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접수 차질·의료진 콜폰까지 먹통..."전 진료과정에 치명적 문제 초래할 수도...통신 재난 대응시스템 필요"

[라포르시안] 지난 24일 KT 서울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서대문과 마포구 등 일부 지역에서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이 일로 통신망에 의존하는 일상의 여러 분야에서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을 빚었고, 특히 의료기관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갑작스런 통신장애로 인해 외래와 입원 모두 혼란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의료원은 지난 24일 오후 긴급공지를 통해 "서대문 KT 통신구 화재로 인해 홈페이지 및 전화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연세대의료원 관련 홈페이지 접속과 외부유선전화 착발신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홈페이지와 유선전화를 통한 진료예약 및 안내업무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이 병원의 입원 및 응급진료센터 방문 환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는 정상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주요 공공기관을 비롯해 상당수 의료기관에 도입된 인터넷 전용선이 KT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병원 내 업무용 휴대전화(콜폰)도 먹통이 되면서 의료진이 입원환자의 응급상황에 제때 대응하기 힘든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한 의료인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KT화재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진짜 문제는 병원 전산이 멈춰버린 것"이라며 "의료진 콜폰도 KT를 썼는데 전화 자체가 안 되니 응급상황에 서로 콜을 못해 원내 방송만 계속 띄웠다. 입원환자가 혈압이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데 콜폰이 먹통이 되니 아무 것도 못하는 상태가 되니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2000년대 이후 병원의 의료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이제는 환자가 내원해 원무과에 접수할 때부터 진료, 입원, 퇴원 등 모든 단계에서 내외부 통신망과 연결된 병원내 통합정보시스템을 거쳐 이뤄진다.

여기에 환자 편의를 위해 인터넷 진료예약과 모바일을 이용한 진료접수와 수납 등의 각종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는 탓에 '코드 화이트(code white, 서버오류, 전산망 마비)' 상황은 재난과 다를 바 없는 위기상황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전산장애 등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앞서부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재해복구(DR, Disaster Recovery)시스템 구축이 적극 이뤄졌다. 병원의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은 전산장애 또는 자연재해 발생시 의료데이터 손실을 최소화하고 신속 복구가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재해복구시스템 구축과 함께 '코드 화이트' 상황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구축하고 이에 맞춰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병원도 적지 않다.

이번 KT 통신장애로 피해를 입은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앞서부터 전산장애 등의 '코드 화이트'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업무지침 메뉴얼을 제작해 원내에서 공유하고 관련 모의훈련도 꾸준히 시행해왔다.

대응 매뉴얼에는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때 대응 프로세스와 병원 각 부서별 업무수칙, 진료와 환자응대, 인력지원 체계 등을 담아 수기작업을 통한 진료 체계가 유지되게끔 하고 있으며, '코드 화이트'에 대비한 모의훈련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통신회사가 관리운영하는 지하 통신구의 화재로 인해 유선전화를 비롯해 인터넷, 이동전화 서비스 장애와 같은 재난 수준의 통신장애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대응이 어렵고 자칫 환자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인 재핵복구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업무가 전산화되면서 전산장애와 같은 상황은 진료 전 과정에 걸쳐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게 됐다"며 "통신 재난에 대비해 정기적인 모의훈련과 체계적인 대응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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