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 '장애인의 코로나19 경험과 문제' 연구결과
돌봄중단에 코로나19 관련 정보 찾기 힘들어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정례브리핑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로 동시통역을 하는 수어통역사의 모습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정례브리핑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로 동시통역을 하는 수어통역사의 모습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 장기화 속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건강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장애인은 건강문제가 발생하거나 악화되더라도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은 비율이 비장애인에 비해 크게 낮았다. 

국립재활원(원장 이범석)은 코로나19가 장애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장애인의 코로나19 경험과 문제점' 연구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에 취약한 장애인 대상으로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삶의 변화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했다. 조사는 장애인 2454명과 비장애인 999명을 대상으로 작년 11월 9일부터 12월 6일까지 4주간 실시했다. 조사는 온라인 및 서면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대상자를 보면 장애인은 남성(58.6%)이 여성(41.4%)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50대(25.7%), 40대(17.9%), 60대(17.2%) 순이었다. 최종학력으로는 고등학교 졸업이 34.9%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43.8%였으며, 1인 가구는 23.7%로 나타났다.

비장애인 조사대상자는 남성(51.0%)이 여성(49.0%)보다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50대(23.3%), 40대(22.4%), 30대(19.1%) 순으로 많았다. 최종학력으로는 대학(전문대 포함)졸업이 68.4%로 가장 많았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60.2%이었고, 1인 가구는 11.5%를 차지했다. 

조사대상자의 장애 특성은 지체장애가 3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청각장애(21.8%), 지적장애(12.9%) 순이었다.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75.8%였고, 17.5%는 중복장애가 있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신체적 건강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새로운 건강문제가 생기거나 건강이 악화된 비율은 장애인(14.7%)이 비장애인(9.9%)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건강문제로 진료를 받은 비율은 장애인(36.8%)이 비장애인(52.5%)보다 낮아 의료접근과 이용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에게 새롭게 발생 및 악화된 건강문제는 근골격계 증상 및 질환 36.6%, 정신 질환(우울증, 공황장애 등) 27.3%, 당뇨병 10.1% 순으로 높았다. 

장애유형별 발생 및 악화된 건강문제는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신장장애에서 근골격계 증상 및 질환이 각각 47.1%, 57.1%, 52.4%, 53.8%로 가장 높았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정신장애에서는 정신 질환(우울증, 공황장애 등)이 각각 36.1%, 54.3%, 60.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비장애인에서 발생 및 악화된 건강문제는 근골격계 증상 및 질환 43.4%, 정신 질환 36.4%, 호흡기 15.2% 순으로 나타나 다소 차이를 보였다.

정신건강 부문에서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걱정한다(매우 많이 걱정됨+걱정됨)'고 답한 비율은 장애인(79.5%)이 비장애인(75.1%)보다 4.4%p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수면시간이 감소(많이 감소+다소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도 장애인(23.6%)이 비장애인(14.4%)보다 9.2%p 높았다. '외로움을 느낀다(매우 많이 느낌+느낌)'고 답한 비율도 장애인(44.6%)이 비장애인(36.1%)보다 8.5%p 높았다. '외로움을 매우 많이 느낀다'고 답한 비율도 장애인(16.7%)이 비장애인(5.9%)에 비해 10.8%p 높은 수준을 보였다. 

'불안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장애인(60.0%)이 비장애인(61.9%)보다 1.9%p 낮았으나, '매우 많이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장애인(27.2%)이 비장애인(13.9%)보다  13.3%p나 더 높았다.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 역시 장애인(38.2%)이 비장애인(40.1%)보다 1.9%p 낮았으나, 매우 많이 느끼는 비율은 장애인(13.1%)이 비장애인(6.6%)과 비고해 6.5%p 차이를 보였다. 

돌봄서비스부문에서는 전체 장애인 중 32.0%가 돌봄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으며,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 중 18.2%가 코로나19로 인해 돌봄이 중단된 경험이 있었다. 그 이유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감’(44.1%),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워서 기피’(21.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돌봄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어려움은 ‘가족의 돌봄 부담이 늘어남’(58.7%), ‘외출이 어려움’(36.4%), ‘식사준비 어려움’(25.9%) 순으로, 사회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일상생활에서도 문제를 겪고 있었다.

삶의 만족도 부문에서는 코로나19 전·후 삶의 만족도가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장애인(44.0%)이 비장애인(34.6%)보다 1.3배 높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의 만족도가 불만족(매우 불만족+불만족)이라 답한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비장애인(23.4%)이 장애인(13.8%)보다 높았으며, 코로나19 이후에도 비장애인(46.4%)이 장애인(42.9%)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전·후의 차이는 장애인(29.1%p)이 비장애인(23.0%p)보다 높아 장애인의 삶의 만족도 감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우 불만족’ 비율은 코로나19 전·후 차이가 장애인(7.9%p,  3.5배)이 비장애인(4.7%p, 2.1배)보다 더 높았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외출 시 위험을 느끼는 비율은 장애인(81.3%)이 비장애인(76.0%)보다 5.3%p높게 나타났으며, ‘매우 위험함’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장애인(35.6%)이 비장애인 (11.5%)에 비해 3.1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의 예방수칙 준수율이 가장 낮은 항목은 ‘소독하기’(79.3%), ‘거리유지하기’(80.3%), ‘눈·코·입 만지지 않기‘(83.6%)순이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준수율이 낮은 항목은 ’기침 시 입과 코 가리기‘(88.8%)와 ’마스크 착용하기‘ (96.5%) 등이었다. 

장애인이 예방수칙을 지키지 못한 이유는 신체장애로 인한 혼자 손씻기, 소독하기 등 개인위생 실천의 어려움, 돌봄종사자(활동보조인 포함)와의 밀접접촉, 인지능력 저하로 인한 예방수칙 준수 어려움,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반응 및 불편함 등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관련 정보 습득 부문에서는 본인에게 필요한 정보습득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장애인(22.4%)이 비장애인(18.2%)보다 높았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얻는데 어려웠다고 응답한 장애인 중, 어려움을 겪은 이유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찾는 방법을 모름’이 46.1%로 가장 많았다. ‘이해하기 쉬운 그림, 영상 등을 통한 안내서비스 부족’(35.0%), ‘수어통역 미비 및 화면해설 서비스 부족’(23.2%) 순으로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삶의 만족도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장애정도, 성별, 선별검사, 감염우려, 외로움, 불안, 우울감 등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은 심하지 않은 장애인에 비해 코로나19 이후 삶의 만족도 감소 위험이 1.3배 높았고, 여성이 남성에 비해 삶의 만족도 감소위험이 1.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호승희 건강보건연구과장(연구책임자)은 “이번 연구는 장애인의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코로나19에 대한 영향을 조사하고 이를 비장애인과 비교 분석한 것으로, 코로나19 이후 장애인은 건강문제 악화, 외로움, 불안, 우울감, 돌봄서비스 중단 및 정보습득의 어려움 등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고통을 겪으며 삶의 만족도가 크게 감소했다"며 "감염병 시대의 질환 예방과 건강관리를 위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자가관리 프로그램의 개발 및 실용화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재활원은 코로나19로 건강관리가 어려운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건강증진을 위한 재활 교육용 동영상 자료를 국립재활원 누리집 자료실(www.nrc.go.kr) 및 유튜브 채널에서 제공하고 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