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일반인 손씻기 수행률 낮아
의료진, 시간 부족.피부 자극 등 이유로 '외과적 손씻기' 수행률 낮아

[라포르시안] 감염병의 전파를 차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손씻기'이다. 올바른 손씻기를 통해 인플루엔자, 콜레라, 세균성 이질, 유행성 결막염 등 대부분의 감염병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손씻기를 ‘셀프백신(do-it-yourself‘vaccine)’이라고 할 만큼 가장 쉽고 효과적인 감염병 예방법으로 손씻기를 권장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권장하는 올바른 손씻기의 기본은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씻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비누칠을 한 상태에서 ▲1단계: 손바닥과 손바닥을 마주대고 문지르기  ▲2단계: 손등과 손바닥을 마주대고 문지르기 ▲3단계: 손바닥을 마주대고 손깍지를 끼고 문지르기 ▲4단계: 손가락을 마주잡고 문지르기 ▲5단계: 엄지손가락을 다른 편 손바닥으로 돌려주면서 문지르기 ▲6단계: 손바닥을 반대편 손바닥에 놓고 문지르며 손톱 밑을 깨끗하게 씻기 등 6단계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일반인은 물론 의료기관 종사자도 손씻기에 철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과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손씻기 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손씻기 실천 비율은 낮은 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국민들의 손씻기에 대한 인식제고와 실태파악을 위해 지난 9월 22일 하루동안 공중화장실에서 1,039명의 손씻기 실천을 관찰한 결과 338명(32.5%명)이 전혀 손을 씻지 않았다. 손을 씻더라도 물로만 씻은 경우는 43%(447명)였고, 올바른 손씻기를 실천한 사람은 단 2.0%(21명)에 불과했다.

공중화장실의 경우, 문고리나 변기 뚜껑 등에서 건강한 사람도 질병에 감염될 수 있는 병원성균이 많고, 이번 실험에서는 병원성균인 패혈증이나 중증피부감염, 세균성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손위생이 필요한 5가지 시점(세계보건기구). 이미지 출처: 질병관리본부
손위생이 필요한 5가지 시점(세계보건기구). 이미지 출처: 질병관리본부

이번 실험에서 화장실 이용 후 물로만 잠시 씻은 경우에는 상당수의 세균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반면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을 경우 세균이 거의 사라진 것으론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경우 일반인보다 손씻기 수행률이 높지만 직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국내 의료기관의 손위생 수행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KONIS) 손위생 감시체계 운영결과(2016-2017)'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감염관리전담간호사가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총 손위생 수행률은 84.4%이었고, 2016년 83.0%, 2017년 85.2%로 전년 대비(2016년) 손위생 수행률이 2.7%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손위생 수행의 다섯 가지 시점(The 5 Moments for Hand Hygiene)을 기준으로 한 행위별 수행률은 체액노출위험 후(88.8%)에 손위생 수행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환자 주변환경 접촉 후(80.1%)에 손위생 수행률이 가장 낮았다.

자료 출처: 질병관리본부의 <전국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KONIS) 손위생 감시체계 운영결과(2016∼2017)> 보고서 중에서. 표 제작: 라포르시안 
자료 출처: 질병관리본부의 <전국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KONIS) 손위생 감시체계 운영결과(2016∼2017)> 보고서 중에서. 표 제작: 라포르시안 

의료기관 종사자 대상 직종별 손위생 수행률은 간호사의 손위생 수행률(87.4%)이 가장 높았고, 의사의 손위생 수행률(71.7%)이 가장 낮았다. 연도별 간호사의 수행률은 2016년 85.9%에서 2017년 88.2%로, 의사의 수행률은 2016년 70.2%에서 2017년 72.6%로 각각 향상됐다.

병상규모별로는 699병상 이하 79.6%, 700∼899병상 86.0%, 900병상 이상 88.7% 순으로 병상규모가 클수록 손위생 수행률이 높았다. 관찰장소별 손위생 수행률은 응급실(73.0%)이 가장 낮았고, 검사실(88.5%)이 가장 높았다.

연도별 손위생 수행률이 가장 높은 부서는 2016년 외래(88.2%), 2017년 투석실(89.6%)이었다. 응급실의 손위생 수행률은 2016년 70.5%에서 2017년 73.8%로 전년대비 4.7%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앞으로 의원급을 포함한 손위생 감시체계의 확대, 의료관련감염률 등 결과지표와 연계·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방침"이라며 "또한 손위생 증진을 위한 활동 공유, 감시체계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한 실무자 교육 등 질 향상 활동도 병행해 의료관련감염의 선제적 예방활동을 적극적으로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간호사 '외과적 손씻기' 수행률 높여야

한편 수술실에서 수술에 참여하는 간호사와 의사가 수술에 들어가기 앞서 수술부위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외과적 손씻기'가 중요하다. 그러나 일선 병원에서 이러한 외과적 손씻기 수행률의 개선이 필요한 편이다.

특히 손씻기에 대해서 잘못 인식된 지식이나 경험에 따라 수행하는 의료진도 적지 않았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외과적 손씻기 수행률 향상 활동'의 일환으로 의료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외과적 손씻기 방법을 준수하지 못하는 이유로 ‘시간 부족’(43.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피부자극 때문’39.5%, '기타 무응답' 11.8%, '지침을 몰라서' 5.3% 순이었다.

솔을 이용한 손씻기 최소 시간을 알고 있는 비율은 53.8%, 소독액이 완전히 건조된 후 수술복을 입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비율이 86%였다.

이후 병원 차원에서 손씻기 교육을 강화하고 정기적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활동을 벌인 결과 직종별 외과적 손씻기 수행률은 의사가 51%로 사전조사 대비 31%, 간호사는 86%로 사전조사 대비 26% 높아졌다.

진료과별 외과적 손씻기 수행률은 흉부외과가 83.3%에서 100%로, 신경외과 66.87%에서 90.9%, 정형외과 33.3%에서 66.7%, 비뇨기과 28.5%에서 100%로 향상됐다. 일회용 솔을 이용한 외과적 손씻기 항목별 준수율에서도 ‘팔꿈치까지 씻기’는 개선 전 21.9%에서 91.0%, ‘손씻기 후 충분한 건조’가 28.1%에서 98.7%, ‘2분 이상 손씻기’ 62.5%에서 69.2%로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