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상혁(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지난 4월 초, 경남 창원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홍역 집단발병의 여파가 3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고등학생 22명이 집단으로 홍역에 걸린데 이어 한 달만에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 최근까지 확인된 확진 환자 수는 60명에 이른다. 보건당국과 해당 지자체는 집단발병이 생긴지 2개월여 만인 이달 초에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은 이보다 앞서 홍역 유행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지역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 등에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소아감염 세부전문의이기도 한 그는 이번 홍역 집단발병 사태를 보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감염병 관리와 대응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감염병 예방·관리의 최일선에 있는 보건소의 역할과 지방자치단체의 방역관리 체계, 민간의료기관과의 햡조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들춰냈다. 


- 창원 지역 고등학교에서 홍역 집단발병 이후로 확진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금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마산 지역의 홍역 환자는 줄어들었고 마산·창원 인근 지역에서 산발적인 환자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높아서 대규모의 유행은 없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은 하지만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홍역 확산 과정에서 민간의료기관과 보건소 간의 대응 협조체계도 미흡했던 것 같다. 어떤 문제가 있었나.

“초기에 환자가 발생을 했을 때 보건소에서 지역의 전문가들과 상의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까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시 이외는 감염병 발생이 생기더라도 전문가들과 상의는 거의 없었던 편이다. 일차적으로 방역당국과 민간의료기관의 협조체계가 아예 없다는 것이 문제이고, 설사 문제가 발생해 논의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이런 협조체제가 제도화 되어 있지 않는 것도 큰 문제임이 분명하다. 이번에도 지난 6월 4일 외래에서 환자를 진료하던 중 우연히 알게 돼 보건소, 질병관리본부 등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난 7일에 질병관리본부 등이 침여하는 긴급대책회의가 열렸다. 그전에는 민간의료기관에 제대로 통보조차 되지 않았다.”

- 경남도청, 각 시·군·구청 등 행정기관의 미흡한 감염병 관리 문제도 드러났다. 행정기관의 감염병 예방·관리 업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먼저 전문성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감염병이 발생했을 경우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민간과 협조 시에도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없으니 중앙 부처에만 기대는 것 또한 문제다. 또 하나는 도에서 주최하는 회의를 참가하고 평소에 느낀 것이지만 민간의료기관을 대하는 공무원들의 자세가 아직도 ‘갑’이라고 느끼게 하는 데에 있다.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의 사명의식 또한 아쉬운 면이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처럼 지역에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전체적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민간과 행정기관과 연결하는 책임자가 선임이 되어서 일을 정리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어 더 혼란스러웠다. 지방정부 내에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 최근 들어 홍역을 비롯해 결핵, 기후변화로 인한 감염병도 늘어나는 추세다. 보정정책에 있어서 감염병 예방·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 같은데. 

“백신 접종을 포함한 질병의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도 양적인 면만 강조하는 것이 아쉽다. 예를 들면 독감 접종의 경우 무료라고 하지만 그게 제약사에서 백신을 무료로 주는 것이 아니다. 거기다가 접종을 받으려고 가는 분들의 시간과 교통비, 보건소에서 일하는 분들의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무료는 아니고 오히려 민간의료기관에서 바우처 제도를 시행해서 하는 것 보다 못할 수도 있다. 독감 접종 기간 동안 보건소에서 한 명의 의사가 예진하는 접종자 수가 수백 명이 된다. 가축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해서 제대로 된 예방접종이라고 할 수 없다.”

- 지난 2009년 경남도의사회 신종플루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의 상황과 이번 홍역 확산 과정의 대응 체계를 비교할 때 나아진 점이 있다면. 

“차라리 2009년에는 지금 보다 상황이 나았다. 행정기관과 더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면 그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에 행정기관이 제대로 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역 의사회와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비교적 잘 대응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처음부터 행정기관에서 외부와 협조를 하지 않았다. 특히 발생 초기에 그 정보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어차피 민간의료기관과 협조를 해야지만 상황이 종결이 될 수 있는 사안인데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 지난 1996년 무균성 뇌수막염이 전국적으로 유행했을 때 원인 규멍을 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어떤 노력을 했었나. 

“1993년에 전국적 유행을 경험 한 후 1996년에 다시 유행이 있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수소문 끝에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과 이규만 교수님과 연결이 돼 환자의 검체를 보내서 원인 바이러스를 규명했다. 당시에는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제가 그것을 하고 논문도 발표했다. 아는것도 별로 없었는데 졸지에 그 방면에 전문가가 됐다.”

- 소아의 국가필수예방접종에 있어서 적기예방접종이 중요하다. 적기예방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민간의료기관의 협조 체제를 잘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행정기관이 민간의료기관의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면 제대로 협조가 이뤄지기 힘들다. 그리고 민간에서 예방접종이 잘 이뤄지도록 교육과 관리감독이 필요한데 의사들도 인식이 부족하고 행정기관에서도 그 점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지금도 일부 기관에서는 예방접종을 두고 민간의료기관과 경쟁을 하는 곳이 있는데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 현재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놓고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감염병 사태 등 국가적 보건의료 위기 상황에서 지금의 지방의료원이 ‘지역거점 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가.

 “진주 지역의 의료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고 민간의료기관과 경쟁구도를 형성함으로써 이런 결과가 있었다고 본다.  진주의료원을 이전하는 과정에서부터 더 많은 고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해야 했지만 이런 과정이 없었다. 진주의료원이 존속하든, 폐업을 하던 간에 비효율성과 비전문성에서는 바뀔 것이 하나도 없다. 경남도 내에 이런 문제를 전담하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 또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노조만 진주의료원을 대표해 협상을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면 의사가 없는 병원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민간의료기관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면서 세금낭비는 물론이거니와 지역거점 병원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새로운 형태의 병원이 되어야 할 것이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 이번 홍역 집단 발병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점은.

“행정기관에서 지금처럼 폐쇄적으로 정책 수행을 할 것이 아니라 민간의료기관, 전문가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전염병 관리법을 개정해 전문가위원회를 설치를 하고 여기에서 자문을 구하도록 해야 한다. 의료계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이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일에 관계된 분들이 사명의식을 가지고 자기의 맡은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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