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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체 공공의료란 무엇인가?

진주의료원 사건을 계기로 공공의료에 관한 논쟁이 일고 있다. '공공의료'란 과연 무엇일까? 개념은 학자에 따라서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의료제도 하에 공공의료를 개념 함에 있어 다른 나라의 정의를 그대로 준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공의료라 함은 의료서비스의 공공재성을 전제로 국가에 의한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의미한다고 본다. 쉽게 보자면 국가가 병원을 지어서 국민에게 세금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무상 또는 일정한 조건하에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서비스의 제공 주체별 기준으로 개념을 정의하는 쪽의 의견일 것이다.

한편 의료가 인간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사적이거나 영리적인 측면의 다른 서비스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공공성이 이윤성보다 우선된다는 이와 같은 논리에 따르면 제공 주체가 누구이던 간에 공공의료는 또 다른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민간주체라도 의료서비스는 공공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같은 선상에 있다.

더 나아가 병원의 설립주체에 따른 분류방식이 아니라 병원의 사회적 기능을 놓고 공공이냐 민간이냐를 분류해야 한다는 견해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병원이라 하더라도 의료급여 환자 입원비율이 높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야간 응급의료, 산과, 정신보건 등에 대한 진료에 충실한 의료기관은 공공성이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수익성만을 좇지 않고 적정한 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병원이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라는 견해도 같은 계열로 보인다.

그런데 위와 같은 견해들을 현 의료제도 밑에 깔고 보면 혼돈스러운 생각이 들게 된다. 과연 이 같은 입장 차이가 우리 현행 제도에서 의미가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뿐인 공공의료 논란은 우리 의료시스템을 놓고 보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의료제도는 헌법상의 보건의료에 관한 규정 및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등 의료관련법령을 기초로 해 구성되어 실현되고 있다. 우리 의료제도가 다른 나라와 비교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고 그 특이점에서 한국 의료의 성격을 찾아 볼 수 있겠다.

첫째, 우리나라의 의료는 국민건강보험제도 내에서 의료수가가 통제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좁은 의미에서 국가가 설립한 의료기관이든 민간이 개설한 의료기관이든 간에 동일한 수가가 적용된다. 이는 환자의 경제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이 공공과 민간 구별 없이 동일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의미이다.

둘째, 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무차별 또는 평등의 원칙이 의무화 되어 있다. 의료법상 진료거부 금지 규정이 바로 그 예이다. 환자의 경제적인 사유로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난을 이유로 의료서비스의 공급이 거부되지 않는 것이다. 의료급여환자의 경제적 특성을 이유로 법률상으로는 그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

셋째, 국민건강보험법상의 환자 본인부담금 감면 혜택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의료법 환자 유인 금지 규정의 내용이다. 따라서 행려 환자이거나 가난한 환자라고 해서 선의에 의하여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지 않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다. 국공립병원이라고 해서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거나 감경해 받는 것이 적법하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넷째, 종합병원급 이상의 대형병원은 민간병원이든 국공립병원이든 간에 필수 진료과목을 두게 하고 있고 그러한 필수 진료과목은 경제적 이득의 원리에 따라 배제되어 구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섯째, 국민건강보험제도로 다시 돌아와 보면 민간과 공공영역이 모두 건강보험제도에 당연하게 가입되어 있어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보험제도 내에서 환자를 진료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료인이나 국가 또는 비영리법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만이 허용되어 있어 영리회사에 의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근원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비영리법인의 의료업도 영리를 추구할 수 없도록 제한되어 있어 사실상 본업인 의료업 이외의 수익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다.

이러한 의료제도의 특성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독특한 우리만의 의료제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의 공공성은 늘 사용되는 용어이기는 하나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쉬운 개념은 아니다. 우리 정서는 공공성을 가치 지향점으로 놓고 이를 강요하거나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선(善)에 해당되어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잠재의식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우리 실정을 감안해 볼 때 보다 자연스러운 공공성 논란의 해법은 공공영역이 아닌 오히려 민간의 공공성 제고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민간 병원이 공공적 역할을 하는 것을 응원하고 견인해주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소수의 민간 병원이 전문화를 앞세워 공공적인 측면에 소홀한 것을 의료인의 영리추구 습성이라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전문병원도 분명 그 분야에서는 공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여지를 가질 수 있다. 대학병원의 성형외과와 같이 민간 성형외과 의료기관도 공공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민간병원이 공공성을 가미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적 고안이 필요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리화 의도가 절제되는 조건하에서 조세감면이나 기부금의 공제 범위 확대, 의료시설이나 장비 구입 등의 비용지원, 채권 발행 보조, 수익사업 범위 확대, 공중보건의사 등 의료인력 지원 강화 등 여러 가지 유인책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지원이 현재에도 정책적으로 일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법률적으로만 놓고 보면 민간병원이나 공공병원이 사실상 별 차이가 없는 제도 하에서 공공성에 대해 솔직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것이 진주의료원 사태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본다.

김선욱은?

1994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2003년 대한의사협회 법제 상근이사 2008년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교 시장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2009년 대한병원협회 고문변호사2011년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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