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라포르시안]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중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13.8%였던 고령인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해 30년 뒤인 2051년에는 무려 4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는 의료기관에서의 고령환자 비중 역시 급격히 높아질 것이며, 고령환자 비중이 높은 질환에 관심을 갖고 그 특성을 고려한 치료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호지킨림프종은 고령화 시대에 눈여겨봐야 할 대표적 질환이다.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림프종은 50-70대 이상의 고령환자 비중이 높으며, 환자 수도 10년 전 대비 1.6배로 증가했다 . 비호지킨림프종은 세부 아형만 수십여 가지로 나뉘는데, 아형 별로 환자 수가 적고 질환 명이 생소해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부족한 편이다.

비호지킨림프종의 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이 기본이 된다. 비호지킨림프종 중 악성도가 낮은 소포림프종(Follicular lymphoma), 변연부B세포림프종(marginal zone B-cell lymphoma) 등은 1, 2기인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 관찰을 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iii. 그러나 3, 4기이면서 증상이 동반된다면 바로 항암치료를 시행해야 한다iii. 

비호지킨림프종 항암치료 시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환자 연령대를 고려한 치료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호지킨림프종 환자는 고령환자가 주를 이루는데, 보통 고령환자는 다른 합병증을 지니고 있거나 장기기능이 저하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환자가 독한 항암화학요법을 견디기에 신체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치료로 인한 이득과 부작용 위험을 고려하여 ‘치료 효과 및 독성의 균형이 좋은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소포림프종의 경우 암이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우며, 재발이 잦고 완치가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한 가지 약제로는 병이 금방 재발하기 때문에 서로 작용 기전과 독성이 다른 약제를 몇 가지 조합하는 ‘복합항암화학요법(이하 복합요법)’이 표준치료로 시도된다. 따라서 고령인 소포림프종 환자라면 치료법 선택 시 복합요법으로 인한 치료 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소포림프종 고령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는 복합요법 중 하나로는 ‘벤다무스틴-리툭시맙 병용요법(BR요법)’이 있다. 기존 치료법 대비 치료 효과와 독성 균형이 좋아 환자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소포림프종 치료에 우선 권고하는 치료법이다. 말초신경병증 및 호중구감소증, 탈모 등의 부작용 위험이 적어 독성에 취약한 고령환자에게도 고려해볼 수 있다. 재작년에는 국내에서도 급여를 적용 받으면서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피하주사 제형으로 출시된 ‘리툭시맙’은 기존 제형과 임상적 효과는 동등하면서 투여 시간을 대폭 줄여 고령환자의 치료 편의성을 높였다.

비호지킨림프종은 진행이 느리지만 치료도 더뎌 치료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암이다. 신체 기능이 떨어져 있고 기저질환으로 인한 약물 복용 가능성이 높은 고령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안전하면서 효과적인 장기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 치료옵션 자체가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치료옵션이 나오고 있으며, 고령환자를 위한 치료옵션도 늘고 있어 희망적인 상황이다. 치료 효과 및 독성 사이 균형이 좋은 치료법을 통해 비호지킨림프종 고령환자들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좋은 치료 결과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끔 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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