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아니다. 언론의 '너절리즘(너절하다 + 저널리즘)'에 대한 우려다. 지난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때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에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당시 언론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 발생 수치를 스포츠경기 중계하듯 내보내며 백신 불신을 키우는 '속보경쟁 너절리즘'의 진가(?)를 발휘했다.  

의료 전문가와 보건당국이 역학조사, 부검결과, 의무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망과 독감 백신 접종 간 인과관계가 없고,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심지어 부검을 실시한 대다수 사망자에서 뇌출혈, 대동맥 박리 등 명백한 다른 사인이 나왔지만 많은 언론은 '백신 접종 후 사망자 00명 늘어' 중계식 보도 행태를 멈추질 않았다. 신속한 정보 제공을 명분으로 정확한 정보 전달은 내팽개친 언론이 '백신 포비아'를 부추겼다. 정작 공포의 대상은 백신이 아니라 부정확하고 과장된 보도로 클릭질 장사에 빠진 언론과 너절리즘이었다. 덕분에 2020∼2021년 독감 무료 백신 접종률은 다른 때보다 10%p 가까이 떨어졌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대하는 언론 태도는 '독감 백신 포비아' 보도 복사판이다. '독감백신 공포 확산', '독감 주사 후 잇단 사망', '독감 백신 불안감 증폭'을 보도하던 언론이 코로나19 백신으로 대상만 바꾼 기사를 찍어내듯 내보낸다. 막연한 불안과 공포로 백신 접종 기피를 조장하는 선봉에 섰다. 백신 접종 후 신고된 이상반응이 대부분 경증 사례였는데 사망 사례가 발생하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어 속보 경쟁을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이달 3일 0시까지 누적 접종자 수는 8만7428명이다. 이 중 백신을 접종한 후 이상반응이 나타났다고 신고된 건수가 209건이다. 안타깝게도 2명의 사망자가 포함됐다. 방역당국은 "사망 사례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며, 추가적인 의무기록조사와 시도 신속대응팀 검토,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피해조사반 검토를 통해서 예방접종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보도는 이미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에 방점을 찍은 듯 하다. 심지어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과 관련해 '백신 마루타'라는 비과학적이고 허무맹랑한 우려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백신 접종 요양환자 잇따라 숨져, 코로나 백신 패닉, 고령층 접종확대 불안감 확산...' 같은 기사가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 때와 동일한 포맷이다. 포털에 걸린 기사엔 어김없이 코로나 백신 접종 불안을 호소하거나 허위정보를 배출하는 댓글이 쏟아진다. 

"정부는 매번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하면 기저질환 핑계만 대면서 백신의 위험성을 숨기고 있다"거나 "어차피 정부는 인과관계 없다고 발표하겠지"라는 댓글은 여론으로 둔갑해 백신 포비아를 확대재생산 하는 기사 작성에 필요가 재료가 된다. 포털 기사 댓글을 긁어모아 '백신 불안감 증폭', '접종 기피 확산'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기사가 등장한다. 

언론이 자가 증폭해 전달한 백신 접종 불안감 정보에 대중의 관심이 커질수록 언론은 다시 백신 접종 후 사망자 찾아내기에 매달린다. 언론이 스스로 조성한 백신 불신과 공포를 마치 새로운 현상인 양 보도하고 사회적인 논란거리로 고착화한다. 이쯤 되면 '백신 접종 포비아'가 실체적 공포인지, 혹은 언론이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로 조장한 허구적 공포인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넌더리 쳐지는 너절리즘이다. 코로나 시대 정보제공자로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작년 11월 말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확진 후 숨진 환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 작년 말까지 발생한 누적 사망자 900명 중에서 요양병원 입원환자와 요양원 입소자가 316명(35%)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지속하고 더 서둘러야 할 이유다. 정부도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감시강화와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해 백신 접종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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