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우려 제기에도 '스마트폰 건강모니터링'을 핵심 규제혁신 과제로 꼽은 기재부
의료계 "원격진료 명분 될 수 있다" 우려

지난 17일 기획재정부 고형권 제1차관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지난 17일 기획재정부 고형권 제1차관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라포르시안] 정부가 지난 17일 대통령 주재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한 '2019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모니터링과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사업을 핵심 규제혁신 과제로 포함한 것을 놓고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한 전단계 추진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모니터링 등이 강조된 것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기획재정부 주도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지난 18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내용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모니터링이 포함돼 있다"면서 "그러나 의료진이 문자나 전화상담을 통해 복약, 영양관리, 병원 방문 날짜 등을 통보하는 수준일뿐 원격진료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 정부 발표 자료(2019년도 경제정책방향)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모니터링이 너무 강조됐다"며 "발표 전에 작성한 자료를 보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이런 식으로 나가면 안된다는 의견을 기재부 측에 냈는데 수정 없이 그냥 나가서 매우 당혹스럽다"고 했다.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케어플랜, 대면진료, 상담이 기본 틀이고 비대면 모니터링은 부수적인 영역인데 마치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처럼 비춰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가 오해할 수 있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동네의원 중심 사업이라 환자들의 접근성이 취약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원격의료와는 무관하다. 규제 혁신도 아니다"면서 "그런데 마치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모니터링이 메인으로 비춰져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출처: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 보도자료 중에서
이미지 출처: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 보도자료 중에서

일각에서는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경제정책방향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앞서부터 원격의료 관련 규제 완화에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브리핑에서 홍 부총리는 "원격의료는오지 장병이나 도서벽지에 있는 주민, 어선 선원 등 의료취약계층부터 도입하려고 한다. 본격적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문제는 단계적으로 접근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기재부) 국장 시절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강력히 추진하고 싶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는 근거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는 법안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시절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경제부처 주도로 원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밀어붙였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관련 기사: 원격의료를 향한 경제부처의 부적절한 사랑>

이에 대해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홍남기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는 기획재정부 대변인, 정책조정국장을 지내고 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참여했고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지내며 친기업, 반노동,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성실히 수행해온 인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를 내세워 박근혜 계승법의 다른 하나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처리하고자 하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대한의사협회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일단 비대면 상담은 원격진료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도 자살상담 등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진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원격의료 초기 단계로 확인되면 본사업을 추진할 수 없도록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의사회 등 일부에서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저수가나 원격의료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지난 17일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과 관련한 의견을 통해 "(시범사업 계획을 보면) 스마트폰 앱, 전화, 문자, 메일 등을 이용한 비대면 환자 관리를 허용하고 있다. 향후 처방전 발행만 추가하면 의료계가 반대하는 원격진료 빌미와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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