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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좌담회-3] 식약처는 왜 FDA처럼 일하지 못 하냐고?<라포르시안-의료기기산업협회> ‘포스트 코로나 의료기기산업 발전’ 심층좌담회 공동주최
‘정밀의료·동반진단’ 산업화 시급…전문성 확보한 식약처 전담부서·인력수급 선행과제

라포르시안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지난 4일 ‘포스트 코로나19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심층좌담회’를 협회 대회의실에서 공동주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보고서가 분석한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공 요인과 그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체외진단산업계 및 규제기관의 대응과 성과를 살펴보고, 체외진단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했다.

황선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IVD(체외진단의료기기)위원회 간사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좌담회는 주광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이남구 IVD위원장, 이진휴 협회 감사, 정희석 라포르시안 취재부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본지는 좌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사진 김지선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기자, 정리 최소현 인턴기자> [편집자주]

[특별기획 좌담회-1] 미 FDA가 분석한 ‘K-방역’ 성공 요인은?

[특별기획 좌담회-2] 코로나 위기서 빛난 K-진단키트…합리적 규제·선제적 투자로 '결실'

[라포르시안] 황선빈 간사: 주광수 고문께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안전국장 재직 시절 의약품·의료기기·공산품으로 관리되던 체외진단제품을 의료기기로 일원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주광수 고문: 식약처 의약품분야에 있을 때 상황을 돌이켜보면 임신진단용시약 등은 약사법 법령으로 관리됐다. 진단시약은 식약처 내 공산품이나 수입검사실과에서 담당했다. 다만 진단시약은 수입통관 어려움 때문에 약사법에서 예외적으로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표준통관예정보고(EDI) 업무를 수행했다.

과거만 하더라도 지금의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기기·장치는 시설장비과에서, 나머지는 약정국에서 담당했다. 개인적으로는 2011년 2월 의료기기안전국장에 부임하면서 의료기기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업무 파악을 하면서 2003년 의료기기법이 만들어지고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료기기 용어부터 정의, 품목분류, 허가심사 관리주체 등이 여전히 약사법에 근거하고 전담부서도 부재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 약사법은 일본의 법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약사법 제2조 제9항을 요약하면 질병의 진단·처치·경과·예방에 사용하는 기구, 기계, 또는 장치를 ‘의료용구’로 정의했으며 관리 또한 의약품에 준해 이뤄졌다. 식약처 의료기기안전국장으로 일하면서는 의료기기법에 따른 의료기기 정의부터 품목분류를 명확히 재정립하고, 전담조직 신설에도 노력했다.

특히 체외진단용 장비·시약·의약품으로 관리하던 체외진단제품을 ‘의료기기’로 일원화하는 과정 역시 조직·예산·인력 모두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의료기기안전국이 체외진단제품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심사부 각 과에서 종사관을 선발해 TF팀을 꾸리고 관련 업무파악을 지시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의약품안전국은 물론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와 체외진단업체들의 반대와 우려에 부딪혔다.

의약품안전국은 체외진단제품 관리업무 이관에 대한 불만이,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또한 체외진단용의약품 수입·통관에 필요한 표준통관예정보고(EDI) 요건확인 전담기관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로 일원화하면서 EDI 수수료 감소와 회원사 이탈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업계 역시 의료기기법에 따라 의약품에 포함됐던 체외진단용시약 등이 의료기기로 전환·통합 관리되면서 체외진단제품의 새로운 수출입 행정업무 혼란을 우려했다.

의료기기안전국장 재직 3년 동안 식약처 내 체외진단제품 관리주체를 의료기기안전국으로 이관하고 각각 의약품·의료기기·공산품으로 관리되던 체외진단제품을 의료기기로 일원화 해 업계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정책 수립이 오늘날 코로나19와 같은 국난 시기에 국내 체외진단의료기기산업의 기회이자 발전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황선빈 간사: 코로나19는 국산 체외진단의료기기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회로 작용했다. 이 기회를 계기로 한국이 미래 체외진단의료기기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어떠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가?

이남구 IVD위원장: 현재 체외진단산업을 보면 ‘진단’이라는 포괄적인 개념 하나로 돼 있어 이에 대한 분야별 세분화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체외진단은 일반 진단은 물론 유전자·면역 등 개별적인 분류와 관련 시장도 다르다. 하지만 식약처는 ‘체외진단’ 하나로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세분화된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남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IVD위원장

4차 산업혁명 기술 발달로 정밀의료·개인맞춤의료 시대가 도래했다. 유전자 진단은 질병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 측면에서도 상당한 산업적 가치가 있다.

산업계에서는 당연히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해야겠지만 정부도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황선빈 간사: 정부와 산업계가 국내 체외진단의료기기산업 육성과 발전을 위해서는 협업이 중요하다. 어떠한 공동의 노력이 요구되나?

주광수 고문: 산업계와 규제기관 모두 과학기술의 발전 추이를 이해해야한다. 산업의 바탕은 기술이다. 산업체는 진보된 기술을 파악해야 제품화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규제기관 또한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해야 그에 맞는 규제를 수립하고 적용할 수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완성했다고 하지만 우리 몸에 있는 30억 개 이상 염기서열이 어떻게 변화하고 작용해 질병으로 연결되는지를 밝혀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은 체외진단하면 생물학적 분석만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과학기술 발달로 개발이 진행 중인 반도체칩을 활용한 바이오기기처럼 앞으로는 의료기기 융·복합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이다.

따라서 규제기관인 식약처는 과학기술 발달 추세에 따라 전담부서 신설과 전문 인력 육성을 통해 규제 정책을 수립하고 의료기기산업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산업계 역시 정부 정책에 부응해 제품을 개발하고 상업화해야 우리나라가 지금의 기회를 이어갈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의료기기산업이 미래 먹거리이자 성장 동력산업이 될 수 있다.

특히 체외진단산업은 앞으로 더 세분화되고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와 같이 미생물에 의한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체외진단분야 역시 일부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노출 빈도를 줄일 수 있는 언택트(Untact) 자가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가령 가정에서 혈압·당뇨 등 자가 검사를 시행하고 이상이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검사실을 방문해 의료기기로 다시 체크하고 관리를 받게 될 것이다. 자가 검사는 나아가 ICT(정보통신기술)과 접목돼 각 환자의 수치화된 데이터를 수집·관리함으로써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을 구현하는데 활용된다.

정밀의료의 기본은 진단이다. 여기에서 진단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나온 것을 기반으로 한다. 문제는 이 진단에 대한 인식을 검사기관이나 학교에서만 갖고 있을 뿐 정작 산업계에서는 접근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 또한 정책적인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앞서 20년 전 모든 항암제의 경우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이 없으면 임상시험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유인 즉, 정상인에게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동반진단에 대한 진단방법이 없으면 연구를 금지시켰다.

반대로 이러한 조건에 부합해 허가를 받은 동반진단은 암환자 치료효율을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임상적 유효성을 통해 개인 맞춤형의료를 실현한다. 부연하자면 정밀의료와 개인맞춤형의료는 다르다. 정밀의료는 개인맞춤형의료를 가능케 하는 기술로 개인의 문화·경제·사회적 활동을 모두 반영해 진단·치료를 구현하는 현대의학의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다.

안타까운 현실은 정밀의료에 대한 접근이 일부 국한된 상급종합병원과 연구소에서만 이뤄질 뿐 산업화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밀의료의 중점 연구주제는 ‘바이오마커’로, 하나만 개발해도 조 단위의 상업적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산업계가 동반진단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 접근해야 하고 이에 따른 국가 정책도 뒷받침돼야한다.

더불어 환자가 개인에 맞는 약물을 처방받도록 하기 위해선 체외진단분야에 국한해 활용하는 것보다 의약품 사용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의약품까지 확장된 것이 앞에서 언급한 동반진단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바이오마커 연구가 이어질 수 있다. 산업계·의학계·연구기관·정부가 동반진단 연구를 협업한다면 체외진단의료기기산업의 발전과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남구 IVD위원장: 산업 측면에서 보면 미국 FDA가 첫 번째 전략으로 지적한 체외진단검사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체외진단이 현재는 검사만으로 성과를 거뒀지만 결국 집단면역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병의 경우 재감염을 막기 위해 면역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의 생성 정도에 따라 적절한 면역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추가 진단기술도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이러한 진단기술과 함께 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전문가 양성도 시급하다. 식약처 내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 담당자가 6명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허가심사 건수를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긴급 상황에서 의료기기 수급을 위한 국가정책으로 기존 시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설비기준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IVD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이기도한데, 규모가 영세한 체외진단의료기기업체를 대상으로 식약처 관리감독과 연계해 최소한의 국제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자금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의 장점은 국민의 안전한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제조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이 설비투자 여력을 연구개발에 돌려 신제품 개발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사태에 따른 체외진단의료기기 수급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조설비 전환으로 국내 제조공정 기반 구축도 가능하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IVD위원회는 이를 위한 체외진단의료기기법 개정안 발의에 노력하고 있다.

주광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정희석 취재부장: 주광수 고문에게 질문 드리겠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감염자 격리를 위한 선별 방법에 필수적인 진단검사키트 등 체외진단의료기기는 K-방역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는 한국이 선제적으로 체외진단기기를 의료기기로 일원화 해 관리하고 국제수준의 규제체계를 확립하며 수출이 가능한 기본설비·입증자료·체외진단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규제기관인 식약처 의료기기심사부 체외진단기기과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담인력 충원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주광수 고문: 의료기기안전국장 시절 국내 의료기기산업 규모가 4조 원 정도였다. 산업 규모가 작다 보니 식약처 의료기기 전담 과와 담당 인력 모두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의료기기산업 규모가 약 10조 원이 됐다. 당연히 규모에 맞는 전담인력을 갖춰야하지만 알다시피 식약처는 식품·의약품이 메인이다.

지금은 식품산업이 코로나19 때문에 잠잠하지만 사실 식중독을 조사하고 행정업무를 처리하는데 식약처 공무원 절반이 매달린다고 봐야한다. 국가정책상 산업 규모에 따라 정부 관리조직의 규모도 따라간다. 식약처 스스로가 의료기기 전담인력 확충이 어렵다면 의료기기산업 규모를 키워야한다.

특히 의료기기산업 규모 확대, 기술 발달, 새로운 의료기기 등장에 따른 인력 충원이 왜 필요한지 명확한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정부를 설득해야한다. 식약처가 지난해 의료기기심사부 첨단의료기기과 내 ‘디지털 헬스기기TF팀’을 꾸리고 일부 인력을 충원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또 하나 식약처에 주문하고 싶은 점은 직원들의 업무생산성을 높여야한다는 것이다. 허가심사·인허가 등 실질적인 업무가 많지 않은 부서가 있다면 직원들의 생산성을 측정하고 평가해 불필요한 인력을 줄여야한다.

일전에 미국 FDA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FDA는 '일거리가 없는 조직은 필요 없다, 산업을 도와주지 않는 직원은 필요 없다'라는 조직 문화가 있었다. 이는 FDA의 인건비가 국민 세금이 아닌 ‘수익자 부담금’(User Fee)을 지불하는 산업으로부터 나온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참고해 내가 식약처 담당 과장이었을 당시 수익자 부담금을 도입했다. 식약처는 수익자 부담금을 내부 인력을 교육해 전문성을 키우거나 전문가를 고용하는데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력 수는 단지 지표에 불과할 뿐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확보한 인력의 질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교육시설도 필요하다. 식약처는 교육원이나 연수원이 따로 없다보니 직원을 교육할 곳이 마땅치 않다. 식약처 업무 특성상 직원 교육은 식약처만이 가능하다.

현재 RA(Regulatory Affairs) 인력은 많이 육성해놨는데 정작 규제를 수립하고 집행하는 식약처 인력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이다. 미국 FDA가 그러하듯 우리 식약처가 산업계·학계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법 제정과 예산 지원, 교육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이 현실화되면 식약처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규제기관으로 존재하고, 또 한국의 규제기관이 승인하고 수립한 인허가·의료기기 규제가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이진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감사, 황선빈 IVD위원회 간사, 주광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이남구 IVD위원장

황선빈 간사: 오랜 시간 좌담회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마지막 정리 말씀 부탁드린다.

주광수 고문: 국내 체외진단의료기기산업이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룬 점에 대해 과거 담당업무를 수행했던 식약처 공무원 출신으로서 감회가 깊다. 앞으로도 체외진단의료기기업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이번 좌담회를 준비한 라포르시안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감사드린다.

이남구 IVD위원장: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라포르시안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감사드린다.

이 자리를 빌려 우리나라 체외진단의료기기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한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부족한 인력으로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 등 많은 업무를 처리해준 식약처에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정희석 기자  leehan28@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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