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현안브리핑>

그동안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 단체에서는 업무범위 확대를 통해 단독개원을 추진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최근 간호계에서도 현 의료법 체계에서 벗어난 '간호단독법' 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이 업무의 확대 내지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적용 대상이 국민의 건강에 직결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물리치료사를 비롯한 의료기사의 경우 환자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의료행위를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단독개원을 허용하는 것은 더더욱 쉬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의료기사들이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것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행위에 수반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물리치료사의 단독개원은 이런 폐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처방에 따르지 않거나 처방 없는 독단적 물리치료행위 등 불법의료행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불법의료행위의 예방과 대응마련 또한 미흡한 실정이다.

물리치료는 행위중심적인 의료처치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우려와 관리감독에 관한 대응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환경 하에서 물리치료사의 단독개원은 현실성이 없고 부작용만 심각하게 초래할 것이다.

또한 물리치료사를 비롯한 의료기사, 간호사 등의 단독개원 허용은 보건의료시스템 붕괴를 초래할 뿐 아니라 국민들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악영향을 가져올 개연성이 크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이 각 의료인들에 대한 독자적 법령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향후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일차의료기관과 전문의들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나라에서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들에게 단독개원을 허용해 봐야 실익은 없고 국민건강에 엄청난 위해가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 단독개원은 의료법의 근본 취지를 무시하는 것으로서 의료계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의료행위를 두고 두 직역이 불요불급한 분업을 하게 된다면 효율은 떨어지고 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게 될 우려가 높다.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 단체와 간호계의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의료계의 분열을 획책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의료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개정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구해야 하며, 의료계의 각 직역들이 모여 논의한 뒤 그 필요성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만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보건의료시스템 틀을 허물어트릴 수 있는 시도를 중단하여 국민의 건강권이 지켜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재호는?

1985년 한양대 의과대학 졸업2006년 전 제34대, 제36대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2011년 의사협회 의료정책고위과정 간사2012년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외부 필진의 글에 대한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토록 하겠습니다(bus19@rapportian.com). 혹은 기사 본문 하단의 '독자 첨부뉴스'를 통해 반론이나 의견을 게재할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