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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건강 연속기고(16)] 간병노동자, 병실의 그림자 아닌 보건의료 필수노동자다변수지(노동건강연대 회원, 공인노무사)
[라포르시안] 1988년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던 15살 노동자 문송면이 수은중독으로 숨진 산재사망 사건을 돌이켜볼 때,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던진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은 노동환경 개선의 시작을 여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병원을 찾은 노동자에게 주로 하는 업무와 사용하는 물질을 의료인이 묻는다면 보다 적정한 진료를 할 수 있고, 다친 이후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직업력을 묻는 의료전문가의 질문은 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정책 개선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장의 의료전문가가 적합한 치료와 재활 및 예방을 위해 환자의 직업을 묻고, 직업이 건강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에서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격주로 연속기고 시리즈를 싣는다. <편집자주>

지난 10월 6일 정부는 ‘필수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필수노동자’는 코로나19 시대에 생명·안전과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대면 서비스를 멈출 수 없는 노동자를 뜻한다. 정부는 브리핑에서 특히 필수노동 중에서도 ‘보건·의료, 돌봄노동, 택배·배달 등 이동노동, 환경미화’를 취약부문으로 꼽으며 우선적으로 보호를 강화방안을 강구하고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필수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촘촘히 이루어져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다수의 필수노동자는 저임금, 과로, 산재, 고용불안정에 시달렸다. 즉, 코로나19 이전엔 필수노동자가 그림자처럼 언제나 존재해 왔으나 보이지 않았다면, 병원과 보건소가 붐비고 거리가 한산해진 지금엔 이들의 피와 땀, 눈물 자국까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 추진정책을 살펴보면 필수노동자를 보호하기에는 부족한 지점이 많다. 특히 간병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현 추진정책은 지금까지 많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의 산재보험의 허점에도 불구하고 특고 편입 제시에 그치고 있다.

노동자 아닌 노동자, 간병인

사실 ‘간병노동자’는 필수노동자 정책이 나오고 있는 지금도 눈에 잘 띄지 않고 있다. 간병노동자는 의료기관, 요양시설, 환자의 집에서 환자를 돌보는 역할을 한다. 보통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가 스스로 상주할 여견이 안 되는 경우 간병노동자를 고용한다. 다만, 간호간병 통합 병실에 입원하는 경우 보호자나 간병노동자 상주가 필요 없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 보도자료(2019.12.30.)에 따르면 아직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제공되는 병실은 534개 기관, 49,067개 병상에 불과하고(2019년 기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병원에서 간호간병 통합 병실 입원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역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간병노동자의 업무는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돌봄이 해당된다. 구체적으로 ① 환자의 청결 유지, ② 수술환자 등 증상에 따른 의사 및 간호사의 지시사항 준수, 금지행동 저지 ③ 식사 및 투약보조, ④ 대소변 보조, ⑤ 부축 및 휠체어 등 환자 이동시 동행, ⑥ 재활운동 치료 도움, ⑦ 환자의 말벗, ⑧ 환자의 섭취량, 배설량 기록, ⑨ 환자의 안전관리 및 문제 발생 시 보고, ⑩ 환자의 침상 및 병실의 청결유지 등이 있다.

이처럼 간병노동자는 단지 환자의 일상 보조뿐만 아니라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의료기관과 협조하며 환자를 돌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간병노동자의 노동조건은 굉장히 열악하다. 병원의 간병노동자는 대체로 24시간을 연이어 일한다. 휴일은 토요일 오후 1시에 병원을 나선다면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 1시까지 복귀하는 식이다. 사실상 온전한 휴일도 없고 확정된 휴게시간도 수면시간도 없다. 환자의 체위변경을 하는 등의 업무는 근골격계에 큰 부담이 되며, 폭언·폭력·성희롱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병원 내에서 연이어 숙식을 해결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편의시설은 없다. 잠은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청해야 한다. 출퇴근 없이 6일 24시간 내내 이런 고된 일상이 반복된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지만 올해 간병노동자의 일급은 9만원~11만원 수준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4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4시간 노동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간병노동자가 알선업체를 통해 병원에 배치되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더욱이 산재보험법상 근로자도 아니고, 특고종사자도 아니어서, 업무 중 사고가 나거나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려도 산재처리를 할 수 없다.

특고종사자 편입만으로는 간병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

정부는 ‘필수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에서 간병노동자와 같이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 추가 가능한 특고종사자를 발굴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가중된 감염 및 산업재해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물적 인프라를 산재보험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고종사자 중 10명 중 8명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한다. 높은 적용제외 신청률의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사업주가 직·간접적으로 적용제외를 종용했을 수도 있고, 노동자 본인도 모르게 누군가의 대필로 적용제외 신청을 당하기도 한다. 간병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특수종사자로 산재보험에 가입되더라도, 언제든 적용 제외할 수 있는 불안정한 산재보험이다.
산재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재해 시 보상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지, 산재보험 가입 자체는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또한 간병노동자 공적 마스크 미지급처럼 코로나19 시국에 특수하게 나타난 문제들에 대해서도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간병노동자 역시 병원에서 환자의 회복을 위해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이다

올해 3월 전국적으로 마스크 부족현상이 있었을 때 정부는 병원 종사자에게는 마스크를 지급하면서 간병노동자에게는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 의료기관 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간병노동자는 의료기관에 직접 고용되지 않았기에 ‘의료기관 종사자’에 포함되지 못했다.

병원에서도 특별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오히려 종래에는 지급하던 곳에서도 마스크가 부족하다며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간병노동자는 여전히 병원에서 일해야 했고 다른 모든 병원 노동자처럼 마스크 없이는 일할 수 없었다. 마스크 대란이 잦아들 때까지 간병노동자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감내해야 했을뿐 아니라, 마스크를 빨고 말려가며 그 기간을 버텨내야 했다.
분명 병원은 입원 환자와 종사자들에 대한 감염 방지 노력의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럼에도 환자와 밀접 접촉하는 간병노동자에게 ‘자체 방역’의 부담을 떠넘겼다. 이는 의료시설이 간병노동자를 동일한 공간에서 환자의 건강 회복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협업하는 동료가 아니라, 환자에게 부속된 보조 인력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그렇다. 간병노동자는 환자를 가장 가까이서 돌보지만 공식적인 의료기관 종사자가 아니다. 법적 지위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도 아니고 특고종사자도 아닌, 제도권 밖에 위치한다. 때문에 집계·관리도 어려워 제대로 된 행정 지원 역시 어렵다. 국가와 병원은 간병노동자의 건강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사회의 그림자 속에서 일한다는 것이 건강마저 차별당하는 이유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간병노동은 필수노동이다. 간병노동 없이 우리 사회에서 모든 환자가 건강하게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병원은 그 본연의 목적인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간병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며, 적어도 휴게시설을 보장하는 등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국가 역시 ‘간병노동’이 건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간병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정책은 반쪽짜리 보호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보험의 간병급여 지급을 통해 환자 및 보호자의 부담을 줄이고, 간병노동자의 임금 현실화하며 장시간노동 문제를 개선하는 등 현실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 윤준병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2017~2020년 7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률 현황’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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