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표(홍경표내과의원 원장, 광주시 북구의사회장)

광주지역 의사 100명이 지난 1일 시국선언을 통해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엄정한 국정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치명적 중병"이라고 진단하면서 "사회적 중병을 두고만 볼 수 없어 양식 있는 학생, 교수, 시민단체 등과 뜻을 같이한다"고 시국선언의 배경을 밝혔다. 이처럼 의사들이 민감한 시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광주시 의사들의 시국선언을 주도한 홍경표 원장(사진, 홍경표 내과의원)은 본지와 전화인터뷰에서 "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정확하게 지적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의사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동조할 수 있다"면서 "의사들이 이해관계가 얽힌 일에만 목소리를 낸다면 국민에게서 외면받는다"고 밝혔다. 다음은 홍 원장과의 일문일답.

- 시국선언에 100명이 참여했다. 적지 않은 숫자다. 언제 어떻게 결정했나.

"광주시의사회 이름으로 시국선언을 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원하는 사람들만 자발적으로 참여키로 한 것이다. 지난 6월 28일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연락해서 동조하는 의사들을 모았다."

- 그렇다면 시국선언에 참여한 의사는 대부분 개원의인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의사는 개원의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학교수와 전공의, 일부 봉직의도 참여했다."

- 이번 시국선언이 갖는 의미는 뭔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의견이 있으면 내고 옳지 않은 일이 있으면 문제를 지적하고 표현해야 한다. 국민의 감시와 비판 속에 참여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참여민주주의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선거다. (국정원이)그것을 훼손한 것은 잘못이라고 의견을 표시한 것이다."

- 의사들이 시국현안에 목소리를 낸 사례는 드물다. 의사들의 사회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의사들의 사회 참여도는 낮은 편이다. 직업의 특수성도 있겠지만 그래도 전문직업인이 사회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독일의 저명한 의학자 비르쇼는 '의술은 병든 부문을 고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가 사회의 병든 부분을 고친다고 한다면 의사만큼 적합한 인물은 없다'고 말했다. 또 '소의, 중의, 대의'란 말도 있다. 의사들도 사회적·정치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고 정확하게 지적하고, 잘한 것은 잘했다고 칭찬해야 국민도 의사들이 옳은 말 한다고 인식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의약분업이나 포괄수가제 같은 이슈가 있을 때 국민이 의사들 주장에 귀 기울여주는 것 아니겠나. 아무리 잘못된 일이 벌어져도 침묵하고 있다가 의사들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것에만 목소리를 내고 단체행동을 한다면 국민에게 외면받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시국선언을 낸 것이다."

- 시국선언을 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을텐데.

"문자를 보내니 의사의 정치참여에 반대한다며 불참한다는 의견을 밝힌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여야가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반사적으로 특정 정당에게 유리한 구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쪽 편이냐는 오해도 받았다. 결코, 특정 정당을 이롭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래서 시국선언도 개인 이름으로 한 것이다.

- 사회적 이슈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생각인가.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이런 사회참여를 순수하게 바라봐 줘야 하는데 그런 점이 가장 조심스럽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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