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등 7개 질환에 대해 포괄수가제가 시행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해당 과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제도는 시행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려하던 의료의 질이 떨어질 지,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지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정부가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서 내세운 논리 가운데 하나가 환자들의 비용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병·의원 찾을 돈이 없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흑자를 기록하는 최악의 경기상황에서 입원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일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7개 질환의 경우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전체적으로 약 20.9% 감소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정체수술의 경우 25.4%, 편도수술 11.2%, 충수절제술 8.9%, 탈장수술 27%, 항문수술 15.1%, 자궁적출술 21%, 제왕절개술 25.7%라고 한다. 수치로만 보면 상당한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일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이 그것이다.

의료법 제46조 제4, 5항을 근거로 의료기관은 환자로부터 선택진료비를 받을 수 있다. 원래 선택진료비는 국립대병원 교수의 급여를 보전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특진비’제도가 확대되고 이름이 바뀐 것이다. 이 외에도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인 상급병실료 차액도 일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에 포함된다.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면 본인부담금을 일부 줄일 것이 아니라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차액료를 줄이거나 없애면 된다. 

실제 본인부담금 감경액보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차액료가 더 크다.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주려면 후자를 줄이는 것이 효과가 큼에도 굳이 포괄수가제 시행의 근거로 본인부담금의 경감을 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선택진료비의 산정은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 별표에 근거해 이뤄지는데, 그 방식은 행위별수가제 방식이다. 즉 진찰, 의학관리, 검사, 영상진단 및 방사선 치료, 마취, 정신요법, 처치․수술, 침․구 및 부항이라는 8개 영역별로 국민건강보험진료수가기준의 100% 이내의 범위 안에서 당해 의료기관의 장이 정한 금액이 선택진료비로 정해지게 된다.

7개 질환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적용한다면, 선택진료비가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 질환들 관련 선택진료비 역시 포괄수가 방식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

즉 ‘포괄수가의 00% 범위 안에서 당해 의료기관의 장이 정한 금액’으로 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정부로서는 향후 포괄수가제 시행의 범위를 넓히려 할 것이 자명하다. 포괄수가제 시행의 근거로 국민 부담의 감소를 드는 정부의 태도는 잘못되었다. 국민 부담의 감소를 위한다면 ‘일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이라는 문구를 없애는 것이 옳다.

병원에 입원한 후 진료비 내역서를 보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처음 놀라는 것은 의외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진료비를 포함한 비급여 부분이 많아 진료비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의 재정을 줄이려 포괄수가제를 시행한다는 의료계의 의심을 무마시키기 위해서는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포괄수가제의 시행 근거로 본인부담금의 경감을 드는 정부의 의도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선택진료비를 없애든지, 최소한 현재의 선택진료비 부과방식을 포괄수가제 적용 질환에 한해서만이라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본인부담금 및 요양급여는 포괄수가로, 선택진료비는 행위별 수가제로 받는 지금의 방식을 적절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경권은?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 의료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에 입학했다. 2008년 68회 의사국시에 합격했다. 현재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이며,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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