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한국적 의권 개념 분석과 발전 방향' 보고서 발간

지난 2018년 11월 11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전국의사 궐기대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정문 앞으로 행진해 감옥에 갇히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11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전국의사 궐기대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정문 앞으로 행진해 감옥에 갇히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의권'은 법적으로 권리주체가 의료에 관한 통제권 또는 결정권을 가진다는 의미로 정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한희진 고려대의대 인문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최근 '한국적 의권(醫權) 개념의 분석과 발전 방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의료계에서 사용되어온 ‘의권’이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고 보장받을 권리라는 의미와 임상적 자율성과 의학전문직업성에 근거한 자유재량권이라는 의미가 혼재된 채로 사용되면서 의료계와 사회 전체에 혼란을 야기해왔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런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논의되어 온 ‘의권’의 개념을 분석하고 향후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연구팀는 지금까지 언론에서 사용된 ‘의권’의 개념을 분석하기 위해 2020년부터 20년간 관련 온라인 기사 2,415건을 검토하고, 의약분업과 같은 중요한 이슈별로 살펴봤다. 

또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의권 개념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시대순으로 분석했다. 해외에서 의권의 개념과 유사한 임상적 자율성(clinical autonomy)을 살펴보기 위해 영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일본 등의 사례도 조사했다. 

그 결과 서구의 임상적 자율성은 의학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과 연결돼 직업적 자율성(professional autonomy)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이런 자율성 개념은 법적 차원에서, 의사와 공권력과의 관계가 아니라 의사의 진료 상황에서의 임상적 결정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의료의 역사는 직종 내부에서 자율 규제 필요성에 대한 자각 부재와 강력한 사회적 요구를 경험하지 못한 채 집단적 전문직업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편집국에서] ‘의권천부설’, 한국 의사사회의 낯뜨거운 기억>

현재 국내에서 의권과 더불어 ‘진료권’이나 ‘의료권’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긴 하지만 이 모두 법적 개념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권리’ 개념에 대한 일반적 학설에 따라 권리는 권리자의 선택권 혹은 통제권의 존재를 권리의 본질적인 징표로 여길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권리의 근거를 자율성의 보호에서 찾고 있어 법적으로 '의권'은 권리주체가 의료에 관한 통제권 혹은 결정권을 갖는다는 의미로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적 의권의 발전 방향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사회는 전문직 단체에 전문직 수행에 대한 자주권을 부여하고, 전문직 단체는 업무상 자율적이고 윤리적인 판단과 자율 규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의사에 대한 면허 부여, 유지 및 관리 등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전문직 주도의 기관에서만 가능하며, 의료 규제라고 명명되는 일련의 활동은 면허 기구에서 담당하고 국가는 이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한국적 의권의 발전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그동안 의료계에서 폭넓게 사용해온 의권의 개념을 명확히 되짚어봄으로써 의권이 올바른 방향에서 제대로 정립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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