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교수, 내분비내과)

[라포르시안] 진행이 느리고 예후가 좋은 편이라고 알려져 '착한 암' 또는 '느린 암'으로 불리기도 하는 갑상선암. 올해 초 발표한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갑상선암 환자는 2만 8,651명이다. 전년도 발표에서 남녀 전체 암 4위였는데, 2위로 상승했다. 특히 갑상선암은 여성 암에서 유방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발생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갑상선암이라고 해서 모두 치료가 쉬운 것은 아니다. 갑상선암 환자 중에서도 방사성요오드 치료에 불응한 분화갑상선암 환자들은 5년 이내에 사망에 이를 만큼 예후가 좋지 않다. 특히 방사성요오드 치료에 불응하면서 전이까지 발생한 분화갑상선암 환자는 아직 완치 가능한 치료 옵션이 없어 치료가 더욱 어렵다. 이런 환자는 표적 치료제를 사용해 생존기간 연장 및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방사성요오드 치료에 불응한 전이성 분화갑상선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로는 렌바티닙(제품명: 렌비마), 소라페닙(넥사바정) 등의 TKI(Tyrosine Kinase Inhibitor) 치료제가 있다.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과 미국갑상선협회·국제암통제연맹 가이드라인도 이를 권고하고 있다., TKI 치료를 통해 환자의 무진행 생존율 향상이 가능하므로, 방사성요오드 치료 후에도 진행이 되거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최대한 빨리 TKI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TKI 치료제 중 하나인 렌바티닙은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 '높은 반응률'을 근거로 방사성요오드에 불응한 전이성 분화갑상선암 치료에 선호되는(preferred) 치료제로 권고된다. 렌바티닙은 임상연구를 통해 방사성요오드 불응성 분화갑상선암 환자들에게 무진행 생존기간의 유의미한 연장과 반응률 개선을 확인했다. 렌바티닙은 투약 용량 감량으로 이상 반응을 관리할 수 있으며, 연구를 통해 용량 감량 시에도 지속적인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한 바 있다. 

TKI의 치료효과 및 용량 조절을 통한 이상반응 관리는 방사성요오드 불응성 분화갑상선암 환자의 치료를 보다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렌바티닙 1차 치료 후 암이 진행된 환자가 다른 약제로2차 치료까지 시행했을 때 무진행 생존기간이 10개월 이상 증가한다는 미국의 리얼월드 데이터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는 방사성요오드 치료 불응성인 분화갑상선암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에 장기적인 약물 치료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방사성요오드 치료 불응성 갑상선암 1차 TKI 치료 실패 후 2차 TKI 치료 시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장기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환자들이 2차 TKI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고 후속 치료를 받아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국내 갑상선암 치료 환경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갑상선암 환자가 경제적인 한계로 생존기간을 위협받지 않고 그들이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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