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성(간병시민연대 활동가)

[라포르시안] 어머니가 넉 달 전 오른쪽 고관절이 부러진 이후 지난주 다시 왼쪽 고관절에도 골절이 생겼다. 이미 약해진 한쪽 다리로 걷는 게 불안했었는데 넘어지면서 다시 사고가 난 것이다. 다치고 싶어서 다치신 것도 아닌데 어머니가 전화 통화할 때마다 자식에게 미안함과 걱정을 토로하신다. 그러지 말라고 계속 이야기하는데도 아픈 자식에게 누를 끼쳤다는 생각에 연신 마음이 걸리시는 게다.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면 도리어 내가 죄송한데도 말이다. 

지난번, 동네에 있는 2차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한 달을 입원하니까 병원비가 한 350만원 정도 나왔다. 그 병원에서는 다행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계셨다. 거기서 다시 재활병원으로 모시니까 병원비가 한 달에 약 250만원 정도다. 하지만 근골격계 환자가 재활병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할 수 있는 입원기간 규정이 한 달로 제한돼 있어서 일반 병동으로 가야 했는데, 그쪽으로 옮기면 개인 간병인을 고용해야 해서 다시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새로 옮겨간 요양병원에서는 한 달에 약 150만원. 거지반 800만원 가까이 들었다. 이제는 장기노인요양보험 등급을 받았으니 돌봄이 필요하면 요양원으로 모시면 비용은 좀 줄어들게 되었지만 그렇더라도 어떻든 첫 번째 두 번째 경로는 다시 거쳐야 한다. 몇 달 사이에 두 번 고관절 골절이 생기면서 전체적으로 약 1500만 원가량을 까먹게 된 것이다.

다행히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 당시, 2006년 대만 전민건강보험 방문 이후 복지부와 협의해서 만들었던 '본인부담금 상한제' 때문에 조만간 어머니는 병원비용을 다시 환수받게 되니까 그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의료비용으로도 치지 않는 '간병비용'인 게다. 오히려 어머니처럼 근골격계 환자는 길어봐야 몇 달 안 가니까 장기입원해야 하는 치매나 중풍 등 뇌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되게 나은 편임에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전에는 대부분 가족 간병을 했었기에 병원 치료비 부담만 보였다. 하지만 전보다 필수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이 그나마 나아지고 거꾸로 가족 간병이 힘들어진 이런 상황에서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간병 비용이 문제로 드러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에 간병인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이는 감염 문제로 간병인이 간병 일 자체를 꺼리는 것과 함께 가족 간병이 제한돼 간병인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주요한 이유다. 이런 이유로 간병 비용은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이전의 상황보다 훨씬 더 상승했다. 개인 간병의 경우 하루에 보통 10~12만원이고, 돌보기 어려운 중증환자라면 15만원도 줘야 한다. 한달에 간병 비용만 300만원~450만원이 든다. 그래도 간병인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개인에게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니 병원비처럼 카드로 결제할 수도 없다. 한두 달이면 적금이라도 깨서 주겠지만 여러 달이나 더 장기로 있어야 하는 상황이면 결국 빚을 지는 게 아니면 다른 방도가 없다.

왜 간병문제를 제도로 끌고 와야 하는가? 그 이유는 너무도 명백하다. 저소득층은 병원비보다 간병비용을 해결할 수가 없어서 병원에 안 간다. 아니 가고 싶어도 못 간다. 그나마 월급이라도 받아 가며 근근이 살아가는 서민들은 가족 구성원 중 누구라도 병에 걸리면 빚을 지게 되고, 장기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패가망신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현실. 나 역시 간병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지면서도 이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 간병 문제를 제도화하지 못하면 나도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가 소위 커뮤니티 케어를 논의하고 있는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란다. 미칠 노릇이다. 

▲강주성은? -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했고, 한국백혈병환우회를 창립한 후 보건의료운동가들과 함께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만들어 적극적인 건강권운동을 벌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도 썼다. 지금은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로 간병 문제제도화를 위한 운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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