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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건강보험 보장률 숫자놀음은 이제 그만!
  •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3.05.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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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제도가 출범할 당시 전국민에게 적용되는 사회보험제도의 단기간 내 완수라는 목표 아래 저수가․저급여 체계를 선택했다. 초기에는 건강보험의 적용 영역도 필수의료가 아니고 최소한의 기본의료만 포함됐다. 당연히 사회보장제도로서 역할과 기능은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한 질병의 조기 발견과 고가의 치료가 급증하면서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거의 모든 정권에서 보건의료정책의 핵심 아젠다였다. 이 과정에서 OECD 평균 보장률 80%가 지상과제로 등장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60%를 겨우 넘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보장성 강화 정책이 쏟아졌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건강보험 보장률이란 수치에만 집착하면서 보장성이 추구하는 목표와 원칙을 수립하지 못했다. 해마다 급여 항목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환자들이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은 높다. 미충족 의료와 재난적 의료비 발생 비율은 줄어들기는 커녕 되레 커지는 추세다. 의료혜택의 양극화에 따른 건강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일까. 무엇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원칙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장성 요구가 발생하는 의료서비스 영역을 중심으로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으로 산만하게 보장성 확대가 이뤄진 탓이다. 실제로 참여정부에서 6세미만 아동의 입원비를 전액 급여화 하고, 식대 급여화를 추진했다가 건보재정 부담이 급증하자 다시 보장성을 축소한 사례도 있다. 

지금까지 추진된 보장성 강화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보장률 수치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를 도외시 했다는 점이다. 현재 산출되는 건강보험 보장률은 법정 급여되는 항목의 총진료비 중 보험재정으로 지원되는 의료비율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 방식에는 상당한 크기의 비급여 영역이 배제돼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건강보험 보장률이 OECD  평균치에 접근하더라도 가입자들이 느끼는 의료비 부담은 별반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 과제로 과연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야 하는 ‘필수의료’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확립돼야 한다. 그동안 의료계와 학계 차원에서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전제 조건으로 필수의료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과 그에 따른 우선순위 설정 기준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보장률 수치 확대가 역대 정권과 정치권에서 ‘정치적 구호’로 이용하면서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절차를 관과했다.  

보장률 수치에만 집착한 결과, 의료현장에서 우선순위를 둔 의료서비스가 급여에서 배제되고 불요불급한 항목의 급여 적용으로 보험재정을 낭비하는 문제를 초래했다. 당연히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하면서 체감하는 보장성은 훨씬 떨어졌다. 더욱이 질환별, 병원별로 보장성의 왜곡과 형평성 문제도 발생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에 앞서 어떠한 의료서비스 항목을 급여화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과 절차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어떤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할 것인가 판단하는 기준과 어떤 절차를 통해 그러한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비급여 영역을 도외시하고 수치상으로 건강보험 보장률 100%를 달성한들 그것은 알맹이 없는 '정치적 구호'에 그칠 뿐이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관건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데 있어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립하는 것 뿐이다. 특히 보장성 확대의 최종 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명목상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와 공급자, 보험자간 합의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성격이 짙다. 보장성 확대가 정치적 구호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보장률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건정심의 구성과 기능 재편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야 할 필수의료 영역을 결정하는 민주적 거버넌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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