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속도...허가심사 ‘전담조직’은 부재식약처 ‘디지털 헬스기기TF팀’으론 대응 한계...전담과 신설 시급
"디지털 헬스 성과 내려면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허가심사 규제 뒷받침돼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치료제로 승인한 ADHD 치료 게임을 하는 모습.

[라포르시안]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기반 치료적 개입(evidence-based therapeutic interventions)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2017년 2월 결성된 디지털 헬스업계 비영리 이익단체 DTA(Digital Therapeutics Alliance)가 규정한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정의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약품·의료기기를 보완 또는 대체함으로써 치료제 개발이 어렵거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고 데이터 기반 환자 맞춤의료를 제공해 디지털 헬스를 실현하는 세부영역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기존 하드웨어 형태 의료기기와 달리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접목된 새로운 개념의 융·복합 기술 및 제품이다 보니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못해 산업계와 의료현장에서 혼란스러운 측면도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약품·의료기기와 병용 또는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모바일 앱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챗봇 ▲인공지능(AI) 등 단독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Medical Device·SaMD)와 하드웨어에 탑재된 소프트웨어(Software in a Medical Device·SiMD)로 분류할 수 있다.

또 다른 개념으로는 2018년 다국적 컨설팅기업 맥킨지(McKinsey)가 규정한 ‘대체 디지털 치료기기’와 ‘보완 디지털 치료기기’ 두 가지 유형으로도 구분된다.

대체 디지털 치료기기는 질병에 대한 단독 사용으로 독립적인 치료효과를 보이거나 기존 치료제와 병용해 직접적으로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보완 디지털 치료기기는 질병에 대한 독립적인 치료효과가 없어 단독 사용이 불가능하고 기존 치료제와 병용만 가능해 대체로 만성질환자 복약 순응도 개선을 위한 온라인 복약관리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중요한 건 디지털 치료기기가 병용 또는 독립적인 사용여부와 대체 혹은 보완 유무를 떠나 다양한 적응증에 걸쳐 임상적 유효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질병 예방·치료 도구로 주목받는 디지털 치료기기 

2017년 9월 미국 FDA는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가 개발한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CBT) 기반 약물중독치료 의료용 모바일 앱 ‘reSET’을 디지털 의료기기 최초로 허가했다.

reSET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를 제외한 대마초·코카인·알코올과 같은 약물사용 장애(Substance Use Disorder·SUD)에 대한 중독 및 의존성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총 399명 환자 대상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 물질 중독성을 낮추는 치료효과와 함께 외래치료를 시작할 때 약물사용 환자(non-abstinent)의 reSET 병행 시 금욕비율이 16.1%로 대조군 3.2%에 비해 5배 이상 높게 나타나 유의미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

특히 reSET은 FDA가 기존 웰니스 또는 질병관리 목적 의료용 앱과 달리 구체적인 적응증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 결과와 이를 입증한 논문을 근거로 임상적 안전성·유효성을 인정해 의사 처방으로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2등급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허가를 내준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reSET 이후 2018년 ‘reSET-O’와 2019년 Voluntist의 ‘Oleena’가 FDA로부터 각각 오피오이드 중독장애와 암을 적응증으로 한 치료목적 ‘처방 디지털 치료기기’(Prescription Digital Therapeutics·PDT) 허가를 받았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치료목적이 아니더라도 알츠하이머, 파킨슨, 다발성 경화증,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폐증,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와 같은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질환에 대한 예방·관리를 통해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미충족 의료수요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식습관·운동·수면 등 생활습관과 행동변화를 이끌어 당뇨·고혈압·호흡기질환 등 만성질환과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통한 약물중독·우울증·수면장애 등 신경정신과질환 상담치료 효과를 높이는 활용방안으로 평가받는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한 온라인 또는 전화상담 서비스는 시공간 제약 없이 실시간 데이터 기반 맞춤의료를 제공해 환자 편의성은 물론 의료서비스 확대와 치료비용 절감에도 효과적이다. 이밖에 기존 의약품이나 물리적 의료기기와 비교해 의존성과 부작용 또한 매우 낮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치료목적 PDT 인허가가 활발한 가운데 한국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라이프시맨틱스의 호흡재활프로그램 ‘레드필 숨튼’과 뉴냅스가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 치료를 위해 개발한 ‘뉴냅비전’은 이미 식약처에 안전성 및 유효성 확증 임상시험을 신청했다. 더불어 ‘에임메드’와 ‘하이’도 각각 불면증·ADHD를 적응증으로 1년 내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은 앞으로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특성상 한번 제품화되면 무한 복제가 가능하고 사용자 확장성이 크며 반복적인 프로그래밍 재설계·변경이 필요 없어 추가적인 비용부담도 적어 시장성이 매력적이다. 

기존 의료기기와 비교해 인허가에 투입되는 노력 대비 적은 비용으로 임상적 가치만 입증하면 상당한 수익성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노바티스·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가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투자 행보에 나선 이유다.

특히 인터넷 보급률과 5G 통신망 구축 등 전통적인 디지털 강국 한국은 앞선 정보통신(ICT)·인공지능(AI) 기술은 물론 수준 높은 의료인력·자원과 전 국민을 아우르는 국민건강보험까지 디지털 치료기기 성장 잠재력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를 갖췄다.

허가심사 등 전담조직·관련법 등 부재로 상용화 요원

정부 역시 이런 점을 인식하고 중장기 발전 방안을 수립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헬스케어특별위원회는 2018년 당시 ▲스마트 헬스 ▲스마트 신약 ▲스마트 의료기기 등 디지털 치료기기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를 혁신 성장 산업과 미래 먹거리로 판단해 주요 프로젝트 의제로 다뤘다.

혁신의료기기기업·혁신의료기기를 대상으로 인허가·혁신의료기술평가·보험급여 등 정책적 지원에 초점을 맞춘 ‘혁신의료기기지원법’ 시행과 정부 R&D 투자를 골자로 한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추진 또한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선제적 실행 방안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바이오헬스본부’을 신설해 디지털 헬스산업 생태계 조성과 함께 실효성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인허가·급여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치료기기는 아직 명확한 국제표준과 규정이 확정되지 않은 미개척분야인 만큼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은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nternational Medical Device Regulator Forum·IMDRF) 의장국으로서 의료기기 국제규격과 가이드라인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0년 6월 한국 주도로 IMDRF에 신설한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실무그룹에서도 국내 식약처가 분과장을 맡아 AI 의료기기 정의·적용대상 등 국제표준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 중이다.

환기하자면 한국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역량과 인프라 등 대내외적인 장점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필요충분조건에도 불구하고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과 상용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디지털 치료기기에 특화된 임상시험, 허가·인증, 시설 및 품질관리, 사후관리에 이르는 허가심사 규제, 정부 전담조직, 관련 법 모두 부재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기존 의료기기와 형태, 작동 기전, 특성 자체가 상이한 만큼 새로운 허가심사 규제를 적용해야한다. 문제는 정작 규제를 만들고 관리·운영할 수 있는 규제기관 전담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식약처가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료기기심사부는 2020년 4월 6일 첨단의료기기과 내 ‘디지털 헬스기기TF팀’을 꾸렸다.

하지만 심사부 내 체외진단기기과·정형재활기기과와 같은 정규 직제에 따른 ‘전담 과’ 형태가 아닌 TF팀으로 운영하다보니 디지털 치료기기에 특화된 허가심사 규제와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 TF팀을 올해 안에 정식 과로 신설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며 “전담 과로 승격할 경우 ‘디지털 헬스규제지원과’(가칭)로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력 충원과 예산 확보를 통한 조속한 규제기관 전담조직 신설이 시급한 가운데 디지털 치료기기 관련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기기법에서 별도 분리·시행 중인 ‘체외진단의료기기법’과 같이 독립법 또는 특별법을 제정해 디지털 치료기기에 특화된 허가심사체계를 구축하고, 제품 개발과 상용화는 물론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 관련법 제정은 앞서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사례를 통해 그 실효성을 업계와 식약처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세부적인 논의와 의견수렴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제적 허가심사 규제 수립과 관련법 제정은 디지털 치료기기의 안전성·유효성을 담보하고 디지털 헬스업체들의 제품 상용화 불확실성을 해소해 신속한 시장진입을 견인한다.

특히 디지털 치료기기 관련법은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허가심사 규제가 뒷받침돼야 제도적 정책적 실효성을 거둘 수 있으며, 그러한 규제를 만드는 건 결국 규제기관인 식약처 내 전문 인력을 확보한 전담조직이 있을 때 실현 가능하다.

의료기기심사부 디지털 헬스TF팀이 하루 속히 정규 직제에 따른 ‘전담 과’로 승격할 수 있도록 식약처와 행정안전부 모두의 관심과 전향적인 지원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정희석 기자  leehan28@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희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추천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