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씨(45세)는 지난 주말 오랜 만에 부모님을 찾아 동네 한 바퀴를 산책했다. 그런데 부모님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뒤뚱뛰뚱'거리며 별다른 원인 없이 다리, 골반통증을 호소하며, 집에 돌아와서는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어 했다. 척추관협착증 진단 후 꾸준히 주사치료를 받아 왔지만 차도가 없던 차에 김씨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부모님은 검사결과 '퇴행성고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 신체 부위 곳곳에서 퇴행성질환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인체에서 퇴행성관절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가 바로 무릎과 고관절이다. 고관절은 골반과 다리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엉덩관절을 말한다. 소켓 모양의 골반 뼈 속에 공처럼 생긴 대퇴골의 골두가 껴 있는 모양으로, 골두가 소켓 속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며 다리 전체를 안팎으로 움직이고 회전하도록 돕는다.

그런데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마모되면서 기능이 저하되고, 탄력성이 없어지면서 표면이 거칠어져 고관절에 통증, 부종, 변형을 일으키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어려워지는데, 이를 '퇴행성 고관절염'이라고 한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말그대로 퇴행성 질환이므로 노화를 떠나서 직업적 요인이나 무리한 다이어트, 비만과 심한 운동 등 고관절에 많은 자극을 가하는 경우 연령과 관계없이 발생한다. 특히 평소 다리를 꼬고 앉거나 짝다리를 짚고 서 있는 등 잘못된 자세를 지속하거나 고관절에 과부하가 걸리는 일을 많이 하는 경우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해당하면 더 조심해야 한다.

퇴행성 고관절염 초기에는 관절염이 생긴 부위에만 국소적으로 통증이 나타나고 고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마찰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 증상이 심해질수록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과 같은 작은 자극에도 엉덩이 쪽에 심각한 통증이 발생해 절뚝거리며 걷게 된다. 특히 양반다리를 하고 앉을 때 통증이 심해져 제대로 앉지도 못하며, 요즘같이 추운 날엔 통증이 더 심해진다.

평소 이러한 증상을 보여도 일반인들은 고관절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어 이를 허리 통증으로 오해하고 디스크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나이 들면 누구나 생기는 질환 정도로 가볍게 여겨 방치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허리, 골반 심지어 무릎으로까지 통증이 이어질 수 있어 가급적 빠른 치료가 요구된다.

초기에는 약물과 주사치료, 물리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도수치료 등과 같은 보존적인 치료를 시행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면 고관절염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만약 상태가 나아지지 않거나 관절염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손상된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고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이 필요하다.

고관절 인공관절지환술은 고관절 일부를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단순히 인공관절을 바꿔 끼우는 것이 아니라 심하게 변형되어 상한 관절주위 및 주변 조직의 균형을 맞추어 세밀하게 시행되는 고난도 수술이므로 숙련도가 높은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자연세병원 권오룡 병원장은 "퇴행성 고관절염은 젊은이, 노인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증상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초기 치료 타이밍을 잘 잡으면 빠르게 회복하여 정상적인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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