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애(세계의료정보학회 차기회장,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학장)

지난 1974년 설립된 세계의료정보학회(IMIA)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정보과학 및 정보기술의 활용과 관련분야 교육, 연구활동 증진을 위해 설립된 학회다. 이 학회에는 6개 대륙에서 59개 국가가 정회원으로, 31개 국가가 준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제14회 IMIA 학술대회에서 차기회장으로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박현애 교수가 선출됐다. 학회 설립 간호사 출신 회장이 선출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차기회장으로 선출된 박현애 교수를 만났다. 


- 세계의료정보학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세계의료정보학회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정보과학과 정보기술의 활용, 관련 분야 교육 및 연구 활동 등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지난 1974년 설립된 학회다. 쉽게 말해 보건의료분야에 어떻게 정보통신을 접목시킬 수 있을지를 연구해 최신 지견을 교류하고 이를 교육하는 학회로 보면 된다. 학회에서는 국제학술대회 개최, 연보 및 전문학술지 발간 등의 활동을 주로 하고 유전체, 데이터마이닝 등 의료정보와 관련한 전문가들이 모인 24개의 분과를 통해 최신 지견을 교류하는 역할도 함께하고 있다.”

- 의료정보화가 의료기관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의료기관에서 종이차트나 엑스레이 필름 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환자의 모든 진료정보가 전산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이 의료정보학이 의료기관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임상현장에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 모바일헬스를 통해 환자가 자신의 질병기록을 열람할 수도 있고 담당 의료진과의 연결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해졌다. 이처럼 의료기관과 정보통신이 융합되면서 환자의 검사 결과와 과거 병력 등을 의료진이 환자의 질병사례를 검색하고 연구 자료로 사용하는 것이 쉬워졌고 이는 개인맞춤형 의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정보학이 발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교육할 수 있는 인력과 연구자가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자의무기록시스템 등을 외국과 비교해보면 의료정보와 관련한 학문과 시스템은 상당히 앞서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그만큼 의료정보를 연구하는 인력과 이를 교육할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의사의 전문 분야 중 하나로 의료정보가 있고, 그들은 교육을 통해 관련 전문의가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있는 전문의가 의료정보와 관련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는 정도로 열악한 실정이다.”

- 국내 의료정보 관련 연구나 논문을 외국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그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학회장을 맡다보니 영어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논문의 연구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문법적으로 어색할 경우 논문의 질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관행을 점차적으로 없애 국내 연구학술 활동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도록 할 것이다.”

-최근 의료정보학 분야 중에서 간호정보학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환자와 가장 가까이서 지내는 의료인은 간호사다. 의사는 회진 때 잠깐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지만 간호사는 매시간 환자와 함께 생활하며 환자의 상태를 의료정보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간호 인력에게 의료정보는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어 이슈로 떠오르는 것 같다. 게다가 세계의료정보학회 안에서도 간호사가 의료정보를 이용하고 구축하는 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 의사보다는 간호사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간호정보학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간호사들이 의료정보 프로그램 개발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개발사의 CEO를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도 간호사가 직접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거나 입사하는 등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의료정보 관련 분야로 진출하고 의료정보시스템을 갖춘 의료기관에 진출한 간호사의 빠른 적응을 위해 간호대학 학부에서 간호정보학을 필수과목처럼 생각해 가르치고 있다. 또 관련 대학원을 설치해 교육을 담당하는 인력도 양성 중이다.”

-오는 2015년부터 2년 동안 임기가 시작된다. 가장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싶은 과제는.

“아시아인으로서는 일본,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 여성으로서도 세 번째, 그리고 간호사로서는 최초의 학회장이다. 차기 학회장으로 선출된 배경에는 아시아, 여성, 그리고 간호사로서의 역할을 기대한 것 같다. 우선적으로 오는 2017년 중국 북경에서 개최될 제16차 세계의료정보학회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다학제 분야에서 모든 분야가 융합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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