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신경과)

[라포르시안] 최근 발표된 전국 치매역학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이 10.2%, 환자 수는 75만 명으로 노령기 치매 환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치매 증상은 다양하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치매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이다. 이런 치매의 유형들은 뇌세포의 손상과 사멸로 인해 뇌 속에 노폐물이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인구 고령화로 치매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치매로 인한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김여진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나 치매 예방과 조기진단에 대한 중요성을 들어봤다.

-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9.9%에 달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로 인해 치매 환자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치매는 혼자서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진단한다. 즉, 치매 환자는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치매 발생 시 환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데,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이들을 뒷받침할 젊은 사람들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또한 치매는 죽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암의 경우 사망 시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나, 치매는 생존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유병 기간이 10년이 될 지, 20년이 될 지 예측할 수 없어 치료비용 또한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2017년 치매환자 1인당 치매관리비용은 연간 약 2,074만 원으로 추정된다. 치매는 5대 만성질환에 비해 환자 1인당 연간 의료비용이 현저히 높아, 향후 적절한 예방과 중증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자 수 증가 및 유병기간 장기화에 따른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우려된다.”

- 치매 조기검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치매 증상이 나타난 다음 속도를 늦추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기 검진도 중요하지만 예방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 조기진단을 통해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치매 증상이 심해지는 기간을 늦출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실 2년 정도에 불과하다. 치매 유병기간 전체를 봤을 때 사실 2년은 긴 기간이 아니며, 2년이 지나면 병은 계속 진행된다. 치매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예방이 필요하나 우리나라는 치매 예방에 대한 준비가 미비하다. 치매 환자나 치매 환자의 가족들이 환자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치매를 조기에 발견을 하면 질환이 악화되는 과정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는가.

“치매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는 질환의 예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환자에게 치매 증상이 처음 발생했을 때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인식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매 초기 단계에서 진단을 빨리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병의 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 28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치매 증상 치료 약물을 조기 투여한 환자군은 1년 뒤 약물을 투여한 환자군에 비해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유의하게 더 높았다. 또한 치료를 1년 더 일찍 시작한 환자군의 MMSE 점수가 약 1.3점 더 높았다. MMSE는 치매선별검사 도구 중 하나로 국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검사법이며, MMSE 점수가 낮을수록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한다.”

- 실제로 조기진단을 통해 성과를 본 환자 사례가 있다면.

“이러한 사례는 많다.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 단계에서 병원에 온 경우, 본인 스스로도 기억력이 안 좋아진 것을 느끼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한다. 인지 훈련 및 운동을 많이 하고 노력하면 치매가 발병하기까지의 시간이 확실히 늦춰진다. 또한 이 시기에 가족들이 함께 운동하고 치료를 적극 지원하면 치매 발병 시점이 더욱 늦어진다. 인지 기능 장애 예방을 위해 핀란드 노년층을 대상으로 진행된 무작위 통제 연구다. 2009년부터 약 5년 간 1,200명의 노인 대상으로 고령 인구의 인지장애 예방이나 지연에 위험인자 및 생활습관 관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혈관계 위험인자 및 건강에 유해한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인지기능저하 예방 가능성을 높이며, 인지기능장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조기에 확인해 발병 예방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 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치매 조기진단과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요즘에는 약을 먹으면 치매 발병이 늦어진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됐다. 문제는 현재 근무하는 지역이 강원도이다 보니 도시와 지방 간 격차가 있다. 도시에 사는 어르신들은 몸에 작은 이상이라도 생기면 병원에 오는데, 시골에 사는 어르신들은 몸에 이상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질환에 대한 인식 수준이 조금 더 낮다. 농촌에 계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치매에 대한 질환 인식 개선이 조금 더 필요하다.”

- 지역사회 치매 조기진단 활성화를 위해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면서 사실 치매 조기검진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치매라는 질환의 특성상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가 해답은 아니다. 암의 경우 조기 진단을 통해 수술을 하면 완치할 수 있으나, 치매는 완치 가능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예방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 치매는 정책적으로 조기 진단 쪽에만 치우쳐져 있어 이 부분이 아쉽다."

- 치매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며, 정부는 어떤 부분을 지원해야 하나. 

“치매는 조기 진단뿐만 아니라 예방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관련 연구들은 치매를 예방하는 쪽으로 많이 진행되고 있으나, 예방적 측면은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효과가 적어서 그런지 아직 예방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특히 도시에는 다양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많지만 지방에는 아직 부족하다. 운동, 식이 조절, 체계적인 인지 훈련 개발 및 보급 등이 필요하다.

앞으로 노인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치매 유병률을 줄이려면 치매국가책임제가 치매 예방을 위한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조기 진단과 관련해 70대 이상은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모두 검진을 하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치매안심센터가 병원으로 연계를 해준다. 조기 진단 및 치료로 넘어가는 부분은 국가에서 이미 시스템을 잘 갖추어 놓았으나, 치매가 오기 전 예방의 단계에서의 조치 및 치매 진단 이후의 후속 조치가 부족하다.”

- 최근 치매 질환 분야의 연구 트렌드는 어떤가.

“치매 원인 물질로 알려진 것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 2가지이다. 타우 단백질의 경우 알츠하이머 다른 신경 질환에서도 나타나지만,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경우 알츠하이머에서만 나타났기 때문에 기존 R&D는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관련한 연구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관련한 치료제 개발이 모두 실패하면서, 최근에 타우 PET가 향후 알츠하이머형 치매 조기 진단을 위한 영상 바이오마커로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됨에 따라 타우 단백질과 관련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연구들이 성공하면 치매 발병 이전 상황으로 되돌릴 수는 없어도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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