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서 감염 의료진 121명 달해..."의료인 감염현황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심해지고 있다. 피도도가 쌓이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자칫 감염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미련이 필요하다.

31일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으로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진은 의사 14명, 간호사 56명, 간호조무사 51명 등 121명에 달한다. 같은 날 기준으로 대구지역 누적확진자 6,442명의 1.87%에 달하는 비율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최일선에서 치료하고 돌보는 의료인의 감염 예방 대책은 방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 중 하나이다.

의료인이 감염될 경우 병원내 집단감염과 함께 의료인 격리 및 치료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로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확진 환자에 노출된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등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의료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공백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의료인이 감염되면 고령자와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들에게 전파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24시간 상주하고 밀폐공간과 밀집장소에서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병원의 특성상 연쇄적인 집단감염의 우려가 높다.

실제로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는 신천지 신도인 간호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전공의와 간호사 등의 잇단 감염 사례가 나왔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도대남병원에서도 여러 명의 간호사가 획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의료인이 감염될 경우 병원 폐쇄나 진료구역 페쇄는 물론 감염 의료인과 접촉한 직원들의 자가격리와 진단, 가동할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심각한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방어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인과 병원 직원들의 감염을 차단하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특단의 조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진을 위한)개인보호장비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보호장비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방호복, 마스크, 고글, 장갑, 덧신 등 감염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보호장비가 모자라서 1회용을 소독해서 재사용하거나 보호장비를 아끼기 위해 2인1조가 아닌 1명이 음압격리병실에 투입되는 일이 없도록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병원내 안전시설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가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일부 의료현장에서는 동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거나 음압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공간이 좁아 보호복을 탈의하는 과정에서 서로 부닥치는 등 감염 위험이 높은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동을 반으로 나눠 직원 숙소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보건의료노조는 "발열체크, 의심환자 선별, 호흡기환자·코로나19 의심환자와 확진환자간 명확한 동선 구분, 코로나19 환자접촉 차단 등을 위해 제대로 된 시설과 장비를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현장 의료인의 피로도를 줄여주고, 심리적 방어를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

앞서 방역당국은 대구와 경북 등지의 코로나19 확진자 진료와 방역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의사 1,128명, 간호사 793명, 간호조무사 203명 등을 파견했다.

파견 의료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초과근무가 발생할 때가 적지 않다. 파견 근무기간이 1개월을 넘기면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격리치료하는 과정에서 배변 처리, 식사 지원, 청소 등의 업무까지 떠안으면서 과중한 업무부담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의료인도 적지 않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공공인력은 2주, 민간인력은 1개월의 기한을 두고 근무하도록 하며 해당 기한 경과 시 신규 인력으로 교체하고 있다"며 "파견 의료인력이 적시에 체계적으로 교체될 수 있도록 시·도의 의견을 수렴해 정확한 인력 교체 시기와 그 규모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공공인력과 함께 공개모집을 통해 확보한 민간 의사․간호사 인력 등 다양한 인력 집단(풀)을 더욱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열린 중대부 회의에서  “대구 현장에서 헌신해온 의료진들 중 감염된 분들이 우려될 만큼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의료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감염된 의료인들이 우선적으로 치료받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료인의 노동강도 완화, 충분한 휴식 확보, 장시간노동 해소를 위한 충분한 인력 확충과 근무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의료인력이 파견된 대구시의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의료인 감염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황파악이 미흡하다보니 의료인 감염 예방이나 감염된 의료인에 대한 보호조치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대구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지역 의료인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며 "방역당국 또한 대구시 외 전국 의료인의 감염 현황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 지극히 안이하고 무책임한 모습이다. 현황파악조차 제대로 안되니 체계적인 분석과 대책이 추진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외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원무, 환자이송, 청소, 조리·배식, 환자안내,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 수많은 직종까지 포함한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기관 내 직원은 훨씬 많을 것"이라며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병원내 직원 감염현황과 감염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방역과 치료의 최일선에서 싸우는 병원내 직원들의 감염 방지에 더 이상 구멍이 뚫리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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