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기고] 의대증원 확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김홍식(배산메디칼내과 원장,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장)

[라포르시안]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의대 입학정원을 연간 400명씩 증원하여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추가된 의대 입학생 4,000명 중 3,000명은 지역 공공의료에 종사하고 나머지 1,000명은 역학조사 등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분야에 근무하게 될 것이라 한다. 이에 의사들은 강하게 반발해 전공의와 의대생을 필두로 전 직역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증원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발표하며 의사협회와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니 제대로 된 정부인가 싶다. 의사들은 코로나19가 재확산되어 극도로 지쳐가는데 정부는 십 수년 후에나 나올 공공의료 전담의사  문제로 지친 의사들을 분노케 만드니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의사들은 공공의료 활성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의사들은 공공의료가 제 역할을 못하면 그 부담이 민간의료로 넘어온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하지만 의대증원은 정작 공공의료 활성화 효과는 없고 국민들에게 재정 부담만 안기며 무엇보다 의료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정책이라 반대하는 것이다. 걸음걸이조차 힘든 D급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다 과로로 쓰러진 의사들에게 내밀 정책은 아니다.     

의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명분으로 흔히 OECD Health Statistics를 제시한다,  최근 자료라는 OECD Health Statistics 2018에 보면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수가 우리나라는 2.4명으로 나온다. OECD 평균이 3.5명이니 의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흔히 의료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과 미국도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의 수가 2.5와 2.6에 불과하다. 그들 나라에서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논의 자체가 없다. 인구 당 임상 의사의 수 못지않게 중요한 지표가 의사 수 증가율이다. 의사 수 증가율에서는 우리나라가 전체 OECD 국가 중 2위이다. 41개 의과대학에서 연간 3,400명의 의대졸업생이 쏟아지면서 다른 OECD 국가에 비하여 가파르게 의사수가 증가하는 상황이라 조만간 우리나라는 의사인력 공급과잉 상태가 된다.

공공의료 활성화는 코로나19 발생 훨씬 전부터 보건의료분야에서 오래 묵은 주제였다. 필자가 의사협회 정책이사를 맡았던 20년 전에 공공의료 활성화 대책이라는 주제의 공청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공청회에서 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나는 공공의료가 부실한 것은 의사의 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료 근무조건 때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처우가 열약하고 관련 행정기관의 간섭이 심해서 의사들이 근무를 기피한다고 발표했다. 만약 공공의료 근무조건이 개선된다면 공공의료에 뛰어들 의사들은 충분히 많다는 의견을 냈다. 공공의료 활성화 공청회가 20년 전에 열려 이후로 인구 증가율은 정체되었으나 의사의 수는 무려 7만명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 지금도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공공의료 부실의 원인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너무 진부하다.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행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우선 해당 의대생 지원에 소요될 재정 부담이 학부지원 및 수련과정 지원까지 수 천억 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두뇌가 우수한 기존 의대 입학생들에 밀려 졸업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어렵게 학업과 수련을 이어가도 전문의가 되기까지 십 수년이란 긴 시간이 걸린다. 전문의가 되어 일을 제대로 하나 싶으면 의무 근무기간 10년이 경과되어 민간의료로 떠나 버릴 것이 자명하다. 의무 근무를 피하여 해외로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떠나는 경우도 막을 방도가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제도에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일본에서는 특정지방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받고 의대에 입학하는 제도가 있는데 해마다 지원자가 줄어들어 2,600명 정원을 채우지 못하자 재정난에 처한 대학들이 지역의무 의대생 미달 분을 일반 의대생으로 입학시겼다가 정부의 처벌을 받는 사회문제까지 발생하였다.

의대증원 문제는 극복해야할 과정이 여럿 있다. 무작정 수험생 뽑아서 의대에 교육 위탁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외국의 실패 선례도 있고 해당 분야 전문인 의사협회와 협의하여 제도 보완도 해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으로 의대증원 정책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너무 안일하다 생각된다. 이런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오랫동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소수의 paper researcher들에 의해 좌우되었기 때문이다. 정책이 실재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론적인 정책에 현장의 정보가 반영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은 종이 정보에만 의존하여 죽은 정책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도 의약분업이다. 의사들이 완전의약분업은 국민에게 보험료 부담만 주고 분업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잘못된 분업이라 주장하였으나 정부와 시민단체는 의사들과 정반대의 주장을 하며 의사들의 주장을 직업이기주의로 호도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완전의약분업을 추진하였더니 정부 홍보와 다르게 국민들이 내야하는 건강보험료는 급격하게 올랐고 복약지도는 수가에만 존재하는 행위가 되었다. 국민들은 불편하게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다녀야 했고, 의약분업하면 사라진다던 리베이트는 쌍벌제까지 다시 만들어야 해 의약분업은 국민들 보험료로 제약회사만 거대하게 키워주었을 뿐 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선전했던 효과가 정반대로 나타나니 시행 20년이 지나도록 의약분업 정책평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도 현장감 없는 소수의 paper researcher들의 주장만 수용하여 정책을 추진한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어 의사들이 지쳐갈 때 당장 효과를 낼 수 업는 의대증원 문제로 피곤한 의사들의 등에 칼을 꽂으니 의사들이 분개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공의료의 정체는 어떤 것인가? 코로나19에서 무증상 확진자를 관리하는 생활치료센터 정도의 관리만 가능할 뿐 중증 합병증을 동반한 환자는 케어할 수 없는 수준이 정부가 말하는 공공의료이다, 이런 공공의료를 활성화 할 수 있다며 탁상공론에 불과한 의대증원을 가지고 의사와 대립하니 안타까운 생각뿐이다.

서두에 의사들도 공공의료 활성화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적시하였다. 정부의 현장감 없는 정책보다 의사들이 공공의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끔 유도하는 정책을 제안한다. 공공의료 의사들의 처우를 현실적으로 개선하고 관련기관의 간섭과 통제를 막아 진료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면 공공의료에 의사들이 지원한다. 효과 없이 퍼부어질 의대증원 소요 자금으로도 가능한 제안이다. 정부가 민간의료보다 나은 근무조건을 제공하는 공공의료를 만들기만 해보라. 지원하지 말라 막아도 의사들이 공공의료에 근무하길 원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공공의료 활성화다.

우리나라에는 14만명에 가까운 의사 면허자들이 배출되었으나 실재 활동하는 의사는 10만명에 불과하다. 국내활동이 불가능한 의사를 제외하고 최소 15,000명 이상의 의사들이 근무 가능하다. 비활동 의사뿐만 아니라 현재 민간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도 근무조건이 개선되면 공공의료에 참여한다. 기존 의사를 활용하면 전문의가 될 때까지 십 수년 기다릴 필요도 없고 의사단체와 싸울 일도 없다. 복지부나 정부가 공권력을 믿고 아집으로 일관하면 의사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걸고 싸우려 할 것이다. 그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정부가 지금의 의대증원 정책을 폐기하고 의사협회 및 관련 산하단체들과 협의해 공공의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추진하기를 권한다. 의대생들이 중요한 시험에 응시조차 하지 않고 유급을 각오하고 있고, 전공의들이 단계별로 무기한 파업을 하겠다고 하니 현 사태를 보는 필자는 그들의 부모와 같이 착찹하고 두려운 심정이다. 정부는 괜히 의료인을 위로한다며 드론 띄우고 해시태그로 감사를 표할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분노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욱 지쳐가는 의사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해 수 천 억원의 재정을 부담하라면 많은 국민들이 반대할 것이다. 부실한 공공의료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사들이다. 의사들 대부분이 의대증설 정책에 반대한다. 의대증원 확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김홍식은?

부산에서 배산메디칼내과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를 지냈다. 현재 국민건강과 보건의료 현안에 대해 의사협회가 대내외에 표방하는 '공식 입장'을 수립하는 의협 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포르시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추천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시민 2020-08-25 11:47:38

    OECD 제출된 의사수는 한의사 포함인데 의사가 충분하다고? 그럼 한의사랑 일원화는 왜 반대? 전국에 의사 일 대신하는 PA가 만명에 육박한다는데 그래도 의사가 충분? 지금 의료체계에서 성형외과, 피부과 의사 달려가는 의사들을 누가 막을 수 있나? 의료수가를 그만큼 올려줘야 하나? 세상 어느 나라도 수가 통제 안하는 나라는 없다. 의사의 욕망이 기준이 될 수 없으므로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