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 의대 교수노동조합 출범 본격 준비
"잘못된 의료정책 강행할 경우 교수 노조 확산 기폭제 될 것"

[라포르시안] 빠르면 이달 안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 주도로 전국 단위 의과대학 교수노조가 설립될 전망이다.  

앞서 대한병원의사협회회는 지난 13일 아주대의대 교수 노동조합이 최근 독립노조(단위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다음 달 전의교협이 의대 교수노동조합 출범을 준비한다고 알렸다. 

라포르시안 취재 결과 전의교협은 최근 내부적으로 전국단위 의대 교수 노조를 설립하고, 각 의대별 교수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전의교협 권성택 회장(서울대의대 성형외과)은 "오늘(13일)까지 내부에서 의견을 나눈 결과 '일단은 의대 교수들이 개인자격으로 노조에 가입하는 형태로 출발하자. 그렇게 가다 보면 40개 의대 전부는 아니더라도 단체 가입하는 시점이 언젠가 오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당초 전의교협은 40개 의대마다 교수노조가 있고, 이들 노조가 연합해 산별노조로 가는 방향을 추구했다. 그러나 대학별로 사정이 달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여기저기 자문을 받아 현실적인 방법을 찾았다는 게 권 회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의대마다 처한 사정이 제각각 다르다. 교수노조를 설립한 아주대병원은 노조가 생길만한 환경이지만, 다른 대학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련 기사: 한국 의사들, 외국 의사노조에 길을 묻다 >

교수노조는 2019년부터 전의교협에서 교수노조 설립 TF를 이끌어온 김장한 울산대의대 교수가 오는 23일 전의교협 회장에 취임하는 것과 동시에 출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권성택 회장은 "3명만 있어도 노조 설립이 가능하다지만 구색은 갖춰야 한다. 개인자격으로 가입하는 노조원들은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 회장들이 될 것이다. 나름 대표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며 "출범하는 노조가 전국 의대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의대 교수들의 단결과 노조 가입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노동자성 자각한 의사들, '의사노조' 깃발 들었다>

그는 "의대 교수들이 노조를 설립하는 의미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맞서면서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지금과 같이 의료법 개정안 등 잘못된 정책을 강행할 경우 교수 노조 확산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대 교수노조와 달리 '의사노조'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다른 후보자들과 함께 의사노조 설립에 긍정적 태도를 취했다. 

이 당선인은 "의사노조 설립은 시대적 요구다. 의협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회장에 취임하면 주변 여론과 상황을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41대 의협 회장직 인수위 관계자는 "의사노조 설립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병원협회나 중소병원협의회와도 협의해야 하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당선인이 의사노조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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