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건강연구소 서리풀 논평] 우리가 방역 당국이고, 우리가 ‘의심자’다

[라포르시안] 우리(시민건강연구소)는 일 년에 한 번 하는 총회를 예정대로(2월 18일) 하기로 했다. 연구원 중 한 명이 1월 말 외국 출장을 다녀왔지만,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도 위험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위험이 없거나 아주 적은데도 좀 불안하다고 해서 꼭 해야 할 일을 놓을 수 없지 않은가.

아직(2020년 2월 9일 오후 2시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생명을 잃은 사람이 없어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중국 허베이성을 제외하면 치명률이 매우 낮고 다른 외국에서도 거의 사망자가 없다니, 국제적으로도 불행 중 다행이다.

그래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확진자가 늘면서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감염(지역사회 감염)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확진자가 노인이라는 사실(본래 덜 건강하기 마련이다)도 좀 불안하다. 많은 전문가 말로는 이번 주가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니, 모든 당사자가 좀 더 원칙대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미 충분히 경험한 대로 감염병 유행은 정부와 방역 당국의 노력만으로는 다 막을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백이면 백 모두가 다른 사람의 몸과 반응, 그 많은 사람의 이동과 접촉, 인간의 본성인 불안과 공포. 유동성, 가변성, 총체성은 이번뿐 아니라 모든 감염병에 공통이며,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그들’만으로 할 수 없고 ‘그들’에게 다 맡길 수 없으니, 모든 주체가 스스로 움직이고 협력하며 연대해야 안전하다. ‘3인칭’에서 ‘1인칭’으로, 수동태에서 능동태로, 이 시기 각 당사자가 해야 할 일을 촉구한다.

1. 정치와 정치인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 해서 전시성 행동을 하는 것은 멈추는 것이 좋겠다. 법을 고치느니, 예산을 어떻게 하느니, 무슨 조직 신설을 고려하느니, 구조 개혁을 포함한 장기 대책은 좀 미루시라.

현장 시찰을 가능한 줄이고, 전시성 회의는 당장 없애라.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 “성의가 없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대중의 비판을 받을까 두려운가? 깬 시민이 그것도 모를까, 민의를 믿고 선정성의 유혹을 참아야 한다.

미리 공치사와 논공행상에 나서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누가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다투기는 아직 멀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고치고 보완하겠다고 공약을 만드는 편이 낫다. 물론 선심성이 아니라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것으로.

2. 관료와 공무원

모든 공무원, 특히 평소에 기안보다는 결재가 주업이던 분들에게 부탁한다. 밤새워 일해야 하는 일선 실무자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최소한으로 줄이시라. 폰트 16 크기의 공문서를 만들고 보고하느라 귀중한 인력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은 공무원들이 이제야 공부하느라 바쁜 이의 시간을 뺏는다면, 그건 차라리 죄를 짓는 일이다.

‘면피와 이익의 관료정치’를 경계해야 하나, 책임과 공로를 둘러싼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은 진작 시작되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와중에 OO 부처가 OO 조직이 확대되는 것을 노골적으로 경계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어디 중앙 부처만 그러하랴 도와 시군구에서도 정치가 치열하다. 어떤 직렬이 과장이 되어야 하느니, 누구는 감염병에는 무능하니 하는, 전문성의 관료정치 말이다. 중앙과 지ᅟᅡᆼ을 막론하고 제발 관료와 관료체제가 해야 할 일에 충실하라. 사태가 진정되면 우리는 이 정치도 철저하게 따질 것이다.

3. 언론

취재 기자는 스스로 만든 ‘재난보도준칙’(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바로 가기)을 잘 지키면 된다. 덜 드러나는 문제는 골라서 취재를 지시하고 기사를 다듬으며 제목을 뽑는 ‘데스크’가 이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또는, 무시가 아니라 무지하거나 일부러 오도하는 것인가? 언론이 나쁜 정치의 행위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4. 시민과 지역사회

첫째, 과학과 합리성에 기초한 행동. 불확실성이 클 때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대응은 얼마든지 이성적일 수 있는 것이 인류의 실력이다. 정확한 정보를 얻어 조금 더 생각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과학적, 합리적, 논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즉흥적이기보다 한 걸음 더 따지자. 이 국면에 손을 잘 씻는 것은 전원이 인정하는 예방 방법이지만, 마스크의 효과는 엇갈린다. 그런데 왜 마스크의 매점매석과 품귀가 발생하는가?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폐쇄, 중단, 취소, 휴교, 휴업, 금지해야 하면, 하루 1천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서울의 대중교통은 왜 그냥 두는가? 과학과 합리성으로는, “코로나 환자 간 곳, 소독 다음날 사용 가능···"감염 위험 없다."(관련 기사 바로 가기)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 맞지만, 철저한 예방조치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과학과 합리적 근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차라리 지나친 것이 낫다고 하지만, 공짜는 없다. 경제는 둘째, 금지의 경계 밖에서는 전파 위험도가 더 커질 수도 있다(관련 기사 바로 가기).

둘째, 각자도생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비슷한 증상만 있어도 모두 검사를 받겠다고 몰리면 막상 꼭 필요한 사람이 뒤로 밀릴 수도 있다. 나부터 우리 동네부터 또는 의심자 전원을 완전히 추적해 달라는 것도 마찬가지, 담당 공무원이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을 소홀하게 할까 걱정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합리적 행동일지 모르나 집단적으로는 어딘가에 실패를 부르는, 이른바 ‘구성의 오류’를 피해야 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희생하라는 도덕률이 아니라, 한정된 사람, 돈, 시간을 우선순위를 정해 잘 써야 나와 우리의 현실적 위험도 줄어든다. 협력의 한 방법으로, 전문가와 상의하고 도움을 구하면 그 우선순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확실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모든 감염병에 공통된 것이다. 조심해야 하나 지나치게 불안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이 때 판을 바꾸는 ‘획기적’ 조치는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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