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와 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일 모양이다.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지난 12일 저녁 야당 의원 2명을 무력으로 제압한 채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의결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을 ‘강성노조의 해방구’에 비유했지만 지금 경남도는 ‘홍준표 공화국’이나 마찬가지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은 물론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에서조차 진주의료원 폐업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아랑곳없다.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통과시킨다면 그 결과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료원 폐업이 불러올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이미 전국 각 지자체마다 지역거점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경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의 총 부채 규모는 5천억원이 넘는다. 임금체불액만 15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료원의 만성적인 적자 경영은 단순히 어느 하나의 이유를 꼽기가 힘들다. 비급여 진료와 부대수익을 내기 힘든 조건에서 높은 의료급여 환자 비율, 열악한 입지조건, 낙후된 시설과 장비, 그리고 저수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지방의료원의 부진한 경영 실적을 모두 병원과 강성노조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진주의료원이 폐업할 경우 다른 지자체들이 지역거점공공병원 구조조정과 매각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산하 지방의료원 매각과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지방의료원에서는 부대사업 확대와 시설개선을 통한 환자 유치 등을 통해 독자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의료공공성을 포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의료진에게 더 많은 진료수익을 달성할 것을 요구한다.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연봉을 삭감하겠다고 압력을 가한다. 결국 민간병원처럼 ‘박리다매’ 식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공공병원을 수익성 중심으로 내모는 것은 민간병원에도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이런 행태는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의 경쟁관계를 조성할 뿐이다. 가뜩이나 민간병원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공공병원마저 돈이 되는 진료과 중심으로 환자유치 경쟁을 벌인다면 의료생태계는 그야말로 적자생존의 정글로 변할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공공병원의 확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병상수 비중은 2011년 기준으로 10.4%에 불과하다. 공공병원 수로 따지면 그 비율은 5% 수준에 그친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 수준이 비슷한 체코의 공공병상 비중은 91%, 스페인은 74%에 달하며, 한국보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국가 중에서도 멕시코의 공공병상 비중은 65%였다. 하다못해 의료민영화를 추구하는 대표적 국가로 꼽히는 미국조차 공공병상 비중이 2010년 기준으로 25.8%에 달한다고 한다.

최소한 전체 의료공급체계에서 공공병원의 비중을 30%로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공공병원이 적정진료를 제공하며 국가의 주요 보건의료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공공병원이 가진 순기능이 확산되고 선순환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지금처럼 전체 병원의 5%에 불과한 공공병원 규모로는 민간병원 속에서 외딴 섬처럼 고립되고 환자들로부터 단절될 뿐이다. 진주의료원이 폐업한다면 공공병원은 더욱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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