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이철 전 연세대 의무부총장(연세의료원장)이 최근 '세브란스 인사이드'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1997년부터 2014년까지 의료원 기획조정실장, 세브란스병원장, 연세대 의료원장을 역임하면서 의료원 살림을 꾸린 경험을 9가지 경영철학으로 정리했다.

저자가 행정 실무자와 책임자로 있던 시기, 세브란스병원은 새 건물을 짓고 병원 면적이 3배 크기로 확장된다. 오로지 진료수입과 기부에 의지해 10만평의 건축을 이룬 것이다.

이 자체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저자는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해 혁명에 가까운 변화들을 시도하고 성공시킨다. 

싱가포르의 자본개방형 병원으로부터 미래 병원에 대한 비전을 얻은 저자는 새 병원 로비에 카페 등 환자편의시설을 입점시키고, 당시 우리나라에 생소한 개념이던 '환자경험'을 새로 지은 암병원에 적극 도입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병원경영의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은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1년 차 전공의들의 작은 행동변화로 인해 반나절 앞서 이루어진 퇴원절차는 병원 곳곳에 연쇄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응급실 환자가 떠 빨리 병실로 올라가고, 그에 따라 의자에서 대기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응급환자가 줄어든다. 

병실이 빨리 비워지면서 새로 입원한 환자들이 하루 먼저 의사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변화는 크고 어려운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작고 쉬운 것으로부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바로 '디테일 경영'이다. 

이 책에서는 또 세브란스병원을 운영하며 작은 변화로부터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낸 많은 사례들을 소개한다. 

논문 쓰기에만 열중하고 특허절차에는 어두운 교수들을 돕기 위해 의료원 연구처가 교수들 대신 특허출원 절차를 대행하도록 했다. 그러자 한 해에 57건에 불과했던 특허출원이 141건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병원 내에 새로운 의료기술이 쌓여가자 '세브란스 특허박람회'를 열어 기업과 기술 공유를 적극 시도한다. 이후 세브란스의 기술이전 수입은 1억원에서 22억원으로 급중했다. 

이 외에도 환자보호자들의 수고를 덜어준 '원무매니저' 제도, 환자들의 기다림을 달래준 '세브란스올레', 병원 교직원들에게 경영마인드를 심어준 'Mini-MBA', 환자들의 마음을 위로해준 '수술 전 기도하는 의사' 등 세브란스에서만 볼 수 있는 작지만 큰 변화를 주도했다. 

이 책에서는 딱딱한 의료행정이 아닌, 그 안에 사람이 있고, 환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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