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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 무엇을 위해서’가 빠진 인턴제 폐지 논의<이현석의 진료실 단상>

인턴제 폐지에 대한 논의가 그 동안 의료계의 핫 이슈 중의 하나였고 지금은 폐지 시기에 대한 논의와 폐지시 갑자기 레지던트 지원자가 2배로 증가하는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주로 보도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인턴제는 필자가 학생이었던 1980년대 초반에도 이미 미국에서는 시행되고 있었다. 즉, 레지던트 1년차를 ‘post-graduate course’라고 하여 다른 과로 단기간 파견시켜 경험을 쌓게 하는 과정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다소 늦었지만 우리도 미국의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불필요한 수련 기간을 줄이자는 취지인 것 같다. 또 컴퓨터의 발달로 X-ray 필름을 찾는 등의 단순 작업인 인턴 업무가 많이 줄어든 것과 의사 면허시험에 실기시험이 포함되는 등의 노력을 통해 학생 실습이 강화된 것도 인턴 폐지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인 것 같다.

불필요한 과정을 줄여서 보다 효율적인 수련을 하겠다는 취지는 매우 훌륭하나 우리와 미국의 여건은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의과대학 수련이 과거보다 내실이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산부인과 진료시 실습 나온 학생 때문에 정당한 진료권이 손상되었다고 소송한 사례가 있듯이 학생이 적극적으로 진료에 참여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폐지가 결정된 서남대의대나 실습병원이 없어 방황하고 있는 관동대의대 사례는 예외로 하더라도 모든 의대가 충분한 실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만일 의사고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집중 교육시키는 대학이 있다면 이는 상대적으로 실습의 부실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의사의 상당수가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차 의료를 맡고 있는 개원의는 거의 모든 과에 대한 기본적인 경험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개방병원제가 확립되어 있어 개원의가 자기 클리닉에서 환자를 보고 종합병원에 입원시켜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자기 전공이 아닌 환자를 볼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개업을 하면 자기 전공이 아니라고 환자를 거부하기는 힘든 상황일 뿐 아니라 자기 전공을 내세우지 않고 진료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현실임을 감안하면 다양한 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수련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의료 분야를 중요시하고, 또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람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기업체의 경는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몇 년간 훈련을 시켜 그 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로 키울 수 있지만, 의사의 경우 개업을 하고 나서 몇 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숙련된 의사가 되도록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다양한 환자를 보는 일반의가 1차 진료를 하고 개업한 전문의가 2차 진료를 맡은 후 병원급이 3차 진료를 맡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면 인턴제 폐지는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전문의는 늘어나는데 전문과목을 표방하지 않는 개원의도 늘어나는 기현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과목에 대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인턴제 폐지보다는 의과대학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선결 문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언론보도에 의하면 교육부는 의학계열 학과 실습교육 내실화를 위해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하고 법령에서 정한 적절한 실습조치도 하지 못한 경우’ 입학정원 모집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지난 23일 입법예고 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부속병원이 없어도 외부병원에 위탁 교육을 시켜서 실습만 할 수 있으면 큰 문제는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이 경우 업무량이 많은 의사들이 파견 나온 학생들에게 얼마나 충실하게 교육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우선은 인턴제 폐지보다는 모든 의과대학이 미국처럼 실습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전문의들이 자기 전공 분야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다음에 인턴제 폐지를 논의하는 것이 타당한 순서일 것이다. 인턴제 폐지가 자칫 넥타이가 좋다고 갓 쓰고 도포 입은 상태에서 넥타이를 매는 것과 같은 기형적인 제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이현석은?

1986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학사1994년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수료 및 전문의1998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박사2006년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2011년 광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의료커뮤니케이션 박사2012년 제1회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엔자임 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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