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전공의 근무시간만큼 의사인력 확충 안돼 직역갈등 불거져..."외국서 전공의 수입하자" 주장도

[라포르시안] 전공의들의 주당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전공의 특별법이 시행에 들어간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의료현장의 혼란은 갈수록 증폭되는 모습이다.

특히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수련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주목된다. 

지난 30일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는 '전공의 특별법 시행에 따른 수련 환경의 변화와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전공의 특별법 시행 후 경과와 그에 따른 학회별 수련프로그램의 변화를 짚어보고, 전공의 특별법 준수 실태와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엄중식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가천대의대)는 "내과학회는 수련병원이 전공의 수련을 위한 병원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전공의 특별법에 맞출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 학회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수련환경이 나쁜 불량 수련병원을 퇴출하고 환경이 좋은 병원에 정원을 더 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엄 이사는 "120개 수련병원 중 50여 곳은 수련병원 자격이 없다. 반발도 있지만 과감하게 자격이 없는 병원들을 정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심재용 가정의학회 수련이사(연세대의대)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수련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심 이사는 "내부 의견수렴 결과 주 80시간으로 수련 시간을 줄였기 때문에 수련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의학회에서 시도하는 역량중심 교육으로 어느 정도 시간을 만회할 수 있겠지만, 연한을 늘릴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기관은 전공의가 1명만 있는 기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승은 영상의학회 수련이사(가톨릭대의대)도 "전공의 특별법에서 문제는 전공의가 1명 있는 기관의 당직이다. 이들 병원이 전체 수련병원 78개 가운데 35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심재용 이사는 "역량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지도전문의가 3명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전공의 비중이 높은 과에서는 임신과 관련된 갈등이 폭넓게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승은 수련이사는 "영상의학과는 여성 전공의 분포가 많다. 그로 인해 임신, 출산과 관련해 전공의 간 갈등이 증가했다"면서 "임신, 출산과 관련한 업무 공백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전공의 수련 기간 중 정상적으로 주 80시간을 일할지 추가 수련을 할지 본인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석 산부인과학회 수련이사(성균관대의대)는 "산부인과는 전공의 509명 중 90.6%인 461명이 여성 전공의"라며 "전공의 임신 때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 40시간 단축 근무는 다른 전공의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더 열악한 근무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주니어 스텝들의 업무강도만 더 세지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아주대병원 소속 한 의사는 "왜 전공의 근로시간 단축 문제만 다루고 평생을 바쳐야 하는 주니어스텝들을 위한 세션은 왜 없느냐"면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공의는 피교육생 신분인 만큼 진료과별 특성을 반영해 수련 시간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전공의가 노동자라면 주 40시간을 지키는 게 맞는데, 지금은 80시간을 일한다. 피교육생 신분인 것"이라며 "피교육생 신분이라면 진료과별로 적정 수련 시간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특별법을 지키는 것처럼 거짓으로 서류를 위조하지 말고 사실대로 기록해 정부가 현실을 알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소화기내과 교수는 "전공의 특별법은 이미 우리의 손을 떠났다. 이런 논의에 정부가 참여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면서 "교수들은 전공의법을 지키려고 많이 노력하는데, 서류상 지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서류를 맞춰놓으면 '잘 지켜지고 있는데 왜 문제냐'고 할 수 있다. 정부도 실태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상호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고려대 예방의학)은 "지금 너도나도 80시간이 문제라고 하지만 누구나 80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교육수련 목표가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 80시간만으로 부족하다면 제한을 없애는 논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손 부회장은 "연차별 교과과정을 잘 만들고 잘 지키도록 평가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역량중심 교과과정과 연차별 수련 과정이 도입되면 논의가 진일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프로그램에서 정진상 신경과학회 회장(성균관대의대)은 전공의를 수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정 이사장은 "현재 일부 전문과목은 전공의 선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해외 의과대학 출신을 수입해야 트레이닝시켜야 한다"면서 "미국도 60~70년대에 우리나라 의사들을 많이 받아들였다. 한국에 와서 흉부외과, 산부인과 트레이닝 받겠다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일부 전문과에 그런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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