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최종우·김남국 교수팀 “정교한 수술…환자 삶의 질 제고”

[라포르시안] 피부암 수술 시 암 병변 부위만 정확히 제거함으로써 불필요한 피부 절제를 줄이고 재발 위험을 낮추는데 3D 프린팅 기술이 해결사로 나섰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은 피부암 환자 병변 부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환자 맞춤형 3D 피부암 수술 가이드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CT나 MRI에서 확인 가능한 침윤성 암을 수술할 때 이 가이드를 활용하면 절제 부위를 정확히 알 수 있어 정밀 수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부터 최종우 교수, 김남국 교수
사진 왼쪽부터 최종우 교수, 김남국 교수

수술 당일 마취된 환자 얼굴에 3D 피부암 수술 가이드를 씌우면 환자 코와 귀 형상에 맞춰 피부에 정확히 안착해 피부 속 종양 부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집도의는 이 가이드를 따라 종양 크기에 맞는 절제 범위를 여러 군데 표시해 암 병변을 세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상피암, 악성 흑생종, 혈관 육종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환자마다 진행 상태도 각기 다르다. 따라서 피부암 수술을 할 때 정상 피부는 최대한 보존하면서 재발 가능성을 줄이려면 환자에게 맞는 절제 범위를 정확히 결정해야 한다.

특히 안면부에 피부암이 생긴 경우 최소 절제로 종양만 정확히 떼어내야 수술 후 심미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3D 피부암 수술 가이드는 그동안 집도의 경험에 의존해 절제 범위를 결정하던 부분을 최소화하는 한편 세밀한 계측을 바탕으로 개별 환자에게 맞는 수술 계획을 수립해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 결과를 보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피부암 수술은 주로 모즈 미세도식과 피막 절제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모즈 미세도식 수술(Mohs surgery)은 정상 피부 절제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수술이 오래 걸려 비교적 작은 크기의 피부암에 적용된다.

피막 절제술은 피부에 나타난 병변 형상에 의존해 진행되기 때문에 신경관이나 연골, 배아 융합 평면을 따라 깊게 형성된 피부암은 고려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자 피부암 환자의 CT와 MRI 검사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 피부와 병변을 3차원으로 모델링했다. 이후 병변 모양을 표면에 수직으로 투사해 정확한 절제 범위를 확보한 뒤 3D 프린터로 절제 가이드를 출력했다.

정교한 신체 팬텀을 제작해 가이드 정확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한 결과 CT와 MRI 검사에서 병변 침범 부위가 확인되는 경우라면 병변의 가로세로 폭 외에 깊이까지 고려할 수 있어 정확한 절제 범위 설정이 가능한 점을 확인했다.

정상 피부의 과도한 절제나 일부 부정확한 절제를 최소화되면 수술 시간은 줄어들고 수술 안전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상으로 보이지 않는 작은 피부암까지 가이드를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3D 프린팅 수술 가이드는 2019년 12월 식약처로부터 의료용 가이드로 승인 받았으며 이와 동시에 피부암 부분절제와 유방암, 신장암, 대동맥 재건 수술 적용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연구가 시작돼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각종 영상에서 병변이 보이는 일정 크기 이상의 피부암 절제 수술을 하면 정확한 절제 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정상 피부를 보존하면서 재수술이나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며 "심미적인 효과도 증진할 수 있어 수술 후 환자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밝혔다.

김남국 융합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피부암을 정확히 절제할 수 있는 3D 프린팅 수술 가이드를 제작하고 정교한 신체 팬텀을 통해 정확성을 평가한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환자 맞춤형 3D 프린팅 의료기기를 다양한 영역에 적용해 환자와 의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개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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