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국회의원 입법 활동이 9년이 지나 제약바이오협회와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있어 회장 취임이 안된다는 취지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 그 판단에 대한 법리적 다툼의 여지도 많다. 그러나 사업자 단체의 수장이 정부 결정에 불복해 다툼을 벌이는 것은 어떤 경우에서건 그 단체에 이롭지 않다.”

원희목 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올해 1월 정부공직자윤리위의 결정을 수용하면서 공식적으로 내놓은 사퇴 이유였다. 받아들일 수 없는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제약계 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윤리위 결정을 수용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한약사회 회장과 국회의원을 지냈고, 정부 산하 기관장을 거치면서 누구보다도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가 갑자기 사퇴를 선언하자 제약바이오협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올해는 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이 시행되고, 원 회장이 취임하면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인공지능(AI) 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 추진도 힘이 빠지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제약업계는 원 전 회장의 ‘공석사태’를 조기에 메울 차기 회장 인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제약바이오협회는 당장 차기 회장 선임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협회는 “상반기까지는 차기 회장 선임을 서두르지 않겠다. 수개월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차기 회장을 선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들어서 지난 7월 24일 열린 이사장단 회의에 관심이 쏠렸다. 원 전 회장 사퇴 이후 처음으로 차기 회장 선임을 논의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회의 결과는 9월 중으로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는 방침이었다. 이후 열린 8월 21일 이사장단 회의에서는 3~4명의 차기 회장 하마평까지 돌았다. 그러나 9월 18일 이사장단 회의 결과는 ‘회장선임 연기’였다.

이때부터 조금씩 원 전 회장의 복귀설이 업계에 돌기 시작했다. 제약협회가 계속해서 차기 회장 선임을 연기하는 것은 원 전 회장의 재선임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9월 18일과 10월 23일 열린 이사장단 회의에서도 회장선임 문제는 연기됐다.

결국 이사장단은 11월 6일 회의에서 원희목 전 회장을 만장일치로 재추대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원 전 회장에게 적용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기간이 11월에 완전히 해소됐다. 

아마 11월 이전에도 원 전 회장의 재추대 방침을 발표할 수 있었으나 윤리위 취업제한 논란을 사전에 예방해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런 정황을 놓고 보면 원 전 회장의 재추대는 앞서부터 예정된 수순이 아니었을까 합리적인 의심을 가져본다. 그렇다면 회장 공석 사태의 장기화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원 전 회장이 협회 회장직에 적합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10개월 넘게 회장 공석을 방치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나 싶다. 더욱이 올해부터 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이 시작됐고, 협회 차원에서도 인공지능(AI)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 추진과 첫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주요한 사안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10개월이나 공석으로 비워둬도 조직이 무리 없이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과연 협회장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