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등 백신 물량확보 경쟁...국제사회 "공정하고 투명한 백신 접근권 보장" 목소리 커져

이미지 출처: 워싱턴 포스터에 실린 ‘국제사회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전 세계의 동등한 접근을 보장해야한다’는 제목의 한국, 스웨덴 등 8개국 정상 공동 기고문.
이미지 출처: 워싱턴 포스터에 실린 ‘국제사회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전 세계의 동등한 접근을 보장해야한다’는 제목의 한국, 스웨덴 등 8개국 정상 공동 기고문.

[라포르시안] “우리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스페인, 에티오피아, 남아공, 튀니지 등 8개국 정상이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하고 투명한 분배를 촉구하며 워싱턴 포스터에 공동 기고한 글의 첫 문장이다. <공동 기고문 바로가기>

8개국 정상은 ‘국제사회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전 세계의 동등한 접근을 보장해야한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백신 개발이 한 명의 승자만이 남아 있는 경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고, 백신 개발의 성공이 우리 모두를 위한 승리가 되어야 한다"며 "백신에 대한 접근권으로 국가 내 또는 국가 간 불평등이 심화되도록 두어서는 안 되며, 이는 저소득·중소득·고소득 국가 모두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유행 사태가 그 끝을 알 수 없는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한 이후 4개월 넘었다. 지난 5월 들어서면서 주춤하던 코로나19 확산은 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 러시아, 일본 등의 국가를 중심으로 재확산하는 추세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높은 감염력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유행 종식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일부 제약사는 이미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마지막 임상시험인 3상 단계에 들어간 후보물질도 여러 개에 달한다. 미국 화이자사와 독일 바이오엔테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중국 칸시노 등이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이미 시판되고 있거나 개발 중인 약물을 이용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을 통해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에이즈 치료제와 에볼라 치료제, 말라리아 치료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런 치료제 후보들이 코로나19 치료에 한계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혈장치료제와 항체 치료제 개발 쪽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정 국가가 경제적 영향력을 앞세워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에 대한 접근권을 선점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과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앞서가는 제약사 측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후 상용화가 이뤄지면 물량을 공급받는 입도선매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6억 회 접종분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19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선구매를 통한 코로나19 백신 사재기'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특정 국가가 백신접종을 통해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약품을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특허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코스타리카 정부는 지난 3월 23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모든 지식과 기술에 관한 권리를 관리하는 공동 관리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WHO는 이 제안을 수용해 모든 나라에서 이들 권리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합리적이고 지불가능한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의사결정기구이자 전세계 194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세계보건총회(WHA)는 지난 5월 18일·19일 개최한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진단기기, 치료제, 백신 및 기타 의약품을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적 재산권의 장벽을 제거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 결의안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보건의료기술과 제품의 보편적이고 공평한 사용과 공정한 배분, 감당가능한 가격을 위해 지적재산권 장벽 제거하는 방법으로 자발적 풀링과 관련 국제조약의 근거를 언급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준비 사무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백신은 세계적인 상품이기 때문에 공정할 필요가 있다. 백신은 부유층을 위한 것도 빈곤층을 위한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미 많은 연구개발이 국민의 세금을 통해 정부예산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공공연구가 지식의 사유화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지식재산기본법 또한 수정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코로나19 치료제의 공평한 배분을 위해 도하선언이 보장하고 있는 강제실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의약품에 대한 접근장벽을 낮추고 공평한 분배를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관련 제약업계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관련한 특허를 공유하자는 구상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제약협회연맹(IFPMA)은 지난 5월말 성명을 내고 "지식재산 시스템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등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의료 수요를 맞추는 데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했다"며 "코로나19의 다음 번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특허를 공유하자는 주장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코로나19 대응 의약품 개발에 나선 다국적 제약사 측도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백신 개발을 위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특허 공유 구상은 터무니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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