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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대로 안 할 거면 나가라, 그만둬라"...불법의료 내몰리는 PA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 인력 운영 등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 공개
“PA는 교수와 직속 상하관계...지시 거부하기 어려워
결국 의사인력 부족 때문에 생기는 문제..."정부가 적극 나서야"

[라포르시안]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정체성의 혼란을 늘 갖고 있고 간호사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지시받는 경우 의료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불안과 갈등 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많은 대학병원에서 부족한 의사인력을 대신해 진료보조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책임소재 불분명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데 따른 불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원 내에서 소속감 결여와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의료전문가로서 자존감마저 떨어지는 위기를 겪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지난 3월 22일부터 5월 7일까지 코로나19 환자치료와 의료기관의 대응 상황, 보건의료 인력 운영, 야간교대근무제 운영 등 소속 93개 지부(102개 의료기관) 대상으로 의료현장 실태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는 PA(Physician Assistant) 운영으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를 파악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 고유업무를 PA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명확히 드러났다. 예를 들어 PA가 의사 아이디와 비번으로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각종 검사 및 약물, 입퇴원 등에 대한 환자처치를 처방하고, 전공의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진료과에서 의사 대신 수술과 수술기록지를 작성했다. <관련 기사: "입사 10년 넘었지만 병원에 내 이름으로 일한 기록 없다"는 PA 간호사>

심지어 환자 치료 방향은 물론 암환자 항암제 용량을 계산하고, 동맥관 채혈과 A-line 삽입 등 침습적 시술 시행, 환자 수술·시술·검사 등에 대한 동의서를 의사 이름으로 받는 등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사례가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PA들은 불법의료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의사인력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수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당장 환자가 여러 가지 불편함을 호소하는데 의사가 없거나, 연락이 안될 경우 약물이나 동의서. 드레싱, 동맥관채혈 처럼 시간을 다투는 문제는 간호사가 어쩔수 없이 처방을 입력하거나 직접 시술 처리하는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거나 "의사 1명이 중환자실을 전담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의사업무를 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근무평점을 주는 진료과장 지시로 불법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신규 간호사들은 특히 더 의사의 업무지시를 거절하기 어렵다. 상급자에게 거부 의사를 표시할 경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PA가 해당 진료과 교수의 불법의료행위 지시 중 처방 입력과 의사가 기록해야 할 환자경과기록지 작성을 거부했다가 “그럴거면 나가라. 그만둬라. 다른 진료과는 시키는 대로 한다”는 폭언이 쏟아진 경우도 있었다.

PA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은  “권력과 권위를 이용해 불법의료행위를 요구하거나 지시할 경우 징계나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명확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의료현장에서 PA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와 의료인으로서의 정체성, 법적 처벌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PA가 ▲“법률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법과 위법의 경계 위에 서 있다” ▲“불법의료행위를 하면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정체성의 혼란을 늘 갖고 있고 간호사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지시받는 경우 의료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불안과 갈등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PA가 의사 이름으로 각종 의무기록 작성, 약처방, 동의서 서명 등을 받았다가 처방이 잘못되거나 의무기록 오류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실정이다. PA가 대리처방을 하거나 수술이나 시술에 참여해 문제가 생기더라도 현행 법률상 행위당사자인 간호사가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의사가 이를 책임질 수도 없는게 현실이다.

PA인력들은 “의사 이름으로 처방을 내지만 의사들은 정작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처방한 것이 아니라며 PA에게 미룬다”거나  “환자·보호자들이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하면 PA는 법적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은 업무를 지시한 진료부서나 간호부서에서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고 했다.

 “의사들은 본인들의 업무를 대신 이행할 것을 지시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현행 법률상 행위당사자인 간호사가 처벌 대상이다. PA는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이 없다.” “의사의 고유업무를 대행함으로써 법적 책임이 발생하지만 보호책이나 구제책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2021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지난 12일 열린 보건의료노조 현장 좌담회에 PA 간호사 2명과 중환자실 간호사 2명이 신변 보호를 위해 가면을 쓰고 참가해 병원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의료 실태를 증언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PA가 해야하는 업무범위가 불명확하고 업무 구분 기본원칙도 지켜지지 않다보니 의료인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장실태조사에서 “명확한 업무 규정이 없다”, “의사가 할 일은 의사가 하고, 간호사가 할 일은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의료인간의 기본원칙이 무너져 있다”, “업무영역이 명확치 않아 항상 긴장해야 하고 정신적으로 힘들다”, "의사와 PA 간호사 사이에 의견이 달라 혼란스럽고 갈등이 생긴다”는 호소가 많았다.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PA가 의사들에게 해당 업무를 가르쳐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의사들이 PA를 잡일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본인들이 하기 싫은 업무를 떠넘기"거나 “논문 정리나 연구 샘플 이송업무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소속감 결여와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 의료전문가로서 “자존감 떨어진다”는 점이다.

PA 간호사는 간호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위치에서 간호부서 소속인지 진료부서 소속인지 간호사로서 겪는 정체성 혼란감이 컸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PA간호사들은 “간호부와 진료부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느낌이다”거나 “일반간호사와 의사 사이에서 역할 갈등으로 직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간호부와 진료부가 의견이 달라 부딪칠 경우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느낌이다”고 호소했다.

“진료부는 간호사를 같은 의료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과 “PA간호사에게 의사 수준 의사 결정을 요구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사 부족으로 PA인력이 의사들의 대체인력으로 활용되고 파견형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해당 PA간호사들은 자존감이 떨어지고 불안함을 많이 호소했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업무일지를 작성할 때 간호업무는 적을 것이 없어서 의기소침해진다”거나 “종일 내가 한 업무가 결국 의사이름으로 기록되어 나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어 허탈하다”,“내 ID로 내가 한 업무를 기록하지 못해 어떤 것도 방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있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PA는 근무환경도 상당히 열악했다. 인력부족으로 몸이 아파도 병가를 사용할 수 없고, 휴가·휴일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없으며, 초과근무와 밤근무까지 수행하는 게 다반사였다.

초과근무나 응급대기 콜이 발생해 근무해도 청구하지 못하거나 보상 수준이 미미했다. 의사의 ID로 PA가 처방을 내는 운영시스템 때문에 월요일 처방을 위해 토요일, 일요일 근무는 물론 공휴일 근무도 요구받은 경우도 있었다.

PA인력 증가로 간호인력운영의 파행과 악순환도 심각했다. 전공의 수 감소와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 등으로 PA인력은 계속 증가하면서 의사업무 공백을 대체하기 위한 PA 인력 증가는 결국 경력간호사 자리를 신규간호사로 대체함으로써 의료현장 인력운영의 악순환을 초래했다.

실태조사에서는 “숙련도가 높은 임상경력 3년 이상 간호사들을 주로 PA간호사로 내부발탁하고 있어 병동마다 경력간호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상시에도 간호사들이 부족한데 PA간호사로 빠져나가다 보니 직접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의 대부분이 신규간호사로 편성되고, 신규간호사가 적응해 경력간호사로 이어지더라도 결국 또 PA간호사로 대체되는 식으로 인력운영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식의 인력 운영은 결국 환자안전을 해치고, 의료서비스 질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의사가 없어 응급처치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거나 “전공의가 아예 없어 중증환자가 있거나 사망시 대처가 미흡하다”, “PA는 전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고 경력 제한도 없어 환자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PA 불법의료행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는 환자를 속이는 행위이고, 환자를 의료사고의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정부는 더 이상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방치해서도 안 되고, 무대책으로 시간을 끌어서도 안 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만연해 있는 PA인력의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방치·묵인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올해 반드시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일 ▲의료현장 5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실태조사와 근절방안 마련 ▲직종간 업무 범위 명확히 구분하여 의료법에 명시 ▲충분한 의사 인력 확충 ▲PA인력 실태 전수 조사하여 불법의료문제 해결 등 4대 요구를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9월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PA인력 문제는 개별 의료기관이 이름을 바꿔 해결할 문제를 넘어섰다"며 "정부가 나서서 보건의료노조,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해당 당사자조직이 참가하는 협의 자리를 만들어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근절과 PA인력 문제 해결방안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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