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감염병 재난 속 폭염 건강피해 예고..."취약계층에 가장 힘든 여름나기...방역과 돌봄 연계 대책 필요"

[라포르시안] 올 여름철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함께 폭염에 따른 기기후재난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 방역 대응과 함께 폭염 취약계층 지원을 연계하는 종합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철 기온은 평년(23.6℃)보다 0.5~1.5℃ 높고, 작년(24.1℃)보다는 0.5~1℃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철 폭염일수(최고기온 33℃ 이상)는 20~25일로,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일수는 12~17일로 평년(9.8일)보다 더 길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여름철 폭염은 일사병과 열사병 등 직접적인 건강피해는 물론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의 기저질환 악화로 초과사망률을 증가시킨다.

이상기후로 최악의 겨울철 혹한과 여름철 폭염이 발생한 2018년 기후재난 사례를 보면 건강피해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2018년에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강한 한파로 1월 말과 2월 초 사이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게다가 그해 여름에는 31.4일이라는 장기간 지속된 폭염과 일최고기온 최고치를 경신(41℃, 홍천) 하면서 심각한 건강피해를 입혔다.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되고 있는 1994년과 비교될 정도였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인구동향' 통계 자료를 보면 2018년 7~8월 여름철에 예년과 비교해 많은 초과사망자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인구동향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월 한 달간 사망자수는 2만3,886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사망자수가 1,641명(7.4%) 증가했다. 8월에는 2만3937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091명(4.8%)이 더 많았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7월과 8월 사망자수는 2만1,000~2만2,000명 사이에서 유지된 것을 감안하면 2018년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상당히 컸음을 알 수 있다.

표 출처: 통계청 '인구동향'
표 출처: 통계청 '인구동향'

올 여름철은 2018년 수준까진 아니지만 폭염일수가 20~25일로 평년(9.8일)보다 훨씬 더 길고 작년(13.3일)보다 2배 가까이 길 것으로 예상돼 무더위로 큰 건강피해가 우려된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500여 개 응급실을 통해 온열질환자 내원현황을 신고 받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이후부터 이달 7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42명에 달한다.

게다가 올 여름에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외부에서 활동할 때나 공공시설 등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발적인 집단감염도 이어지면서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는 상황이라 '폭염'과 '감염병'이란 이중고로 자칫 건강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냉방기기 운영이 힘든 경제적 취약층과 노인, 만성질환자 등 건강취약층은 폭염과 감염병 이중고를 견디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층을 대상으로 무더위 쉼터를 제공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이라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장소를 제공하거나 이용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폭염 속에서 냉방장치를 가동하기 힘든 취약층에서 온열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고,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가난한 노인들이 폭염으로 인한 질병이환 및 건강악화를 훨씬 더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의료이용 접근성마저 악화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코로나19 방역과 연계한 폭염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게 시급하다. 서울시와 대전시, 대구시 등 각 지자체는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폭염대책을 수립했다.

서울시는 ‘무더위쉼터’는 개소수를 전년 대비 670개소 확대하는 대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이용인원을 수용인원 대비 50% 이하로 운영해 밀접접촉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거동이 불편해 무더위쉼터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방문간호, 얼음냉방팩 등 물품제공 등을 지원하는 ‘찾아가는 재가서비스’를 확대하고, 코로나19 감염시 가장 취약한 독거 및 중증장애인을 위한 맞춤돌봄서비스도 지원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에 초점을 두고 폭염취약층에 양산, 아이스팩, 곡물선식 등 배부를 확대하기로 했다. 독거노인?노숙인?쪽방주민 등 취약계층 안전관리를 위해 재난도우미 4500여명이 비대면 비접촉 방법과 마스크 착용 등 위생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보호활동을 진행하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도록 했다.

대구시도 최근 코로나19로 위기 상황에 처한 노숙인과 쪽방주민 보호대책을 마련했다.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기존 노숙인 무더위 쉼터 외 공간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무료 급식을 이용하지 못하는 노숙인에게 도시락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65세 이상 기저질환이 있는 50여명의 쪽방생활인에게는 냉방시설이 갖춰진 주거지를 2개월 간 별도로 제공할 계획이다.

한 지자체 보건복지서비스 담당자는 “올해 여름은 코로나19와 무더위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노숙·쪽방생활인의 삶이 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염병 차단과 취약계층 보호 중심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보호구 착용 의료진, 가뜩이나 찜통인데 폭염까지 더해져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발적인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방역 일선에 있는 의료진을 폭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대책을 수립하는 게 시급해졌다.

선별진료소 등에서 레벨D 수준의 전신 보호구를 착용한 채 근무하는 의료진은 가뜩이나 보호구 안이 찜통인데 날씨까지 더워지면서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지난 9일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인천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검사를 지원하던 보건소 직원 3명이 보호구를 착용하고 근무를 하다가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N95 또는 KF94 마스크를 끼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는 데 여기에 전신 보호구와 일회용 장갑, 고글까지 착용하면 추운 날씨에도 땀이 날 정도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선별진료소 등에 근무하는 의료진을 폭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어어컨을 켤 수 없는 야외 선별진료소에 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18일 선별진료소 에어컨 설치와 운영 시 침방울 확산을 방지하고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바람 방향, 필터 장착 등의 내용을 규정한 운영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에 따르면 진료소에 설치하는 에어컨에 고효율 헤파필터를 반드시 장착하고, 에어컨 바람은 의료진에서 환자 쪽 방향으로 향하도록 했다.

앞서 정부는 선별진료소 운영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사업 계획을 통해 선별진료소 운영을 위해 구매한 컨테이너, 텐트, 이동형 음압장치, 냉난방기 등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관련 예산 확보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위해서 선별진료소에 헤파필터를 장착한 에어켄 설치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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