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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km 건설공사비면..."고속도로만 깔지 말고 공공병원도 세우자""정부, 공공의료 인프라 양적 확충에 소극적" 비판 거세
보건의료노조, 올해 산별교섭서 공공의료 확충 강력한 투쟁의지

[라포르시안]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작성한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를 보면 문산에서 도로산 고속도로 건설공사에 드는 사업비는 1km당 347억원이다.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건설공사 사업비는 1km당 309억원, 고속국도 제29호선 안성~성남간 건설공사 사업비는 1km당 523억원이다.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최근에 신축을 추진하거나 신축한 공공병원 관련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 자료를 보면 300~500병상 규모 병원은 병상당 비용이 대략 5억원 정도였다. 약 300~500병상 규모 공공병원을 신축하는 1,500억~2,500억원 정도 든다는 거다.

고속도로와 단순 비교하면 4~7km 정도 까는 데 드는 사업비로 300~500병상 규모 공공병원을 세울 수 있다.

현재 국내 공공의료 인프라는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열악하다. 건강보공공단이 발간한 '2019 보건의료건강보험 주요통계'와 국립중앙의료원의 '2019 공공보건의료 통계집'을 보면 2019년 12월말 기준 공공의료기관은 221곳으로, 전체 의료기관 4,034개소 중 5.5%에 그쳤다. 공공병상 수는 6만1,779병상으로 전체 병상에서 9.6%에 불과했다.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5.7%로 OECD 국가(평균 52.4%, 2018년 기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병상 수를 따져보면 한국은 약 10% 수준으로 OECD 평균인 71.4%에 크게 못 미친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는 공공병원 인프라 확충에 소극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수립할 예정인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년)에서 필수의료 제공 체계 확충을 위해 의료자원 부족 지역에 적정 규모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 오는 2025년까지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20개를 신축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공공병원 20개를 신축하는 방안을 뜯어보면 실질적인 신축은 3개뿐이다. 나머지는 이전·신축을 하거나 너무 낡아서 벌써 한참 전에 이전·신축해야 하는 곳이었는 데 신축으로 포장만 그럴듯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기사: 쥐 나올 정도로 낙후된 공공병원...수년째 짜깁기 공공의료 정책>

시민사회단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경험한 열악한 공공의료 실태는 공공병원의 역할과 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켰으나 정부는 형편없이 부족한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올해 병원노사 산별교섭에서 공공의료 확충과 적정 의료인력 확충을 중요한 요구안으로 내걸고 적극적인 투쟁에 나선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29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한 2021년 산별교섭 7대 요구안은 ▲코로나19 극복과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확충 ▲적정인력기준 마련과 인력확충 ▲불법의료 근절 ▲교대근무제 개선 및 주 4일제 (주32시간제) 단계적 도입 ▲비정규직 정규직화 ▲산별교섭 제도화와 노조활동 보장 등이다.

특히 공공의료 확충 관련해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공공의료 30% 수준으로 확충, 전국에 300~500병상 규모 지역책임의료기관 100개 양성, 공공병원 확충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법제화, 공익적 적자 해소 위한 필수 운영비 지원 제도화를 내걸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지난 6일 산별총파업투쟁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얼마나 취약한지, 공공의료가 왜 필요한지, 공공의료 확충이 왜 중요한지 분명히 드러났다"며 "공공의료 확충은 코로나19 극복과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가적 필수과제임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나 실장은 "정부가 공공의료 발전 종합대책(2018년), 지역의료 강화대책(2019년),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2020년) 등 3년간 공공의료 확충·강화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실행계획은 미미하다"며 "공공의료 확충의 핵심과제인 70개 중진료권에 책임의료기관을 신축·증축·공공인수 방식으로 지정·육성하는 계획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며 2021년 내에 구체적 계획으로 확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섭과 투쟁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전국적으로 꼼꼼한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려면 공공병상 비율을 최소 30%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공공병원 신축과 함께 이전신축 및 증축, 민간병원 공공인수, 민간병원 공익참여병원 전환 등을 4가지 조치로 최소 100개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가능하다는 게 보건의료노조 판단이다. 공공병원 확충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법제화'가 필요하다.

나영명 기획실장은 "수익성 중심 예비타당성조사가 공공의료 확충·강화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며,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공공의료 확충·강화 필요성이 명확하게 확인된 만큼 공공병원 신설·증축·공공인수 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병원이 확충하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 의료인력 확보와 공공의료사업 수행으로 인한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재정을 지원하는 것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나 실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및 장기화로 공공의료인력 확충의 시급성이 여실히 드러남에 따라 공공의대의 조속한 설립 필요성이 더욱 더 인정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의사협회 반대에 좌지우지되지 말고 국립공공의대 설립과 공공보건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지원하는 정책은 중단 없이 추진해나가야 한다"며 "아울러 시설과 장비 지원만이 아니라 공공의료사업 수행에 따른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경상비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지역 표심을 의식해 고속도로 확충에는 적극적이지만 공공병원 확충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공공병원 확충은 비용 확보 등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 이후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에 기존 입원환자를 모두 전원시키도록 했다.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공공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최전선에서 맡았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누적) 12만명을 넘었는데 환자 중 80% 이상은 공공병원에서 진료를 했다"고 말했다.

공공병원 확충이 이뤄지지 못한 건 다른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박 부위원장은 "현재 기재부의 예타면제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주장하는 OECD 평균 수준으로 가려면 몇 백 년이 지지나도 힘들 것 같다"며 "서울에서 대전까지 고속도로를 깔면 7조3천억 원이 드든데 그 돈이면 300병상 규모 공공병원을 30개를 지을 수 있다. 고속도로를 깔 게 아니라 공공병원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산별교섭에서 이 문제를 놓고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난 3일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에 교섭 공문을 보냈고, 6월 2일부터는 산별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노정 협의와 (병원노사) 산별교섭을 통해서 우리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6월 23일 대규모 서울 집회와 9월 1일 총파업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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