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성(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일반의,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

지난 1994년 설립된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한의학과 관련된 기초연구 및 한방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한의학의 세계화를 목표로 한방정책을 개발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그러나 한의학연구원은 국내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주도하는 기관으로,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구인력을 운용하고 있지만 그 성과하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대한의사협회가 한의학연구원의 방만 경영 및 예산낭비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의학연구원은 올 상반기 공채를 통해 의사 출신의 선임연구원과 현직 대학교수인 책임연구원을 채용했다. 한의사가 아닌 의사를 채용한 것은 한의학연구원 개원 이래 처음이다. 의사출신으로 첫 한의학연구원에 채용된 유수성 선임연구원으로부터 입사 계기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의대를 졸업하고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해 면역학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로서 길을 포기한 건가.

“의사로서의 길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전공의 1년을 마치고 2년차에 퇴직했다. 이듬해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엄밀히 말하면 전문의의 길을 가지 않고 일반의로서 기초의학을 공부한 것이다. 학부 때부터 임상과 기초연구라는 두 가지 길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본과 1학년 때 생화학교실에서 1년 동안 기초연구를 경험해 보기도 했고 인턴과 수련의 과정을 통해 임상의사로서 경험도 해봤다. 결국 임상의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기초연구자로서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

- 한의학연구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채용된 의사출신 선임연구원이다. 한의학연구원에 지원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백반증이나 아토피와 같은 대부분의 면역질환은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없다. 게다가 식습관이 변화되면서 오히려 면역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치료 방법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폭넓은 사고와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면역력과 관련해 어떤 식습관이 면역력을 높일 연구와 자가면역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지 연구가 필요했다. 오랜 세월 국민을 대상으로 쌓아온 의학지식이 한의학이라고 생각했다. 한의학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한의학연구원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주위 동료나 의사들의 반응은 어땠나.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격려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는 의사, 한의사, 수의사, 생명과학 전공 연구자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연구를 수행한다. 같이 연구를 수행했던 동료들은 새로운 길을 가고자하는 것에 대해 지지하고 믿어줬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경험하기 때문에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기회가 많다고 본다.“

-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자가면역세포 활성화 연구를 수행했다고 들었다. 어떤 쪽의 연구였나.

“자가면역질환 중 백반증에 대한 새로운 생쥐 모델을 만들고 이 모델을 이용해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연구였다.”

- 앞으로 연구원내 어느 부서에 소속돼 주로 어떤 방향의 연구를 하게 되나.

“연구원내 한의의료기술연구그룹에 소속돼 한의학의 진단과 치료를 보다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고 개선·발전시키는 연구를 하게 된다. 의학과 면역학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현대의학과 한의학에 있어서 면역체계에 대한 이론은 전혀 다른 것 아닌가.

“한의학연구원은 한의학의 진단과 치료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개선·개발하는 곳이다. 시작에는 차이가 있지만 접근 방법과 해석은 모두 같은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 한의학연구원이라는 조직에 직접 들어가 보니 분위기가 어떤가. 의사출신이라 느끼는 단절감은 없나.

“많은 부분에서 배려해주고 있다. 게다가 한의학연구원에서 나름 기대가 커 저 또한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할 생각이다.”

- 연구원에서는 이번 채용을 통해 한의학과 현대의학간의 융합연구 활성화를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한의학과 현대의학간 융합연구를 통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모델을 찾는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진정한 교류가 있어야 한다. 내가 한의학연구원에 들어온 것이 진정한 교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한의사와 의사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과학이라는 도구로 융합연구의 성과를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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