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울산대의대 김헌식 최은영, 연세대의대 현영민 교수
왼쪽부터 울산대의대 김헌식 최은영, 연세대의대 현영민 교수

[라포르시안] 암 세포가 유독 폐로 많이 전이되는 이유가 밝혀졌다. 

서울아산병원은 의생명과학교실 김헌식·최은영 교수와 연세대의대 해부학교실 현영민 교수 연구팀이 흑색종 쥐 모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폐의 특정 단백질이 결핍되면 폐 염증반응을 활성화시켜 암 전이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9일 밝혔다.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암세포 주변의 염증 등 미세환경이 암 전이 형성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다. 특히 폐는 혈관이 풍부하고 고농도의 산소가 유지돼 전이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그러나 어떤 기전으로 폐와 같은 특정 장기에서 암 전이가 많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

연구팀은 악성종양의 일종인 흑색종을 유발한 쥐 모델의 폐 혈관내피세포에서 주로 발현하는 특정 단백질 'DEL-1'이 악성종양의 전이와 항암면역반응에서 전이를 억제하는 중요한 핵심인자임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DEL-1단백질을 인위적으로 결핍시킨 쥐의 꼬리정맥으로 흑색종을 주입했다. 

그 결과 쥐의 폐로 선천 면역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인 호중구 유입을 촉진시켜 폐전이 병소에 염증반응이 나타나고, 그에 따라 자연살해세포 매개(NK cell) 항암면역반응이 결함돼 악성종양 성장과 전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역으로 활용해 DEL-1단백질이 결핍된 쥐 모델의 호중구 세포를 인위적으로 결핍시키거나, 외부에서 조합한 DEL-1단백질을 주입했을 경우 항암면역반응 결핍 반응이 효과적으로 회복되는 것도 밝혀냈다. 

또 DEL-1 단백질은 흑색종 원발암의 생성이나 전체적인 항암면역반응에는 관여하지 않고, 폐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해 암 전이와 관련된 국소적인 항암면역반응만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헌식 교수는 "이번 연구로 염증에 의한 악성종양 폐 전이를 억제하는 단백질을 발견한 것이 가장 큰 성과이다. 이 단백질로 인해 왜 폐가 다른 장기에 비해 전이에 취약한지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DEL-1 단백질은 폐와 뇌의 혈관내피세포에 다량으로 발현되는 특징이 있다. 이 단백질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켜 DEL-1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하면 폐뿐 아니라 뇌 등 전이된 악성종양에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세계적인 권위지 사이언스(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1월호에 실렸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