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국회서 환자쏠림 현황 진단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열어
"보장성 확대로 중증환자 증가는 당연한 현상" ↔ "의료자원 쏠림으로 양극화 부추겨"

[라포르시안} 그야말로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는 격'인 토론회였다. 기동민·김상희·남인순·맹성규·오제세·윤일규·인재근·정춘숙 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모든 여당 의원과 보건복지부가 공동 주최자로 나섰고,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증폭되는 상황이라 의료계 안팎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 많은 여당 의원들은 인사말과 기념 촬영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떴고 토론회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났다. 

이날 토론회의 쟁점은 대형병원 쏠림이 실제 있느냐, 쏠림이 있다면 그 현상이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시행한 이후에 나타난 것이냐, 쏠림을 억제할 해법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토론회 첫 번째 주제발표자인 허윤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의료이용 현황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서 "2017~2018년 의료이용(입원 및 내원일수)은 종합병원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대형병원의 진료 경향은 중증환자가 늘고 경증환자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문케어 이후 대형병원 쏠림 "가야 할 환자들이 갔다">

허 소장은 "문재인 케어 이후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급격히 가팔라졌거나 진료비가 급증했는지 분명하지가 않다. 향후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병·의원이 고사 직전이라는 의료계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허 소장은 "병·의원 폐업기관 수는 감소 추세고 신규개설은 증가하는 경향"이라며 어렵다고 주장하는 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허 소장은 "의료이용은 지속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의 누적 효과 이외에 인구 고령화, 민간의료보험 가입 증가, 교통발달, 건강검진 확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면서 "따라서 종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 쪽은 주제발표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이진용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 교수는 "허윤정 소장의 발표 내용을 전문가들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 교수는 "일단 대형병원의 기준을 어디까지로 보느냐가 중요한데, 상급종합병원을 대형병원으로 본다면 집중은 존재한다. 또 문재인 케어가 촉발했느냐는 것도 쟁점인데, 문케어로 발생하지 않았지만 영향은 미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통계는 현장의 목소리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수단이고 도구일 뿐 결과일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상황을 을 수치화하려고 노력했는데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통계와 현장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고 보정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를 반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형병원 쏠림 있지만 지나치게 과대포장돼"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 깨 의료계 책임론도 제기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보장성 강화 대책 이후 대형병원 쏠림이 더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세라 의사협회 기획이사는 "현장에서 심각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답답하다"면서 "MRI 급여화 이후 대학병원 교수는 '감기 환자 좀 안 봤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다. 의료자원이나 재정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빈부격차가 더 커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문재인 케어가 대형병원 쏠림을 가중시켰을 것이라는 강한 심증을 갖고 있다. 그 근거는 의료현장의 목소리"라고 했다. 

의협과 달라 병원협회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를 서두르자고 했다. 

송재찬 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문재인 케어가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경향에 일조한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과대포장됐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여러 얘기를 들어보면 상급종합병원이 죄인이 되었는데, 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쏠림의 모든 책임을 상급종합병원으로 돌리는게 타당하냐"고 반문하면서 "의료소비자들은 매우 영리하게 의료를 이용하고 있다. 그들이 방향을 잘 틀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케어로 인해 환자 쏠림이 두드러진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공공의료 확충, 전달체계 개선 등 종합적인 노력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도 임준 교수의 의견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했다. 조원준 더불민주당 전문위원은 '문재인 케어=대형병원 쏠림' 프레임에 대해 다소 이색적인 해석을 제시했다. 

조 전문위원은 "쏠림이 문재인 케어 때문이라고 하는데, 불편하게 느낄 수 있지만 문케어를 바라보는 불편한 입장들이 쏠림 주장으로 나오는 것 같다"면서 "상급종합병원 쏠림으로 다 망한다는 프레임으로 가는데, 한편으로는 왜 지방 중소병원의 병상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지 의문도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의료계를 향해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를 어긋나게 해놓고 대책도 없이 문재인 케어를 추진했다고 하는 것은 염치없는 주장"이라고 쏘아붙였다.

복지부는 대형병원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의료전달체계부터 손질할 계획이라고 했다.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정부는 이달 중 전달체계 개선 등을 위한 단기대책을 마련한다. 일단 초안을 만들고 조정할 부분은 조정하면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 과장은 "분명한 것은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고 전달체계의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달체계 개선으로 손해를 보는 쪽과 이익을 얻는 쪽의 싸움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라며 "모두 손해를 본다는 각오를 해야 전달체계 개선이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상급종합병원 쏠림이 보장성 강화로 나타난 현상이라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견해도 제시했다. 

손 과장은 "대형병원 쏠림을 우려하는 주장에 온전히 동의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개선은 필요하다. 특히 보장성 강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으면 위험성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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