도 했다. 이처럼 지금의 서귀포의료원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담고 있다.”

- 서귀포의료원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료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서귀포의료원은 종합병원이지만 2차 병원급 역할을 해야 한다. 도는 서귀포의료원에 심혈관센터를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도민의 요구라고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이다. 다른 병원들의 심혈관센터장들을 만나 물었더니 서귀포의료원에 심혈관센터를 짓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서귀포에서 제주대병원까지 30분이면 가는데 빨리 전원해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란 결론을 얻었다. 그보다는 서귀포의료원의 경우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를 강화해 분만병원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정형외과, 신경외과 쪽의 진료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도지사의 공약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첨단의료로만 가면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 다른 사안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이후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제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각에서는 지방의료원의 경영은 노조와의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틀렸다고 본다. 지방의료원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적인 문제로 투자를 못해 시설과 장비가 노후되다보니 지역 주민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의료원 직원들조차 가족이 큰 병에 걸리면 대도시에 있는 다른 병원을 찾는 실정이다. 지자체가 공공병원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면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 의료원 직원들의 열정도 부족하다. 환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의료진을 포함한 모든 직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친절하고는 다른 부분이다. 야간·주말진료 등을 통해 환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지자체의 지원과 의료원 내부의 혁신 의지가 맞물리면 지방의료원은 활성화 될 것이다.”

- 지방의료원장의 자질 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개인적으로 의사가 아닌 보건의료 전문가가 의료원장을 맡는 것에 대해 반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보건직 공무원은 이야기가 다르다. 병원시스템도 모르고 보건의료 분야에 창조성을 발휘하기도 어려운 보건직 공무원들이 논공행상식으로 의료원장을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예방의학자나 보건의료전문가는 자격이 있다. 오히려 의사보다 더 잘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북부병원의 권용진 원장이 대표적인 예다. 병원 시스템을 모르는 의료원장은 의료원이 나아갈 방향성을 주도할 수 없다.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의료원장을 맡아 지역에 적합한 의료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 공공의료, 혹은 공공병원이 추구해야 할 역할은 뭔가.

“우리나라에서의 공공의료는 난감한 부분이 많다. 특히 민간의료를 기반으로 공공의료를 실현하려다 보니 부적절한 부분이 많이 생긴다. 의료 자체가 공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지역 내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공공의료다. 민간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종별 역할에 충실하면서 공공의료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나 지자체는 그 정도 지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중앙정부는 수가 개선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며 지자체는 각 의료원이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 진주의료원에 대한 국정조사 보고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가능할 것 같나.

“진주의료원 문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의지대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개원은 어려울 듯 싶다. 진주의료원이 도심과 거리가 멀고 이미 지역내 민간의료기관이 많이 들어서 있다는 점도 재개원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폐업에 따른 진주 지역내 공공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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