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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데, 더블듀티, 이브데이...간호사 떠나게 만드는 '헬 듀티'보건의료노조, 의료기관 야간교대근무 실태조사
불규칙한 3교대근무제에 갑작스런 근무표 변경
"지속가능하지 않은 병원 교대근무제 개편해야"

[라포르시안]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7년 지속적인 야간 작업이 유방암과 같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야간작업을 2A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야간작업과 마찬가지로 2A군 발암물질로 지정된 건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와 무기 납화합물이다. 야간 근무가 그만큼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한다는 의미이다.

병원은 환자 건강과 생명을 담당하는 업무의 특성상 24시간 근무가 불가피히다. 그러다 보니 간호사는 D번(낮근무), E번(저녁근무), N번(밤근무) 등 3교대 근무가 교대로 이어지는 불규칙한 근무표가 적용된다.

특히 의료현장 간호사들은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 속에서 '나오데(나이트→오프→데이 근무)나 더블듀티(데이+이브닝, 두 타임 연속 근무)나  ‘이브데이(이브닝→데이)’ 등 무리한 근무표에 시달리고 있다.

불규칙한 근무 방식은 생체리듬 파괴, 수면 부족과 불면증, 소화 불량 등의 위장장애, 암을 포함한 각종 질병 유발, 대인관계 단절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의 어려움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 노사는 단체협약에 교대근무자 보호 조항으로 월 야간근무 개수 제한, 연속근무일수 제한, 근무와 근무 사이 휴게시간 보장, 야간근무 후 최소 휴식시간 보장, 파행근무표 편성 금지, 확정된 근무표(번표) 변경 금지, 밤근무에 따른 수면휴가 보장 등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교대근무자 보호조치가 병원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은 조합원이 조직돼 있는 의료기관 102곳에 대해 야간교대근무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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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를 보면 교대근무자 보호조치가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거나, 이행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근무표(번표)가 확정됐지만 갑자기 변경되는 사례가 많았다. 근무표 변경 이유는 ▲병가, 조사, 청원휴가, 예정되지 않은 갑작스런 사직, 사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자나 자가격리자 발생, 임신사실 확인, 분만, 부서이동, 인사발령 ▲의사의 스케줄 변화 ▲갑작스런 이식환자 발생 등이었다.

이런 경우 외에 환자나 각종 검사건수가 감소했다는 이유로, 또는 입원환자가 입원을 취소했다는 이유로 당일 근무표를 갑자기 변경해 휴가(응급OFF)를 강제로 부여하는 사례도 있었다.

충청도에 있는 A사립대병원 노동자는 “병동이나 중환자실 환자수가 적으면 응급OFF를 부여해 쉬게 하고, 나중에 개인 연차휴가로 처리한다”고 응답했다. 이 경우 원하지 않는 연차휴가를 강제로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연차휴가 소진을 촉진하기 위해 근무표를 갑자기 변경하는 사례도 있었고, 고연차·중간 연차·저연차의 연차 분포를 위해 근무표를 변경하는 사례도 있었다.

황당한 응급OFF 사례가 많았다. 조사에 참여한 병원 노동자들은 아무 예고도 없다가 출근길에 갑자기 '환자가 줄었으니 오늘 나오지 마라', '오늘 환자 없으니 출근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다시 향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환자수에 비해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당일이나 하루 전날 연락해 근무인원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었고, 환자 중증도가 낮다는 이유로 응급OFF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충남에 있는 B지방의료원처럼 경영악화를 이유로 근무자수를 줄이면서 응급OFF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었고 강원도 C지방의료원은 명절연휴에 입원환자가 줄거나 진료의사가 2일 이상 휴가를 가면 응급OFF를 부여하고 연차휴가를 소진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남권 D국립대병원의 경우 병상가동률이 50% 이하일 때 응급OFF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노사 교섭을 통해 응급OFF를 금지하고 있는 곳도 있고, '병동환자 단기간 감소를 이유로 다음날 병동 근무표상 인력을 변경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곳도 있었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선 환자수 증감을 이유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시기에 강제로 연차휴가를 소비시키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었다.

응급OFF로 인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실태조사 결과 ▲본인 동의하에 변경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동의를 강요하는 것이다 ▲개인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고 사실상 통보하는 식이다 ▲응급OFF는 온전한 OFF라 볼 수 없다 ▲반강제적인 연차휴가 소비 수단이 되고 있다 ▲개인 일정의 변경과 사생활 침해 ▲계획을 취소하거나 포기해야 하므로 삶의 질 저하 및 사기 저하 ▲연차휴가가 필요하거나 아플 때, 쉬고 싶을 때 정작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등 여러 문제를 초래했다.

응급OFF는 개인적 어려움만이 아니라 ▲같이 근무하는 근무자들의 업무량 증가 ▲피로도가 높은 상태에서 업무를 하게 되어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 발생 ▲불규칙한 수면과 생활 패턴 ▲근무표를 숙지하지 못해 출근 오류 발생 ▲근무조의 업무역량 조절 어려움 ▲업무과중 발생 ▲파행근무 발생 ▲간호서비스의 질 저하 ▲응급상황 대처 미흡 등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병원 노동자들은 "간호인력 부족을 이유로 근무조당 일하는 간호사를 줄여 근무표를 짜고 반강제적으로 휴가사용을 강제하는 바람에 업무는 과중되고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연차휴가 사용을 수간호사가 임의로 강제하거나, 장기근속자 위주로 근무표를 작성하다 보니 신규간호사나 저연차 간호사들에게 근무 신청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도 높았다.

불규칙한 근무에 시달리고 있는 병원의 교대근무자들은 잦은 근무표 변경에 대해 '근무표 작성을 부서장이 권력처럼 휘두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거나 '상급자가 스케줄 변경을 임의로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원 발생 시 대체할 수 있는 여유 인력이 필요하다'거나 '최소한 환자수 감소로 인한 반강제적 OFF(휴가) 강요는 없어야 한다', '안정적인 업무환경, 안정적인 인력운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교대노동자 보호조치로 시행되고 있는 수면휴가(sleeping off)제도를 인력을 충원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병원들은 월 밤근무 개수가 일정 횟수(예 : 5회, 6회, 7회, 8회 등)에 도달하면 1일의 수면휴가를 부여하고 있었다. 월 단위로 계산하는 곳도 있었지만, 월과 관계없이 밤근무 개수가 누적되어 일정 횟수에 도달하면 1일의 수면휴가를 부여하는 곳도 있었다.

이 같은 수면휴가제도 또한 시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누적이 아니라 월 야간근무 7개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수면휴가를 부여하고 있어 실제 적용사례가 많지 않아 수면권 보장 의미가 없다”는 응답이 나왔다. “수면휴가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근무표에 개인당 야간근무를 월 7개씩만 작성한다”, “수면휴가를 주지 않기 위해 야간근무수를 조절한다”는 사례도 드러났다.

수면휴가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인천 E사립대병원에서는“야간근무를 줄이려는 노력 대신 수면휴가를 발생시키면서 인력이 부족한 부서에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응답자는 “병원측이 인력을 증원하는 것보다 수면휴가를 1개 더 주는 것이 이익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건의료노노는 "병원 노동자들은 불규칙하고 예측가능하지 않은‘최악의 교대근무제’로 인해 가장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그나마 노사합의로 마련한 야간교대근자 보호조치들은 환자증감과 인력부족을 이유로 무용지물이 되고 있고, 교대근무자들은 갑작스런 근무표 변경과 원치 않는 강제휴가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열악한 야간교대근무제는 간호사들이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이나 철도산업 현장처럼 3교대 근무제도를 규칙적이고 지속가능한 교대근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는 기존의 3교대 근무제도를 탈피해 낮고정 근무, 저녁고정 근무, 낮-저녁 근무, 낮-야간근무, 저녁-야간 근무, 야간전담, 2교대제 등 7가지 근무제를 도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처럼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열악한 근무제도 변화를 위한 모색이 활발한데도 병원의 교대근무제는 제자리걸음"이라며 "늦어도 많이 늦었다. 최악의 병원 3교대 근무제도를 규칙적이고 지속가능한 교대근무제로 개편하기 위한 작업은 당장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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