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인터엠디 공동기획] '슬의생' 등장 의사 캐릭터 중 가장 공감하는 인물은 '까칠한 장준완'
메디컬드라마에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의사 캐릭터 1위 "현실 외면한채 '오로지 인술' 외치는 휴머니스트"

라포르시안은 의사 전용 지식·정보 공유서비스 인터엠디와 함께 매월 정기적으로 주제를 선정해 의사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한다. 의료 분야 외에도 사회, 시사,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시의성 있는 주제로 의사들의 생각을 알아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이 코너 명칭인 '어쩌다 의사(意思)'는 특정 이슈에 대해서 의사들이 갖게 된 자연스러운 생각을 알아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편집자주> 
사진 출처: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중 한 장면.
사진 출처: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중 한 장면.

[라포르시안] "의사가 환자에게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예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회에서 극중 안정원이 한 대사)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이 지난 3월 12일 1화 방송을 시작으로 5월 28일 12화를 끝으로 시즌 1을 마무리했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를 표방한 슬의생은 기존 메디컬드라마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슬의생은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99학번 의대 동기생 5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밀도있게 그려냈다. 병원 내에서 일상적인 의사들 모습과 수술실, 중환자실을 묘사한 연출이 실제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의사들' 이야기라는 점에서 의사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샀다.

라포르시안은 의사 전용 지식·정보 공유서비스 인터엠디와 함께 매월 정기적으로 의사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슬의생'을 중심으로 메디컬 드라마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을 엿보는 주제로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첫 번째로 '슬의생'을 한 번이라도 시청한 적이 있는가를 물었다. 응답자 1002명 중에서 83.1%가 '시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시청한 적이 없다'는 응답은 16.9%에 그쳐 이 드라마가 의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슬의생에 등장하는 의사 캐릭터 중 실제 의료현장에 있을 법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은 누구인가'를 물었다. 그 결과 흉부외과 전문의로 등장한 김준완(정경호)이 25.8%로 가장 현실적인 인물로 꼽혔다. 의사들이 가장 공감하는 인물로 꼽은 김준완은 흉부외과 전문의로 까칠하고 냉정한 성격이다. 그렇지만 환자를 살리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지는 않지만 직장동료와 환자, 보호자를 진심으로 위하고 행동할 때도 많다. 

다음으로 신경외과 전문의인 '채송화(전미도) 17.1%,  간담췌외과 전문의 이익준(조정석) 10.9%, 산부인과 전문의 양석형(김대명) 10.3%, 소아외과 전문의 안정원(유연석) 2.7% 순이었다. '현실적인 의사 캐릭터가 없다'는 응답도 18.7%에 달했다.

의사들로부터 현실성 측면에서 낮은 공감대를 얻은 안정원은 극 중에서 항상 환자만 생각하고 가장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의료시스템이 의사 개인의 헌신과 희생에 의해 유지되기보다는 적정한 의료인력 확보와 제도적인 지원 아래 지속가능한 의료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의사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슬의생에서는 지도교수와 이성(異性)인 전공의 사이에 러브라인 관계가 형성되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와 관련 세 번째 질문으로 실제 수련병원 현장에서 지도교수와 전공의 간 러브라인 관계 가능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가능성이 별로, 또는 전혀 없다'는 ㅇ의견이 53.0%에 달했다. '가능성이 약간, 또는 매우 높다'는 의견은 35.2%였다.

네 번째로 슬의생을 포함해 기존에 방영된 국내 메디컬 드라마 중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을 묻는 질문을 했다. 

그 결과 '슬의생'를 꼽은 응답자가 28.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하얀거탑'(26.9%), '낭만닥터 김사부'(12.0%), '종합병원'(10.4%), '뉴하트'(6.9%), '골든타임'(5.9%) 순이었다.

마지막으로 메디컬 드라마에서 제발 이런 장면, 또는 이런 캐릭터 의사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를 물어봤다. 

조사 결과(중복응답) '현실을 외면한 채 오로지 인술만을 외치는 휴머니스트 의사'를 꼽은 응답률이 57.4%로 가장 높았다. 병원에서 이뤄지는 모든 의료행위는 각종 보건의료정책이나 건강보험제도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이런 점을 외면하고 '오로지 인술'만을 외치면 의료현장의 열악한 현실이 나아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불륜, 탐욕, 출세지상주의 등 막장 의사 캐릭터'(33.6%), '남녀 간의 사랑'(28.5%)도 보고싶지 않은 의사 캐릭터 또는 내용으로 꼽았다. 드라마 상에서 보여지는 막장 의사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의사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질가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부정확한 의료행위 모습'(26.1%), '환자가 의사에게 폭언, 폭행을 하는 모습'(15.3%), '환자를 대할 때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태도의 의사'(10.4%), 지나친 음주를 하는 회식 장면(8.1%),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근무하는 전공의'(4.2%) 순이었다.

이밖에 '슬의생' 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도 135명이 답변을 했다. '드라마가 재미있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그동안 방송된 메디컬드라마 중에서 내용이 가장 현실적이었다'는 의견도 많았다.

반면 '재미는 있었지만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한 의사는 "드라마는 결국 드라마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인건 어쩔 수 없지만 그나마 가장 리얼하게 연출된 메디컬 성장·드라마 같아서 덜 오글거리면서 재밌게 봤다"는 의견을 남겼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