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폐가 서서히 굳어지는 폐섬유화 현상. 이를 앓게 되는 질병을 일컬어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김영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김영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여기서 ‘섬유화’란 굳는 것을 의미한다. 신체에 상처가 생기면 낫는 과정 가운데 상처 부위가 딱딱해지듯 폐섬유화 역시 폐가 어떠한 이유로 손상을 받은 후 치유되는 과정에서 남는 상처라고 할 수 있다.

권위자로 알려진 김영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에게 폐섬유화 질환의 치료방법을 들어보았다.

특발성 폐섬유증이란?

대부분 폐섬유화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은 석탄가루를 장기간 흡입하기 때문이고, 돌가루가 많은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공중에 흩날리는 돌가루를 많이 마시다보니 폐질환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간혹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이야기한다. 

김영환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정확히 이야기하려면 간질성 폐질환부터 알아야한다”고 언급했다.

신체의 호흡기 구조를 살펴보면 기도·기관지·폐포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폐에서 공기가 지나가는 길의 마지막 부분인 폐포, 즉 허파꽈리와 허파꽈리 사이를 ‘사이간’ 자를 사용해 ‘간질’이라고 부른다. 간질성 폐렴이란 간질에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여기에는 150가지 이상 질환이 있다.

이 다양한 질환을 앓는 과정에서 간혹 폐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폐섬유증은 간질성 폐렴 증상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환경적·직업적 원인 있지만 확실히 단정할 순 없어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의 폐질환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폐는 외부 공기를 들이 마시는 기관이기 때문에 환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디서 생활하는지, 그곳의 환경이 어떤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서양 사람들은 새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보니 새의 분비물 등을 공기 중에 들이마시면서 폐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우 원인을 알고 있으니 거기에 맞는 치료를 하면 되지만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게 큰 어려움이다.

이 때문에 ‘극희귀질환’으로 불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진단을 받는 과정이 쉽지 않아 진단과정에서부터 크게 지치기도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앞서 사례를 든 모든 가능성이 원인이 아님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지난하고 길게 느껴진다.

김영환 교수는 “간혹 유전적 요인에서 원인을 찾는 환자도 있지만 유전적 소인이 원인이 돼 가족 내에서 다수 발생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빈도는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가족 가운데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가 있다고 해서 유전될 확률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일부는 유전성이 있다. 하지만 빈도가 굉장히 낮다. 즉, 유전성인 특발성 폐섬유증도 없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특발성 폐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를 1,000명 이상 만났지만 그 중 가족력이 있는 케이스는 10여건이 채 안됐다.”

특정한 원인을 찾기 어렵지만 한 가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존재한다. 바로 흡연이다.

김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의 위험인자로 잘 알려진 요인이 흡연”이라며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특발성 폐섬유증 발병률이 2배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하는 필수 의학적 기준은 흉부 CT 촬영소견 및 폐기능 검사 소견이다.진단이 확실하지 않을 때에는 폐조직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김영환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행성이다. 완치가 없다. 과거 미국의 교과서를 보면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평균 생존율을 약 3~4년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과거 이야기"라며 "증상이 나오고 나서야 병을 진단할 수 있었던 시절의 통계이기 때문에 지금은 이보다 생존기간이 더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국내에서는 환자 생존율이 더 높다. 특발성 폐질환 환자의 전 세계 평균 생존율이 4년 내외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7~8년 정도다. 국내에서는 건강검진을 많이 시행해 초기 발견이 많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특발성 폐섬유증, 약물치료로 진행속도 늦출 수 있어

김영환 교수에 따르면 특발성 폐섬유증은 일반적으로 수술로 치료하는 질환은 아니다.

수술적 치료는 질환 말기나 산소치료를 하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단계에서 선별적으로 하는 폐 이식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 외의 통상적 치료방법은 항섬유화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2013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두 종류의 약물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사용하면 폐섬유화 속도를 50% 가량 낮출 수 있다.

김영환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완치할 수 없는 질환이지만 약물치료로 진행을 억제할 수 있고, 또 많은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며 "환자들도 낙심하지 말고 전문의와 만나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