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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떠나는 간호사들...'노동력 갈아 넣기'로 양질의 간호 불가능보건의료노조, 2020년 간호사 이직률 조사
지방병원·중소병원 이직률 40% 넘는 곳도
"병원에 남는건 가정경제 책임져야 하는 '생계형 간호사'뿐" 자조
한 대학병원 병동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간호사 이직률은 병원내 다른 직종과 비교해 늘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경력 1~3년 저연차 간호사를 중심으로 이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불합리한 신규 간호사 교육제도 등 이유야 여러 가지다.

간호사 이직률은 지방 병원과 민간 중소병원에서 훨씬 더 높은 실정이다. 민간 중소병원에서는 한 해 동안 전체 간호사의 절반 가까이 병원을 떠나는 곳도 있다. 심지어 수도권에 있는 사립대병원에서도 작년 한 해 간호사 이직률이 30%에 육박했다.

간호사 이직률이 20~30%에 달하는 병원은 간호인력 부족이 상시화한 상태다. 문제는 처음에는 저연차 중심으로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지만 인력충원을 하지 못해 간호업무 부담이 계속 가중되면 결국 숙련도가 높은 경력직 간호사마저 떠나게 된다. <관련 기사: 간호사 '사직 순번제'는 옛말, '응급사직'까지...병원은 어쩌다가>

이렇게 경력직 간호사가 빠져나간 자리는 저연차 신규 간호사로 메운다. 간호업무 숙련도가 떨어지는 신규 간호사로 인해 업무부담이 늘어난 선배 간호사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결국 '태움(괴롭힘)'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규 간호사 중 상당수는 이런 업무환경을 견디지 못해 병원을 떠나고 간호인력난은 더 심해진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은 조합원으로 조직돼 있는 의료기관 102곳을 대상으로 2020년 간호사 이직률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직률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지역 A군립병원으로 간호사 11명 중 5명이 퇴사해 이직률이 45.5%였다. 다음으로 이직률이 높은 곳은 민간중소병원으로 서울 B병원이 간호사 175명 중 75명이 퇴사해 42.9%를, 경기 C병원이 간호사 86명 중 30명이 퇴사해 34.9%를, 인천 D병원이 간호사 249명 중 86명이 퇴사해 34.5%의 높은 이직률을 기록했다. 

표 출처: 전국보건의료노조

병원 특성별로 1위에서 5위까지 간호사 이직률이 높은 순서대로 보면 민간중소병원이 22.6%~42.9%까지 가장 높았다. 지방의료원과 지방 사립대병원도 이직률이 각각 17.6%~22.7%, 14.9%~28.3%로 높은 이직률 수준을 보였다.

인원수를 기준으로 간호사 이직률이 가장 많은 병원은 인천에 있는 E사립대병원으로 지난해 간호사 1,500명 중  425명이 퇴사했다. 다음으로 인천 F사립대병원이 간호사 1,692명 중 252명이 퇴사했고, 대전에 있는 G사립대병원은 194명의 간호사가 작년 한 해 동안 퇴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이직률이 50%라는 건 2020년 한 해에만 간호사 절반이 그만뒀다는 것이고, 33%면 1/3이, 25%면 1/4이, 20%면 1/5이 그만뒀다는 것으로 병원의 간호사 이직률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며 "규모가 비교적 큰 사립대병원이라고 하더라도 병원 한 곳에서 1년에 간호사가 수백명씩 퇴사했다는 것은 매년 엄청난 규모의 간호사 이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직종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현장에서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성, 협업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직률이 이렇게 높다는 건 그만큼 환자안전과 간호서비스 질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간호사면허 소지자 39만 5000여명 중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19만 3900여명으로 절반도 되지 않는 49.1%에 불과하다.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3.5명으로 OECD 평균(7.2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 병동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평균 환자수는 16.3명으로 미국(5.3명)·스위스(7.9명)·영국(8.6명)에 비해 2~3배 더 많다. 병원내 간호사 인력부족과 열악한 근무조건이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노동력 갈아넣기' 식으로 제공되는 간호서비스가 환자에게 양질의 돌봄일 리 없다. 실제로 간호사 1인당 돌보는 환자 수가 적정인력을 유지할 경우 환자 사망률이 크게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관련 기사: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줄였더니 더 많은 죽음을 막았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사직서를 내는 게 간호사의 꿈이 됐고, 병원에 남는 건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생계형 간호사'뿐이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번졌다. 

간호인력난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명확하다. 간호사 인력확충과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이다. 병원이 적정 간호인력을 확충하도록 간호사 적정인력 배치기준을 강화해 법에 명시하고, 의료기관이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높은 간호사 이직률을 해소하기 위한 인력정책으로 올해 산별교섭에서 ▲직종별 인력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적정인력기준 마련 ▲실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수 기준으로 간호등급제 개선 ▲의사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불법의료 근절 ▲규칙적이고 지속가능한 야간교대근무제도 모델 마련과 시범사업 추진 ▲야간교대근무자 노동시간 단축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복지부에 의료인력정책과와 간호정책과가 신설된 만큼 높은 간호사 이직률을 해소하기 위한 실효성있는 인력정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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