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온열질환자 발생 급증…감염병 등 질병부담 크게 늘어

▲ tv 뉴스화면 캡쳐 

잦은 폭염과 같은 기상재해로 인해 발생 가능한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건강관리정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미 국내에서도 잦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현황파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폭염 응급실 표본조사에서 일 최고기온이 1도씩 증가할 때마다 온열질환자가 69.8%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기후변화적응TF가 전국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폭염 건강피해를 집계한 결과, 총 984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고 이중 14명은 목숨을 잃었다.

질병관리본부 기후변화대응TF 조수남 선임연구원은 “일본, 러시아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집계해 예방관리를 하고 있지만 2009년까지도 우리는 폭염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피해가 있는지 현황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난 2010년 8월부터 온열질환자 수를 파악하는 ‘폭염건강피해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개체 전염병인 쯔쯔가무시나 말라리아 등도 기후변화에 따라 질병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감시체계 개선 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온도변화에 따른 전염병 발생 영향을 예측한 결과, 섭씨 1도 상승 시 쯔쯔가무시는 6.0%, 말라리아는 3.4%에 가까운 발생률 증가를 보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쯔쯔가무시로 신고된 환자는 8,633명으로 10년 전인 2002년의 1,919명보다 349%나 늘었다.

조 연구원은 “폭염 이외에도 감염병, 기상재해, 대기오염에 의한 순환기질환 등 기후변화가 국민 건강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라 건강관리정책을 운영해왔고 앞으로도 신사업을 마련해 더 강화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기후변화에 따른 정부의 건강관리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온열질환은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질병일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며 “사회복지 차원에서 국가가 어려운 국민을 배려하는 것은 맞지만 온열질환 외에도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을 보다 포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건강포럼 장재연 공동대표(아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도 “복지부는 ‘폭염건강피해감시체계’ 등 단순히 폭염으로 인한 질병 발생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만 파악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후변화는 질병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 기상재해로 인한 정신건강피해 등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 중심에 보건의료계가 참여해야"기상재해로 인한 질병 발병률 증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기후변화건강포럼이 지난 4월 개최한 ‘박근혜 정부 기후변화 건강적응정책 과제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기상재해에 따른 사망자는 연평균 60명에 달했다.

게다가 지난 2011년 7월 서울·중부지역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 67명의 유가족 19명을 대상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검사한 결과, 68%는 고위험군, 21%는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장재연 대표는 “기후변화에 따라 질병의 양상, 새로운 질병 출현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후변화와 관련한 건강분야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었다”며 “이는 의료인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연구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및 전담인력 배치 등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에 의료계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신동천 교수는 “의료계가 관심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재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진행 중이지만 발등의 불이 아니다보니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그 중심에 보건의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열대풍토병에 관한 연구 등 의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이사는 “일사병을 비롯한 온열질환에서 더 나아가 감염병을 포함하는 정책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동안 등한시 해왔던 아열대풍토병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전 국민이 기후변화에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앞으로 닥칠 새로운 질환을 예측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의료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강조했다.

우리나라 보다 앞서 기후변화 건강영향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건강관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프랑스와 일본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국민이 지역행정기관에 사망신고를 하면 건강영향모니터링 전담기관인 국립보건감독연구소(InVS, L'lnstitut national de Veille Sanitaire)가 사망신고자료를 활용해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의사소견서를 따로 받아 회수하고 있고 소방방재청에서는 소견서 내용을 토대로 별도의 DB를 구축해 건강영향 통계를 매달 발표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 예방 및 감염병 질병관리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후변화적응’을 14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포함시켜 종합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권역별 거점센터 확충, 지리 및 환자정보, 기후요소 등을 포함한 종합적 관리체계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 최소화를 위해 ▲기상이변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 ▲감염병 건강관리 ▲기후변화와 관련된 질병관리기술 확보 등 기상이변에 따른 대응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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