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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 정책결정 투명성...과학과 정치 사이[시민건강연구소 서리풀 논평] 코로나 정책결정의 투명성 문제

[라포르시안] 행정부와 청와대 참모진 개편으로 코로나19를 둘러싼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은 좀 더 복잡해졌다. 청와대 안에 ‘방역기획관’ 한 자리를 신설한 정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 한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중심 체제에서 참모가 하는 역할이 행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구체적으로 ‘방역기획관’이 누구와 어떻게 일하는지 알려진 바 없지만, 청와대-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사이에서 필시 새 흐름이 생길 것이다.

매일 언론에 등장하는 일종의 연합 임시조직,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본부장은 보건복지부장관)나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질병관리청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상위조직이라 할 수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본부장(국무총리)까지 바뀌면 ‘조정’과 ‘적응’의 폭은 더 커진다.

이런 변화의 와중에 정부가 결정해야 하는 일은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백신과 접종 문제만 해도 그렇다. 부작용 문제, 변종 바이러스, 강대국의 독점, 3차 접종의 필요성 등 백신 수급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부작용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일부의 접종 기피 분위기 등, 국내 요인도 만만치 않다.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정치적 요구가 분출하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새로 취임한 서울과 부산 시장은 중앙정부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관련 기사 바로보기), 경기도지사는 독자적으로 백신을 들여오는 문제를 검토한다고 발표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이런 주장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지역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까 싶다. 한편에서 현실 정치인의 정략이라는 비판도 거세지만, 이들의 주장이 일정 정도 지역 유권자의 판단과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면 정치적 비난이나 행정적 조치만으로 사태를 정리하기 힘들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정책결정을 둘러싼 환경변화가 자칫 정책과 결정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다들 백신 도입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짐작하는 상황에서 접종률 달성 계획에는 문제가 없다고 거듭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백신 접종과 관계가 있는 여러 정책이 불신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결정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기껏해야 그것은 정치인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 이상으로 해석되기 어렵다. 전문가도 아닌 정치인의 ‘결단’인가, 누구의 조언을 들었는가, 아니면 어떤 공식구조와 과정을 통해 논의하고 결정한 것인가? 무엇인지에 따라 믿음과 불신이 갈리기 마련이다.

우리는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신뢰의 두 축이 과학과 정치라고 생각한다. 지금 정책결정은 최신 과학의 불완전성과 불확실성마저 고려해야 하며, 그 결정에 대한 신뢰는 그런 과학을 다루는 정치적 과정에 좌우된다. 과학과 정치가 분리되지 않으며, 적어도 신뢰의 문제에서는 정치의 역할이 더 크다.

신뢰를 높이는 과정의 첫 번째 요건은 당연히(!) 투명성이다. 제도나 기술로 무슨 장치를 해 두었으므로 괜찮다는 문제가 아니므로 이를 정치의 문제라고 한다. 투명성의 정치란 확실한 것은 확실한 대로, 잘 모르는 것은 그것대로, 숨기지 않고 드러내어 믿음을 얻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과 방법으로 밝히는 것도 필수다.

5인 이상 집합은 왜 금지하기로 하는지, 이 백신은 왜 어떤 연령층을 제외하는지, 누가 어떻게 무슨 근거로 정했는지 밝히는 것이 투명성의 구체적 형태라 할 것이다. 사람들은 결정 과정, 즉 누가, 어떤 형식으로, 무엇 때문에 이렇게 했는지를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올 초에도 투명성과 참여를 통한 의사결정을 강조했지만(☞2월 15일자 서리풀 논평 바로보기), 투명성, 신뢰, 정책이 한꺼번에 난맥상을 보이는 일이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는 집단적 진단검사를 둘러싼 논란과 혼란이다.

우리는 새로 취임한 서울시장이 왜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겠다고 했는지, 그 과정을 잘 모른다. 어디에서 어떻게 결정했는지, 어떤 근거인지, 왜 노래방과 학교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지 못한다. 서울시뿐 아니라 비슷한 말이 나왔던 중앙정부, 지자체, 기관, 또는 이를 반대하는 결정도 과정이 투명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관련 기사 바로보기1 , 바로보기2),

백신 접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어떤 연령군을 넣는다 뺀다 하는데, 공식적으로 밝히는 결정 이유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라거나 “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따라”가 전부다. 그 위원이 누구인지, 무슨 논의를 했는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의심이 신뢰를 압도한다.

강도와 폭은 알 수 없지만, 이제 새로운 정책결정 구조와 과정을 구축할 수밖에 없다. 아니, 개인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그렇게 되어갈 것이다. 자리와 역할, 그리고 그것을 맡은 개인들이 그냥 빠져있는 것이 아니면 새 ‘시스템’이 구축되고 나름의 경로를 따라 진화한다.

‘새로움’은 혼란을 가중할 위험일 수 있지만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다. 정책과 결정에 대한 신뢰가 앞으로의 방역을 좌우한다고 할 때, 그 시스템이 실질적 내용보다는 과정을 정비하는 데, 그것도 투명성을 높이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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