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 노동자 '코로나19와 싸운 1년' 수기집 발간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 공공의료·인력 확충 지금이 골든타임”

[라포르시안] "처음 입어보는 방호복. 사전에 유튜브 검색을 통해 입는 순서를 보고 또 보고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하고 들어갔지만 막상 올라가니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았다. 결국 벽에 붙어 있는 ‘방호복 입는 순서’를 보고 따라 입었다. 긴장이 배가 돼 더욱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숨을 쉬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사랑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보고 싶었다. 제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집에 돌아 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엄마 씩씩하게 잘 싸우고 돌아갈게!’ 어느 순간 온 몸은 땀범벅 이었고, 고글에 습기가 차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떨리는 첫 검사는 이렇게 끝이 났다. 혹시나 실수 한건 없었을까, 방호복을 제대로 입은 건 맞았을까 끝나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아이들은 엄마 잘 싸우고 왔냐고 내게 달려와 안기려 했지만 난 안아줄 수 없었다." - 「 ‘무슨일이고?’ 노모은, 조선대학교병원지부. <코로나와 싸우 1년 우리들의 땀과 눈물> 수기집 중에서」

1년 넘게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 유행에 맞서 싸우고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절절한 심정을 담은 수기집이 나왔다.

전국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최근 코로나19와 맞서 방역 대응에 고군분투하는 병원 현장 조합원들의 땀과 눈물의 목소리를 담은 수기집 '코로나와 싸우 1년 우리들의 땀과 눈물(신국판 형 160여쪽, 비매품)'을 제작해 발행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수기집에는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익명, 공공병원지부)'를 비롯해 4편의 우수상 작품과 20편의 입선 작품이 실렸다. 

응모작은 부족한 인력으로 코로나19 유행에 맞서 싸우면서 겪었던 어려움, 대다수 병원 현장에 만연해 있는 PA(진료보조인력)제도 심각성, 부실한 공공의료 체계 문제점, 교대근무 어려움 등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보건의료 현장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담았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 10일부터 6월 15일까지 '코로나19와 싸운 1년, 우리들의 땀과 눈물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조합원 체험수기 공모 사업을 진행했다. 

체험 수기는 ▲코로나19 1년 의료현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의사, 약사 등의 인력 부족 및 의료인간의 불명확한 업무범위로 인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불법(무면허)의료 실태 ▲직종별 현장인력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과 문제점 ▲교대근무(야간)노동자로서 어려움과 고충 ▲생명, 안전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의료현장의 고충과 문제점 등 5가지 주제를 대상으로 공모했다. 최공 마감 결과 총 59편의 원고가 접수됐다. 

보건의료노조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이 심사를 맡았고, 최우수상 1편(상금 100만원), 우수상 4편(각 50만원), 입선 20편(각 10만원)을 선정했다. 참가자 전원에게 2만원을 별도로 지급했다. 

선정된 작품 중에서 최우수상, 우수, 입선작 등 모두 25편을 수기집에 수록했다. 병원산업 특성상 환자 정보나 응모자의 불이익 등을 고려해 자료집에는 가명을 사용하거나 사업장을 익명 처리한 작품도 있다. 수기 특성을 고려해 분명한 오자와 빠진 글자, 아주 어색한 표현만 수정한 것 외에는 최대한 응모자가 제출한 원문을 그대로 실었다.
 
"국민들은 코로나19 진료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덕분에를 외친다. 하지만 의료진은 엄지발가락이다. 가장 힘든 곳에서 그리고 가장 아래에서 세상이 무너지지 않게 코로나의 최전방을 떠받치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게 지지하고 있는 엄지발가락이다." - 「‘수많은 내일이 완벽하게 오고 있는 길이 있다’ 심보화, 부산대학교병원지부. <코로나와 싸우 1년 우리들의 땀과 눈물> 수기집 중에서」

보건의료노조는 이 수기집을 전국 200개 산하 지부에 배포했다. 이후 국회의원 및 시민사회단체 등에 배포해 코로나19와 싸운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실상을 알리고, ‘코로나19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을, 공공의료·인력 확충 지금이 골든 타임’임을 강조하며 인력확충과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관련 기사: 재확산 우려 커지는데...인력부족·임금체불에 전담병원 떠나는 간호사들>

일부 수기 내용을 활용해 만화와 영상으로 제작, 보건의료노조 2021년 주요 산별교섭 요구를 알리는데도 사용할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조합원 수기 공모사업을 실시한 건 산별노조 창립 이후 처음이다. 보건의료노조 전신인 전국병원노동조합연맹 시절인 1996년 ‘제1회 병원노동자 글사진 공모전’을 실시해 자료집 ‘민들레처럼’을 발행한 적은 있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보건의료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교대근무제 개선과 주4일제 시행,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고용보장,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확충, 산별교섭 제도화를 요구하며 산별중앙교섭과 대정부 교섭을 벌이고 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9월 2일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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